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진보-보수 경계 없이 사회서비스 혁신 견인해야"
사회서비스 건강한 공급 주체로 사회적경제 호명
공공성과 혁신성 도전 지원하는 정책 제안 쏟아져
지난 5월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사회서비스 혁신을 통한 복지·돌봄서비스 고도화’에서 사회적경제를 언급하며 공급 다변화를 예고했다. 지난 정부에 이어 사회서비스의 건강한 공급자로 사회적경제조직이 언급된 것은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과 지역사회 연대, 부패 방지 등 사회서비스 품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다시, 지역과 시민의 삶 속 사회적경제 꽃 피우기: 새 정부가 주목하는 과제와 사회적경제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제18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에서는 돌봄, 의료, 주거 등 분야에서 사회서비스 제공과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짚은 뒤 다양한 정책 제안을 쏟아내 눈길을 끌었다. 이 포럼은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와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공동주관하고, 행복나래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은 지난 6월 발간한 ‘2022 사회적경제 정체성 보고서’를 인용하며, ‘시민들의 자발적 결사를 바탕으로 조직되고 구성원들이 민주적으로 작동하며, 국가 및 시장으로부터 자율성을 지켜나가면서 연대의 실천을 통해 우리 시대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경제 활동’으로 ‘사회적경제’를 정의했다. 그는 사회적경제는 진영의 좌·우로 기획되는 것이 아니라며, “국가나 시장과는 다르게 ‘사회의 필요·우리의 필요’를 조직화하는 독자적인 기획으로 정체성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과 이승석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대표, 김현대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는 환영사에서 “사회적경제는 삶이 어렵고 힘들 때, 공동의 힘으로 스스로 만들어내는 경제로서 보수와 진보에 관계 없음”을 강조하며, “사회적경제의 의미와 다양성에 공감하고 마음을 모아 토양을 일구어 씨앗을 뿌리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7월1일은 2008년도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된 날이자 돌봄을 제공하는 요양보호사의 자격이 처음 갖춰져 시행된 날이다. 민동세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이사장은 “처우개선을 요구해 온 요양보호사들이 이날을 요양보호사의 날로 정했다”며, “사회보장으로서의 사회서비스가 정책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 그 서비스를 전담하는 종사자들은 매우 열악한 노동권에 갇혀있는 형국”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민동세 이사장은 “‘사회’와 ‘경제’를 분리하지 않는 ‘사회적경제’의 관점에선 ‘시장’이 단순히 서비스 전달 수단이 아니라, ‘복지’와 ‘경제’의 매개 고리가 될 수 있다”며, “사회적경제는 사회서비스의 보편적 확대와 공공성을 보장하는 경제활동조직으로서 돌봄종사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현장 중심의 민주적 운영원리를 지닌다는 측면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지훈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커뮤니티케어본부 부장은 2019년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변화 방안으로 제안됐던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통합돌봄)’ 정책에 대응해 시행 중인 ‘재택의료센터’ 서비스를 소개했다. 커뮤니티 케어란 생활·거주 공간에서 필요한 돌봄과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지역중심의 사회서비스 전달체계를 일컫는다.
재택의료센터에 서비스 의뢰가 들어오면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물리치료사가 한 팀으로 방문해 초진을 진행한다. 이후 팀 단위의 사례회의를 거쳐 케어플랜을 수립하고, 방문진료로 당사자와 세부적인 내용을 공유·조정해 일련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장지훈 부장은 “지난해 74명이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여전히 법으로 규정되지 않아 시범 서비스로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택의료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서비스 비용을 현실화하는 한편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팀으로 활동하며 지역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회서비스란 ‘개인과 사회의 복지를 증대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국가가 공급하는 서비스'를 말하며, 구체적으로는 복지, 보건의료, 교육, 고용, 주거, 문화, 환경 등 일곱 가지 범주를 포함한다. ‘사회주택’은 주거 분야의 사회서비스의 사회적경제 주체로 손꼽힌다. 마지막 발제에 나선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은 “영리 추구가 극대화된 민간시장과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구조의 공기업의 중간지대에서 적정한 영리와 공공성을 추구하는 사회주택이 주택 공급 시장의 안정성에 기여하는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 뒤엔 노대명 한국사회보장정보원장을 좌장으로 김혜원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 홍진주 마포구고용복지지원센터장, 지영철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과장이 참여해 발제자들과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김혜원 교수는 “사회적경제가 제공하는 사회서비스의 높은 품질 보장을 위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과감한 투자를 강조했다. 최영미 대표는 “취약계층의 고용과 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 제공을 중심으로 설계된 현재 사회서비스 유형의 사회적기업과 사회적협동조합 정책이 사회서비스 현장의 수요를 기반으로 더욱 다변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진주 센터장는 “새로운 사회서비스 발굴에 대한 기대와 필요성에 부합하는 장기적 관점의 정책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영철 과장은 “보건복지부의 주관으로 민관합동 사회서비스혁신 TF가 발족된 상태라며, 현장의 의견에 귀기울이며 TF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대명 원장은 “사회적경제의 정체성은 계속해서 변화하면서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지역사회’와 ‘노동’의 문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모색을 꾸준히 하면서 준비하면서 실력을 키워갈 시기”라고 짚었다.
글·사진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수석연구원 gobogi@hani.co.kr
※ 제18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 자료집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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