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이다!" 퍼레이드 군중위로 총탄 쏟아졌다..피로 물든 美독립기념일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2022. 7. 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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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노이주 총기난사에 6명 사망 40여명 부상
독립기념일 퍼레이드가 벌어지던 7월 4일(현지시각) 오전 한인들도 많이 사는 시카고 서버브 하일랜드 파크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abc7 방송화면. 뉴스1
미국 독립기념일일 4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에서 축제 퍼레이드 관람객을 겨냥한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으로 6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 19명 등 21명이 희생된 지 41일 만에 다시 한번 피의 참극이 일어난 것. 미국 최대 국경일 중 하나인 독립기념일에 벌어진 무차별 총격에 미국 사회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총기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피로 얼룩진 독립기념일

이날 총기 난사는 오전 10시 15분경 시카고 북부 하이랜드파크시에서 일어났다. 독립기념일을 맞아 열린 퍼레이드가 시작된 지 20여분 만에 한 상가 건물 옥상에서 건너편 관람객들을 향한 무차별 총격이 시작된 것. 성조기를 흔들며 축제를 즐기던 관람객들이 “총이다”라고 고함을 지르며 총격범을 피해 달리기 시작하며 퍼레이드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다. 총기 난사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일부 관람객들은 총소리를 불꽃놀이로 알고 느긋하게 이동하다 갑자기 아수라장이 된 축제현장에서 자녀들을 잃어버리는 등 대혼란이 이어졌다.

일리노이주 경찰은 이날 총격으로 6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사상자는 8세부터 85세까지 다양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총격범은 범행에 사용한 소총을 옥상에 버려두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경찰이 추가 총기 점죄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하이랜드파크시의 공포는 한동안 이어졌다.

뉴시스

총격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힌 것은 사건 발생 후 약 7시간가량이 지난 이날 오후. 경찰에 의해 용의자로 지목된 로버트 크리모 3세(22)는 차량 검문소에서 차량을 버리고 도주하려다 추격전을 벌인 경찰에 의해 제압됐다. 백인인 크리모는 고등학생이던 2016년부터 ‘어웨이크 더 래퍼’라는 이름으로 음악활동을 벌였으며 뮤직비디오 등에 대량살상을 연상시키는 이미지 등을 사용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행사에 참여한 영상을 올렸으며 1987년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기자회견장에서 권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버드 드와이어 공화당 상원의원의 영상과 함께 “정치인은 이렇게 연설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이랜드파크시는 유태인 인구가 많은 도시로 이날 총격도 유태인 축제음악이 연주되는 가운데 이뤄졌다고 지역 매체들은 전했다. 다만 경찰은 “범행 동기는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 “총기 난사 미국의 일상이 됐다”

뉴시스

미국 전역에서 불꽃놀이 등 대규모 행사를 갖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대표적인 국경일에 벌어진 참사에 미국은 충격에 빠졌다. 이번 무차별 총격은 유밸디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등으로 미 상하원이 29년 만에 총기 규제 강화법을 초당적으로 통과시킨 지 열흘 만에 일어났다. 한 목격자는 미 NBC방송에 “언제든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했다”며 “이제 총기 난사는 미국의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미국 총기 사건 추적 전문사이트 ‘총기 폭력(gun vilolence) 아카이브’에 따르면 4일 기준 올해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은 306건. 독립기념일 연휴인 2~4일까지 벌어진 총기 난사사건만 10건으로 사상자는 88명에 이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독립기념일에 미국에 슬픔을 안겨준 무차별 총기 범죄에 충격을 받았다”며 “총기 범죄와 싸우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미국의 총기 범죄 해결을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이 로버트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무고한 생명을 소총으로 앗아간 ‘악(evil)’은 형언할 수 없다. 총기난사는 매주 벌어지는 미국의 전통이 되고 있다”며 추가 총기 규제를 촉구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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