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바닥 드러낸 강, 쩍쩍 갈라진 밭..이탈리아 어쩌다 이렇게 됐나 [나우, 어스]
포 밸리 농가 생산량 반토막·수력발전량도 급감
낮은 강설량, 기온 상승, 기후변화 등이 원인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이탈리아가 4일(현지시간) 7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북부 5개 주(州)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가장 긴 강인 에밀리아로마냐주 등 포강(Po river) 주변으로 프리울리 로마냐,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 롬바르디, 피드몬트, 베네토 등은 최근 몇주새 70년 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길이가 650㎞에 달하는 포 강은 상당수 지류가 말라 붙었다.
정부는 성명에서 이번 긴급 조치 대상 지역은 포강과 알프스 동부 유역에 접한 지역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기간은 12월 31일까지다. 비상사태가 선포된 지역에서 정부는 형식적 절차를 생략하고 피해 지역 가정과 기업에 물 배급제와 같은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수 있다.
일단 정부는 가뭄 피해 농가 등의 지원을 위해 3800만 달러(약 492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포 강은 이탈리아의 커다란 저수지 역할을 한다. 많은 농가들이 의존하는 젖 줄이다. 포 강 유역에 농업이 발달한 곳을 ‘포 밸리’라고 부른다.
이번에 비상사태가 선포된 지역은 포도 등 주요 농업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현지 최대 농업연맹인 콜디레티(Coldiretti)는 이번 가뭄으로 파마 햄(Parma ham)이 생산되는 포 밸리(Po Valley) 지역 농장 생산량이 반토막 나는 등 국가 농업 생산량의 30% 이상 타격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을 경영하는 크리스티아노 피니는 도이체벨레(dw)와의 인터뷰에서 "상황이 이미 우려스러운데 앞으로 더 악화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가뭄이 계속될 수 있다. 모든 농부들이 남아있지는 않을 것 같다. 이미 일부는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그는 밀 생산이 평균 20~50%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포 강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호수인 가르다 호(湖), 맛지오레 호의 수위도 예년 이 맘 때 수준 보다 낮다. 수도 로마를 가로지르는 티베르 강 남부 일부 유량도 현저히 떨어졌다.
정부는 “극도로 건조했던 겨울과 봄에 이어 매우 더운 여름으로 넘어가면서 가뭄이 이탈리아 중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향후 추가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구 25만명이 사는 베로나 지역은 식수를 배급하기 시작했다. 밀라노는 분수대의 물을 잠갔다.
수력발전소 생산량도 급감하고 있다. 수력발전소는 국가 에너지 생산의 약 20%를 차지하는데, 대부분 북부 지역에 위치해 있다.
발전량이 줄면 우크라이나 전쟁 발(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이미 오른 전기 가격은 추가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7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발생한 원인은 낮은 강설량과 이상 고온이 우선 꼽힌다.
dw에 따르면 올들어 이탈리아 강설량은 80% 급감했다. 날씨는 5월 이후 예년 보다 섭씨 2도 이상 높은 고온이 계속되고 있다.
눈이 더 이상 내리지 않고, 고온이 있던 눈 조차 녹이면서 강으로 흘러들어야 할 물 공급이 줄었다.
장기적으로 이탈리아 지역의 기후는 변화하고 있다.
20년 전 만해도 이탈리아에서 비는 일정한 양으로 내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열대 기후의 특징을 보인다. 짧은 시간에 엄청난 양의 폭우가 쏟아졌다가 뚝 끊기는 현상이다. 기상학자들은 이를 '물 폭탄'이라고 표현한다.
한해 내려야 할 비가 이런 식으로 한꺼번에 내리면 강과 운하는 범람 우려가 있어 댐을 열어 물을 바다로 흘려보내야 한다. 정작 필요한 때에는 적당한 물 공급이 이뤄지지 못한다.
이번 비상사태 선포는 이탈리아 돌로미티 빙하 붕괴로 7명이 사망한 재난이 발생한 지 하루 뒤에 발표됐다.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4일(현지시간) 사고 현장을 찾아 “전례 없는 이번 사태는 의심할 여지 없이 환경·기후 상황의 악화와 관련 있다”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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