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반복되는 '너는 어땠는데?' 화법, 도어스테핑 어쩌나
4년 전 미국 트럼프의 '왓어바우티즘(그쪽이야말로)' 화법 연상
도어스테핑 시도 참신했지만, 멈추거나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또 출근길에 '전 정부'를 언급했다. 5일 오전 윤 대통령은 출근길에 잇따른 인사 실패 논란에 대해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며 날 세워 반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용산 대통령실로 들어서 여느 때와 같이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사전에 인사 검증가능한 부분들이 많지 않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엔 손가락을 흔들며 "다른 정권 때하고 한번 비교를 해보라"고 말한 후 빠르게 자리를 떴다.
윤 대통령은 바로 전날에도 같은 자리에서 장관 후보자 의혹에 대한 질문에 "전 정부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도덕성 면에서 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들과 비교될 수 없다"고 답했다. 정권이 교체된 후 전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는 일은 당연하지만, 사안마다 지나치게 전 정부를 꺼내들며 정작 필요한 답변을 피하는 모습에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전 정부는 더 심했다'라는 피장파장의 오류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이날까지 총 23차례의 출근길 도어스테핑을 진행했다. 제왕적 대통령 이미지 탈피를 피하고 언론과 접점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호평도 적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곧장 속보 및 주요 뉴스로 보도되면서 연일 이슈를 끌어오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이 계속해서 불필요한 논란을 낳으면서 '이제 도어스테핑을 멈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건희 여사 비선 의혹에 "대통령을 처음 해봐서"라고 답하거나(6월15일), 고용노동부 주52시간제 개편 추진 발표와 관련해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한 점(6월24일) 등이 대표적이다. 특별한 대본 없이 윤 대통령의 '개인기'로 진행되다보니 참모들도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그 중에서도 윤 대통령의 이른바 '피장파장' 화법은 도어스테핑 답변의 가장 뚜렷한 특징으로 꼽힌다. 한 마디로 '너는 어땠는데?' 식으로 받아치는 형식이다. 윤 대통령은 현 정부 인사나 정책과 관련한 질문에 '전 정부는 어땠나' '전 정부는 더 심했다'는 답변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상대에 대한 지적으로 나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점에서 피장파장의 '오류'라고 주로 정의된다.
4일과 5일 인사 실패와 관련해 '전 정부 도덕성'을 꺼내든 답변에 앞서서도 윤 대통령은 6월8일 검찰 편중 인사 지적에 "과거엔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6월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관련 수사 등에 대해 '정치보복' 논란이 일었을 때도 "민주당 정부 땐 안했느냐"고 반문했다. 6월22일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겨냥해 "바보 같은 짓"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화법을 두고 윤 대통령이 대선 당시 약속했던 '통합'을 위한 언어보다 여전히 '분열'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갑자기 중단하는 것도 부담, 재정비 필요성 제기
이러한 화법은 사실 낯설지 않다. 4년 전 미국에선 '왓어바우티즘(whataboutism)'이라는 용어로 회자된 적 있었다. 왓어바우티즘은 'What about~?(넌 어떻고?)'에서 유래한 말로, 언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화법을 분석할 때 이용되곤 했다.
당시 트럼프는 자신의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이 더 심각하다"고 답변하고, 또한 북한 비핵화에 대한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에 "버락 오바마(전 대통령)였다면 북한과 미국은 이미 전쟁을 벌였을 것"이라고 반박하며 자신을 우위에 두고자 했다.
정부의 인사 실패 논란과 이에 대한 윤 대통령의 메시지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취임 석 달도 되지 않아 윤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데드크로스(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현상)를 기록하면서, 여권에서도 국정 운영 동력이 상실될까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히 논란만 가중시키는 도어스테핑을 이젠 멈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한번 시작한 만큼, 갑자기 중단하는 것 역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통을 늘리겠다는 도어스테핑 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됐던 만큼, 향후 진행 횟수를 줄이거나 방식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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