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아이브·르세라핌·빌리, 왜 日 멤버는 흔한 일이 됐나

이재훈 입력 2022. 7. 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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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4세대 걸그룹 일본인 멤버 활약 눈길
XG처럼 한국 기반으로 활동에도 전원 일본인 구성도
'갸루피스', 한일 혼종 K팝 문화의 하나

[서울=뉴시스] 일본인 멤버 지젤이 포함된 에스파. 2022.06.28.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지젤(에스파), 레이(아이브), 사쿠라·카즈하(르세라핌), 마시로·히카루(케플러), 츠키·하루나(빌리), 리리카·하나(아일리원)….

최근 4세대 K팝 걸그룹에 일본인 멤버가 다수 포진돼 눈길을 끈다. 이들은 능숙한 한국어와 눈에 띄는 외모·실력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물론 1997년부터 시작된 1세대 걸그룹 시절부터 일본인 멤버가 포함돼 있었다. 'S.E.S'에 재일교포 출신 슈가 있었고, 1.5세대 걸그룹 '슈가'에 합류한 아유미는 팀에 대한 주목도 이상으로 눈도장을 받았다. 1998년엔 아시아 첫 한일(韓日) 합작 아이돌 걸그룹 '써클'이 등장했다.

2세대엔 걸그룹 멤버 국적이 다변화된다. '소녀시대' 티파니·제시카, '카라' 니콜, '2NE1' 산다라박 등 일본이 아닌 해외 교포 등이 대거 포함됐다. 'f(X)'엔 대만계 미국인 엠버와 중국인 멤버 빅토리아가, '미쓰에이(MISS A)엔 중국인 페이·지아가 포함돼 있었다.

3세대엔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좀 더 다채로워진다. '트와이스'엔 사나·미나·모모 등 일본인 멤버 3명과 함께 대만 멤버 쯔위, '블랙핑크'엔 태국 멤버 리사가 포함돼 있다. '씨엘씨(CLC)'엔 태국인 손, 중국인 엘키가 있었다. '우주소녀' 역시 데뷔 초창기 중국인 3명이 함께 했다. 3.5세대로 분류 가능한 '아이즈원'은 한일 합작 그룹이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 4세대 걸그룹엔 일본인 멤버 합류가 흔한 일이 됐다.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예 걸그룹 '엑스지(XG)'의 경우 일곱 멤버 전원이 일본인이다. '니쥬' 역시 전원 일본인 구성으로,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JYP엔터테인먼트가 프로듀싱한 K팝 걸그룹으로 분류된다.

빌리 멤버 츠키가 일본 내 한류 개척자로 통하는 '아시아의 별' 보아(BOA)를 롤모델로 삼은 것에서 보듯, 일본의 10~20대들은 K팝을 보며 가수의 꿈을 키운 경우가 부지기수다. 특히 소녀시대·카라, 트와이스·블랙핑크로 이어지는 2·3세대 대표 한류 걸그룹들은 일본 청소년들의 롤모델로 통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걸그룹 IVE(아이브) 멤버 레이가 5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두 번째 싱글 앨범 'LOVE DIVE' 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를 하고 있다. (사진=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2.04.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아이즈원 일본인 멤버들 상당수가 소녀시대를, 아이즈원 출신으로 현재 르세라핌에 몸 담고 있는 사쿠라는 레드벨벳을 롤모델로 꼽기도 했다.

최근 두 번째 싱글 '마스카라(MASCARA)'를 발매한 XG 멤버들은 소속사 재이콥스(XGALX)를 통해 "5년 전 연습생 때부터 한국어를 공부해왔고,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연습을 하고 데뷔를 한 지금까지 한국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엄격한 기준을 가진 K팝의 본고장인 한국에서 인정받고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황선혜 정보경영이노베이션전문직대학(iU) 객원교수(전(前)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 일본센터장)는 최근 K팝 걸그룹에 일본인 멤버가 다수 포함된 현상에 대해 "K팝이 철저하게 시스템화·모듈화됐기 때문"이라고 봤다.

일본은 세계 단일국가 음악시장에서 미국 다음으로 2위에 올라 있다. '자발적 음악산업' 역사도 깊다.

황 교수는 "일본에서 좋은 것을 받아들이고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프로듀싱 시스템이 먹혀 들어가는 것"이라고 봤다. 보아, 트와이스를 통해 성숙·축적된 노하우가 니쥬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음악은 드라마, 영화와 달리 현지 전략이 굉장히 요구되는 장르다. 자막만 현지어로 하는 로컬라이즈와 음악은 전혀 구조가 다르다. 번역만으로 음악세계관을 전달할 수 없다. 라이브라는 흥행수익이 큰 산업인만큼 시대상황과 거기에 따른 비즈니스 전략이 민감하다"고 짚었다.

그래서 "일본인 멤버의 그룹 탄생은 K팝의 글로벌 전개의 진화와 시스템화 발전"이라면서 "인적교류와 산업교류를 통한 한일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한국이 수익을 다 가져간다는 옛날 스타일의 비난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2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 데뷔 앨범 'FEARLESS'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멤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카즈하, 김채원, 김가람, 미와야키 사쿠라, 홍은채, 허윤진. 2022.05.02. 20hwan@newsis.ccom

음악은 무국적과 혼종적 매력이 동반되는 장르라는 얘기다.

황 교수는 "드라마·영화는 제작국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 사회적 배경, 사회상이 하나의 볼거리와 메인 스토리텔링, 그리고 인류의 보편성으로 성공을 끌어내야 하는 장르다. 그런데 음악은 아니다. 세계적 트렌드와 무국적, 혼종적 매력이 요구되고 어느 나라 음악을 들어야지 보다는 듣다보니 한국 거, 일본 거다. 영어 가사를 넣는 이유도 그렇다"고 풀이했다.

최근 K팝 문화에서 한국과 일본의 혼종적 매력을 보여준 사례는 '갸루 피스'다. '갸루'는 걸(Girl)의 일본식 발음이다. 태닝한 피부·짙은 눈화장·금발 등이 상징이었던 1990년대 일본에서 유행했던 패션 문화다. 평화를 뜻하는 피스는 손가락으로 만드는 '브이(V) 포즈'를 가리킨다.

갸루 피스는 이 브이를 뒤집은 포즈로, 갸루족들이 주로 사진을 찍을 때 취한 동작으로 알려졌다. 최근 아이브 일본인 멤버 레이가 K팝 문화이자 'MZ세대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최근 다른 K팝 4세대 걸그룹 사이에서도 이 동작이 유행했다.

일부에선 한때 일본에서 유행한 문화를 수용하는 게 한국 정서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긴 하다. 하지만 엄지·검지 손가락을 이용해 만드는 K-하트가 일본 등지에서 유행하는 것을 보면 문화 혼종이라는 해석에 더 설득력이 실린다.

황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교류는 생각 외로 스피드가 엄청나다. 지금 일본 스타들이 사진 포즈를 정할 때, 손가락 하트포즈를 종종 택한다"면서 "지금 SNS로 한국과 일본이 실시간으로 정보교류가 가능한 시대에 혼동과 흡수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고 봤다.

"갸루피스는 일본의 서브컬처 등으로 설명 가능하겠지만 문화 행위에 대해 그렇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10~20대는 '왜'라는 질문에 힘들어한다.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재미와 귀여우니까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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