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왔는데 아파트 인터폰으로 비하·욕설..대법 "모욕죄 해당"

자녀·손님 있는 상황에서 인터폰 스피커폰으로 인성 비하
무죄 선고 2심 뒤집어..대법 "공연성 인정된다 볼 수 있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22.3.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평소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던 위층 거주자가 직장 동료를 초대해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로 수화기가 없는 인터폰을 통해 자녀 교육과 인성을 비하하는 욕설을 했다면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모욕죄로 기소된 A씨와 B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2019년 7월 위층에 거주하는 C씨에게 아파트 내부 인터폰으로 자녀 교육과 인성을 비하하는 욕설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C씨의 집에는 C씨의 아들 외에도 직장동료와 자녀 2명이 있었으며 이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인터폰은 송수화기 없이 스피커를 통해 대화 내용이 집안으로 들리는 형태였다.

평소 C씨와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A씨와 B씨는 C씨의 집에 손님이 방문한 것을 알면서도 심한 욕설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인터폰으로 욕설을 한 경우 모욕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전파가능성)을 충족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1심은 전파가능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A씨 등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사건의 발언을 들은 사람이 불특정 다수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C씨의 직장동료가 욕설을 들었어도 다른 지인들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전파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의 무죄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먼저 욕설을 들은 C씨의 직장동료가 비밀의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는 관계라고 보긴 어렵다고 봤다.

아울러 층간소음을 행위자의 인성 및 자녀교육 문제로 연결한 자극적인 발언이 사람들 사이에서 쉽게 얘기될 수 있으므로 전파가능성을 쉽게 부정해선 안되며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아파트 인터폰이 별도의 송수화기 없이 스피커로 울려 나오는 구조인데다 A씨 등이 이를 인식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발언의 전파가능성에 관한 A씨 등의 미필적 고의를 부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sewry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