이재용, 日 게이단렌 회장·부회장과 연쇄 회동.. 민간 협력 물꼬 트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4일 ‘한∙일 재계회의’ 참석차 방한한 도쿠라 마사카즈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회장(스미토모화학 회장)을 만났다. 두 사람은 저녁식사를 겸한 이날 회동에서 한일 기업간의 교류 활성화와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일각에서는 지난 2019년 당시 일본의 소재·부품 수출규제 대상으로 꼽혔던 삼성전자의 이 부회장과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의 도쿠라 회장이 만난 것은 민간 차원의 새로운 한일 협력 관계 구축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미토모화학은 삼성전자 OLED 스마트폰용 편광필름을 공급하고 있다. 스미토모화학의 전임 요네쿠라 히로마사 회장은 고(故) 이건희 회장과 인연이 깊어,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이건희 회장과 한남동 승지원(삼성그룹 영빈관)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지난 2011년 대구에 웨이퍼 생산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다음날인 5일 히가시와라 토시아키 게이단렌 부회장 겸 히타치그룹 회장을 승지원에서 만났다. 이 부회장과 히가시와라 부회장은 오찬을 함께 하며 양사 간 반도체 분야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일본 최대의 전자제품 제조사인 히타치에 반도체를 납품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일본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쌓는데 큰 공을 들이고 있다. 한일 관계가 급격하게 악화됐을 때에도 일본 대표 전자부품회사 사장들로 구성된 ‘이건희와 일본 친구들(LJF)’ 멤버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저녁식사를 대접했고, 삼성전자도 일본 내 주요 부품·소재 협력업체 대표들을 초청해 ‘감사의 날’ 골프행사를 열었다. 이에 화답해 일본 재계는 2019년 9월 ‘일본 럭비 월드컵’에 이 부회장을 초청했는데, 당시 초청됐던 한국 기업인은 그가 유일했다. 삼성전자가 NTT도코모, KDDI 등 일본 1, 2위 통신사업자에게 5G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게 된 것도 이 부회장의 일본 내 인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인사는 “수출 규제 속에서도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에 기반한 ‘비즈니스 협력’ 관계로 반도체와 관련된 일본산 소재는 삼성전자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을 정도로 공급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피해를 본 일본 기업에 무리한 납기를 요구하지 않도록 일본 법인에 지시하는 등 일본 기업과의 신뢰 구축에 큰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부회장은 일본의 주요 파트너들에게 위로 서한을 보내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을 보고 매우 놀랐고 안타깝다. 종업원과 가족이 무사하기를 기원하며, 혹시 피해가 있을 경우 빠른 복구와 생산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썼다. 이재용 부회장은 매년 봄에는 일본의 주요 고객사들을 방문해 신춘(新春) 인사회를 갖고, 일본의 유력 부품·소재 기업들과도 정기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이런 경영행보는 부친 이건희 회장이 쌓은 일본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를 계승·발전해 나가겠다는 측면도 있다. 1987년 이병철 선대회장 타계 직후 고 이건희 회장은 당시 대학생이었던 이 부회장을 데리고, 히타치, 소니, 도시바 등 일본 주요 고객사들을 방문했다. 선대회장 타계 이후에도 삼성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일본 주요 고객사들에게 심어 주면서, 신뢰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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