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 출발' 알린 나토 정상회의..우리 외교전략은?

홍수진 2022. 7. 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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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 열린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의 정상회의는 신냉전의 시작으로 기록될 거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또 중국의 위협을 처음 명시하고 우리나라 등 인도·태평양지역의 정상들을 처음 초청했는데요.
나토 움직임의 의미와 과제를 윤석준 성공회대 정치학과 교수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나토 정상회의에서 튀르키에(터키)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찬성 입장을 밝힌 후,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튀르키예 외교부 장관(왼쪽에서 세번째)과 마그델라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오른쪽 여성)가 악수하고 있다.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에서 네번째)과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켜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튀르키예(터키),스웨덴·핀란드 가입 찬성…러시아엔 역풍?

이번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서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마침내 9부 능선을 넘게 되었습니다.

이들 국가들의 나토 가입 신청서는 이미 지난달 18일에 공식 제출되었습니다.하지만 회원국들 중에서 튀르키예가 이들의 가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나토에 신규 회원국이 가입하려면 기존 모든 회원국들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튀르키예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자국내 쿠르드족 분리독립 세력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동안 사실상 반대의사를 표명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이번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서 스웨덴, 핀란드와 튀르키예가 이 문제 해결에 합의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나토의 동진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로서는 혹을 떼려다 오히려 다른 혹을 붙인 것과 같은 그리 달갑지 않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튀르키예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합의 이행 여부를 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최종적으로 반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최종 가입 완료까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변수가 남아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토가 새로운 전략개념에서 중국을 '위협'으로 명시한 이유는?

나토는 냉전 초기 '소련으로부터 서유럽 국가들의 안전보장'을 위해서 북미와 서유럽 국가들이 함께 결성한 일종의 정치 및 군사 동맹체입니다.

냉전 종식 이후 유럽 내 일부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그 유용성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탈냉전 시기 새로이 변화한 국제정세에 부합되는 새로운 나토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논의가 그동안 진행되어왔습니다.

그러한 결과가 바로 이번에 나토가 12년만에 새롭게 채택한 전략개념(strategic concept)에 담겨있는 것입니다.

그 주요 내용은 첫 번째로 기존 전통적인 군사안보 중심의 의제를 넘어 사이버안보나 기후안보와 같은 다양한 신흥안보의 문제를 다루겠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 기존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지역안보협력기구에서 아시아-태평양으로 확장된 글로벌안보협력기구로의 진화를 모색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에 나토는 냉전 이후 협력의 파트너로서 관계를 규정해왔던 러시아를 다시 위협의 대상으로 규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중국을 나토 역사상 처음으로 위협의 대상으로 명시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이번 나토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 지점으로서, 우리가 특히 주목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는 지점입니다.

현지시간 6월 30일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미국 앤드류 공군기지에 도착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등 인도·태평양 지역 정상들은 왜 초청했나?

방금 앞서 말씀드린 내용에서 나토가 지역안보협력기구에서 글로벌안보협력기구로 진화하려는 맥락에서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는 30개 회원국 정상들과 함께 한국을 포함한 총 8개 비회원국 정상들이 초청되었습니다.

사실상 핀란드, 조지아, 스웨덴, 우크라이나 등 4개국은 러시아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협력국으로 초청받은 것이고, 그리고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4개국은 중국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협력국으로 초청받은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한국 정상이 초청되었다는 것을 두고 단순히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의미로만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단순히 나토 정상회의 참석 여부를 두고 국내 정치권의 정쟁 구도대로 찬반으로 나뉘어 논하기보다는, 초당적 차원에서 다양한 외교 전문가들의 분석과 의견을 수렴해서 냉철하게 우리의 외교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윤석준 성공회대 정치학과 교수가 지난달말 열린 나토 정상회의의 의미와 우리의 외교전략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7월 5일 KBS2TV 지구촌 뉴스)


■중국과 유럽 사이?… "가치 지향적 외교전략 추구해야"

정권이 바뀌면 국내정책에서는 물론 외교정책에서도 일정 정도 변화가 불가피할 수 있습니다.

다만 외교정책의 경우에는 그 변화의 폭과 속도가 다양한 국내외 행위자들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수준이 될 수 있도록 그 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냉전 구도로 국제정세가 변화해가면서 이전보다는 어느 한쪽에 우리 외교의 무게 중심이 조금 더 실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을 유럽으로 대체하면 된다는 것과 같은 일부 관료들의 경솔한 발언이나 전략적 인식은 오히려 외교적으로 우리의 국익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오히려 신냉전 구도로 변화해가고 있는 지금 이러한 상황에서 소위 가치 지향적 외교에 보다 주목하는 외교전략을 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어느 편이나 진영에 서기 위한 대결적 세계관에 기반한 가치를 지향하기보다는, 기후변화와 양성평등과 같이 보다 보편적 성격의 글로벌 가치를 지향하는 외교적 전략으로 추구되어야 합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 상충되는 이해관계 속에서 기계적 균형을 찾기가 매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보편적 성격의 글로벌 가치를 적극 지향하는 외교전략을 추구한다면 이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균형적인 외교성과를 얻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홍수진 기자 (nodan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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