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쇼' 논란으로 마무리 돼버린 尹대통령의 첫 해외순방
(시사저널=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첫 해외순방을 마무리했지만 '여진'이 이어진다. 초반부터 의전 논란이 불거졌던 순방은 '백지·빈 모니터' 사진까지 돌출되며 끝까지 구설수에 오르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내각 인선에 순방 잡음까지 더해지며 흔들린 지지율은 결국 부정평가가 더 높게 나오며 정국 운영에 경고등이 켜졌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을 방문했던 윤 대통령의 업무 사진 공개를 놓고 여권에서도 '참모진이 초를 쳤다'는 탄식이 나온다.
논란은 지난 3일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스페인 방문 당시 촬영했던 사진 12장을 공개하면서 촉발됐다. 사진에는 윤 대통령이 문서를 넘기며 업무를 보는 모습과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는 장면 등이 담겼고 모두 '윤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를 준비 중인 모습'으로 소개됐다.
그런데 사진 공개 후 온라인에서는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백지화 하겠다는 깊은 뜻인가'라는 웃지 못할 비유와 조롱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이 응시하던 사진 속 문서는 백지였고, 모니터 역시 내용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급기야 첫 순방에서 '사진쇼를 했다' '설정샷 찍으며 업무본다고 하나'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대통령실 해명이 나왔지만 논란을 가라앉히진 못했다.
당초 대통령실은 "순방 관련 사진 가운데 윤 대통령이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사진 속의 빈 모니터 화면은 현지에서 대통령이 국무회의 안건을 결재한 직후 화면이 사라진 상태를 찍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명 이후에도 '그럼 백지 문서는 어떻게 된건가'라는 의문은 계속됐다. 이에 대통령실은 '보안상 이유'를 들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대통령 사진을 공개할 때는 대통령이 보는 모니터나 서류 등 무엇이 됐든 거기 들어간 내용은 가능한 들어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당연히 보안이나 여러 이유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모니터도 어떨 때는 빈 모니터를 잡기도 하고 종이도 가능한 글씨가 덜 적힌 것 내지, 공개해도 되는 것을 공개한다. 사진이나 자료가 벽에 걸려 있으면 '블러'(흐림) 처리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주의를 기울여서 사진을 내보내는 건데 그런 것을 갖고 쇼를 했다든지 그런 식으로 왜곡하는 건 상당히 안타깝다"라며 "저희는 상당히 주의를 기울여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현지에서 과연 별도 회선을 연결해 국무회의 안건을 의결한 것이 맞는지, 왜 처음부터 보안상 이유라고 설명하지 않았는지 등을 두고 설왕설래는 계속됐다.
파장이 더 커진 건 3박5일 동안의 순방에서 이같은 논란이 연이어 불거졌기 때문이다.
나토 측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윤 대통령이 눈을 감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고, 대통령실이 교체를 요청하자 뒤늦게 다른 사진으로 바꿨다. 당시 사진은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 자격으로 참석한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4개국 정상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함께 촬영한 것이었는데 윤 대통령만 눈을 감고 있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노룩(No look) 악수'에 이어 눈 감은 사진까지 나오며 외교적 결례냐 의전 실패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스페인 국왕 부부와 악수 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는 모습 등 여러 장면이 동시에 도마에 올랐다.
논란이 거듭되면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도 영향을 받게 됐다. 통상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이후 국정 지지율이 오르는 흐름을 보이지만 이번에는 그런 효과가 확인되지 않아서다. 오히려 순방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정부 국정 지지율은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를 보이는 등 하락 추세를 끊지 못하는 상황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백지·빈 모니터' 사진 공개 파장이 이어지는 데 대해 "카메라맨들이 연출하라니까 연출하다 그렇게 됐을 것"이라며 "우리도 들어올 때 다시 들어오라고 하고 악수하는 장면 연출하고 그러니 귀엽게 봐주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그러면서도 대통령실의 미숙한 업무 처리를 지적하며 "하여튼 참모들은 문제가 많다. 아무리 그래도 그럴듯하게 연출을 해야 하는데"라고 참모진을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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