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관계개선 국면에 등장한 이재용..민간외교관 자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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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재계의 실력자들과 연쇄 식사 회동을 하며 한·일 관계개선 국면에 전격 등장했다.
이 부회장과 일본 재계가 오랜 세월 각별한 신뢰 관계를 구축해온 데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워낙 방대한 만큼 향후 이 부회장이 민간외교관 같은 모종의 역할을 자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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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韓 핵심자산..모종의 역할 자처할 듯"
이 부회장은 전날(4일) 3년 만에 재개된 제29회 한·일 재계회의 참석차 방한(訪韓)한 도쿠라 마사카즈 스미토모 회장 겸 게이단렌 회장과 만찬을, 이튿날인 5일에는 히가시와라 토시아키 히타치 회장 겸 게이단렌 부회장과 오찬을 각각 진행했다. 도쿠라 회장이 전날 오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의 재계회의와 오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접견을 마친 뒤 곧바로 이 부회장과 저녁 식사를 같이 한 것이다.
그간 이 부회장은 일본 재계에 적잖은 공을 들여왔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피해를 본 일본 기업에 무리한 납기를 요구하지 않도록 일본 법인에 지시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이 부회장은 일본의 주요 파트너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놀랐고 안타깝다. 종업원과 가족이 무사하기를 기원하며 혹시 피해가 있을 경우 빠른 복구와 생산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적었다. 매년 봄 일본의 주요 고객사들과 신춘(新春) 인사회를 여는 한편 일본의 유력 부품·소재 기업들과도 정기적으로 교류해왔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일본 네트워크 구축은 선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의 영향이 컸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은 1987년 이병철 선대회장 타계 직후 히타치·마쯔시타·소니·도시바 등 일본 주요 고객사들을 방문할 때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이 부회장을 대동했다. 선대회장 타계에도, 삼성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 주려는 의도였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신경영 선포 직후 일본 핵심 전자부품 업체들과의 협력체인 ‘LJF(Lee Kunhee Japanese Friends)’를 출범시켰는데 이 부회장은 이를 통해 회원사들과도 돈독한 신뢰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韓 경제 엄중한 상황…JY 네트워크 활용해야”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 관계가 사상 최악으로 치닫던 2019년 9월 일본 재계가 한국 기업인 중 유일하게 이 부회장을 ‘일본 럭비 월드컵’에 초청한 것도 신뢰관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두 나라가 갈등관계 속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파트너임을 양국 국민에게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라며 “삼성전자는 신뢰에 기반한 ‘비즈니스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반도체와 관련된 일본산 소재를 차질 없이 공급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한국의 핵심자산”이라며 “지금과 같은 엄중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대한민국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준기 (jek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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