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해자 외면 미쓰비시, 중국 피해자엔 '강제연행 사죄' 비석 설치
일제 강점기 조선인의 강제노역 현장인 군함도(端島·하시마) 해저 탄광을 운영했던 미쓰비시 측이 중국인 강제 연행 피해자를 위한 추도비를 제작해 설치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거부하고 있는 이 기업이 중국인 피해는 공식 인정한 셈이라 ‘이중잣대’ 비판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쓰비시머티리얼은 지난해 11월 14일 나가사키시 변두리에 있는 한 공원에 ‘일중우호 평화부전(不戰)의 비’(이하 우호비)를 설치하고 제막식을 열었다. 당시 행사엔 중국인 피해자를 지원해온 사회단체 측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호비는 군함도 등에 강제 연행된 중국인 피해자 및 유족과 미쓰비시 측이 지난 2016년 6월 화해하면서 타결한 합의에 따라 건립됐으며, 전쟁 중 일본이 중국인을 강제연행해 강제노동을 시킨 사실이 명확히 기재돼 있다.
우호비 뒷면에는 “약 3만9000명의 중국인 노동자가 일본에 강제 연행됐다. 그 일부인 3765명의 중국인 노동자는 미쓰비시머티리얼의 전신인 미쓰비시광업 및 그 하청회사에 의해 사업소에 투입돼 열악한 조건 아래서 노동을 강요당했다. 그 사이에 722명이라는 많은 중국인 노동자가 숨졌다”고 일본어와 중국어로 새겨져 있다. 나가사키에 중국인 845명이 강제 연행됐으며 그 가운데 94명이 사망했다는 점도 명시했다. 또 미쓰비시머티리얼이 “중국인의 인권이 침해된 역사적 사실 및 역사적 책임을 솔직하고 성실하게 인정하고, 통절한 반성과 심심한 사죄, 애도의 뜻”을 표명했다는 등 중국인 피해자와 화해에 이른 내용 등도 소개됐다.
미쓰비시의 이런 태도는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입장과 대조된다. 미쓰비시는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 연행과 강제 노동을 부정하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 측이 중국과 한국에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본이 중국 및 한국과 수교하면서 발표하거나 체결한 정부 문서 혹은 협정에는 국가 간 배상이나 권리 등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내용이 각각 들어 있다. 일본 정부는 1965년 체결한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강제징용 문제는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면서 강제노역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자국 기업이 중국인 피해자에겐 돈을 지급한 것을 묵인했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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