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호황'으로 돈 번 두나무, 전관 영입으로 국감 대비?
금감원 및 기자 출신도 多..'루나 국정감사' 의식했나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코인 호황'을 타고 막대한 부(富)를 쌓은 두나무가 압도적인 '맨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고액 연봉을 앞세워 금융감독원 간부부터 검사, 언론사 편집국장 등의 전관을 연이어 영입하면서다. 정보통신(IT) 기반 회사인 두나무가 개발 외 법조계 및 대관 인력 등을 대거 충원하기 시작한 배경을 두고 재계뿐 아니라 정계도 주목하는 모습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루나·테라 사태'가 국회 하반기 국정감사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두나무가 정치권 및 정부와 연이 닿는 전관을 이용해 '방어막'을 쌓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두나무는 '돈나무'?…'어닝쇼크'에도 쌓은 2000억
최근 들어 코인 시장은 차게 식었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며 시장에서 '움직이는 돈'의 양이 줄어든 탓이다. 여기에 상승세를 그리던 디지털 자산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다. 금리까지 오르자 '큰 손'부터 '개미들'까지 가상화폐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도 직격탄을 맞았다. 두나무의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6%, 영업이익은 46.9%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어닝쇼크'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작년보다 '덜' 벌었을 뿐, 쌓은 수익이 적지 않다. 두나무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 4268억원과 영업이익 287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급증한 덕에 두나무는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순위 44위에 올랐다. 이는 세아(45위), 한국타이어(46위), 이랜드(47위) 보다 높은 순위다.
두나무는 이렇게 쌓은 돈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두나무는 오는 2024년까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1000억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쌓인 돈을 기업의 성장뿐 아니라 사회의 성장을 위해 '착하게' 쓰겠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처우도 개선하고 있다. 두나무가 직원에게 지출한 복리후생비는 지난해 4분기 6억5873만원에서 올 1분기 70억6179만원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등기 및 미등기이사를 제외한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 여원으로 추산된다.
두나무는 '개발자 모시기'에도 주력하고 있다. 거래소의 시스템 안정성을 높이거나 새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실제 두나무는 지난해 12월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과 복지 혜택 등을 내걸고 모바일 앱(APP) 개발자 경력직 채용을 진행하기도 했다.
'억'소리 나는 연봉으로 불러들인 전관들
다만 재계가 주목하는 것은 두나무가 점차 IT 외 영역으로 '스카웃 시야'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두나무는 금감원 간부 등 고위 공직자를 포함해 법과 정치, 언론 등 소위 전관(前官)의 영역에서 영입을 활발하게 진행하는 모양새다.
두나무는 작년 7월 이해붕 금감원 핀테크현장자문단 부국장을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장으로 영입했다. 당시 업계에선 '전관예우'라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정부공직자윤리위는 이해상충과 업무 연관성 등을 검토한 끝에 이 전 부국장의 재취업을 허용했다. 금감원이 공식적으로 암호화폐 관련 관리 감독을 맡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및 정계 출신 인사도 두나무에 합류했다. 지난달 30일 공직윤리시스템에 기재된 '6월 퇴직공직자 취엄심사 결과 내역'에 따르면, 검사 출신인 A씨는 두나무의 최고법률책임자(CLO)로 등록됐다. A씨는 인천지검 부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근무했던 검사로, 지난해에는 법무부 정책기획단 검사로 활동하며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을 보좌했다. 당초 두나무는 '이해 충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A씨 영입 작업을 중단했었다. 그러나 최근 공직자윤리위가 A씨의 두나무 취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자 두나무가 최종 영입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언론사 간부 및 기자의 두나무행(行)도 활발히 이뤄지는 모양새다. 두나무는 지난 4월 국내 한 경제지의 편집국장 B씨를 홍보팀을 총괄하는 상무급 간부로 영입했다. B씨는 지난해 12월 국장으로 승진하기 전까지 정치 분야를 취재했다. 두나무는 B씨 외에도 한 통신사에서 이석우 두나무 대표를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던 기자 C씨와 방송사와 경제지 기자 출신으로 대기업 홍보팀에서 일했던 D씨 등을 올해 연이어 홍보팀으로 영입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모두 최소 20%에서 '억' 단위까지 연봉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벼르는 정부‧국회에 '수비대' 구축하나
정치권에서는 '타이밍이 공교롭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른바 '루나·테라 사태'가 하반기 국회 국정감사의 주요 화두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1위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전관을 연이어 영입했기 때문이다.
국감마다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를 불러 '호통'을 쳐왔던 정치권은, 오는 하반기 국감의 타깃으로 이석우 두나무 대표를 점찍어둔 모양새다. 여당은 별도의 '코인 청문회'까지 예고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5월24일 국회에서 열린 '가상자산 시장 점검 당정 간담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에 대한 보호"라며 "하반기 국회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청문회를 개최하겠다. 그만큼 사태가 중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한 재선 의원실 보좌관은 "코인이 한 가족의 죽음까지 부른 상황에서 국내 대표 거래소를 운영하는 두나무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사회안전망을 구성하는데 얼마큼 기여할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이석우 대표가 직접 국회를 찾아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기업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이 비례하지 않는다면 '좋은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며 "전문가가 아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이석우 대표의 책임이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의 출범 후 두나무를 비롯한 코인 관련 기업이 일제히 긴장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취임 직후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을 부활시켰다. 합수단은 1호 사건으로 '루나‧테라 사태'의 직‧간접적인 가해자를 수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달부터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이용자들에게 불리한 불공정 약관을 고쳤는지 점검하고 있다. 지난해 공정위는 업비트, 빗썸코리아 등 16개 거래소에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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