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센코, 러시아 대통령 꿈꾼다"..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의 경고 [김태욱의 세계人터뷰]

김태욱 기자 입력 2022. 7. 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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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친러' 국가인 벨라루스가 참전해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 방송매체 FOX뉴스는 지난달 25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군은 (개전 이후) 최초로 벨라루스 영공에서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며 "양국(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됐다"고 전했다.

- 최근 개전 이래 최초로 벨라루스 영공에서 러시아군 미사일이 우크라이나를 폭격하자 '벨라루스가 곧 참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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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 라투슈코 전 벨라루스 문화부 장관 "루카센코, 직접 전화해 살해 협박.. 러시아에 나라 바쳐"
머니S는 지난달 29일(이하 한국시각)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우려가 제기된 ‘친러’ 국가인 벨라루스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벨라루스 문화부 장관을 역임한 파벨 라투슈코 국가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과 비대면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머니S와 인터뷰 중인 라투슈코 위원장(왼쪽)과 지난 2020년 9월3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로이터와 인터뷰를 갖는 라투슈코 위원장. /사진=김태욱 기자(왼쪽), 로이터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친러' 국가인 벨라루스가 참전해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 방송매체 FOX뉴스는 지난달 25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군은 (개전 이후) 최초로 벨라루스 영공에서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며 "양국(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군 폭격기 6대가 벨라루스 영공에서 순항미사일 12발을 발사했다"며 "이는 벨라루스를 참전시키려는 러시아의 의도"라고 발표했다. 양국 사이 긴장은 알렉산드르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 2일 "우크라이나군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발표하며 격화됐다.

머니S는 정확한 사실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29일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인 파벨 라투슈코 국가비상대책위원회(National Anti-Crisis Management) 위원장과 비대면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라투슈코 위원장은 루카센코 행정부에서 프랑스 대사와 스페인 대사, 폴란드 대사, 문화부 장관을 역임한 인물로 AP통신이 "벨라루스 야권 인사 중 루카센코 행정부에 대해 가장 정통한 인물"이라고 평가한 인사다.

이날 "독재자 루카센코에게 대통령이라는 호칭은 부적절하다"고 말문을 연 라투슈코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은 벨라루스를 이용해 대러 제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국제사회에 2가지를 요청하고 싶다"고 밝혔다.


"푸틴의 꼭두각시 루카센코, 국가 팔아넘겨"


사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 최근 개전 이래 최초로 벨라루스 영공에서 러시아군 미사일이 우크라이나를 폭격하자 '벨라루스가 곧 참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달)25일 폭격이 벨라루스에서 우크라이나를 향한 첫 공격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최초'라고 잘못 발표한 것을 전 세계 매체가 그대로 인용하면서 잘못 알려진 것이다. 사실 러시아의 첫 우크라이나 미사일 폭격도 벨라루스 영토에서 시작됐다. 구체적으로 지난 2월23일 밤11시(현지시각) 우크라이나를 향한 첫 미사일은 벨라루스에서 발사됐다. 이는 러시아 영토에서의 첫 우크라이나 공격이 이뤄진 지난 2월24일 오전 4시(현지시각)보다 무려 5시간이나 빠르다. 루카센코 본인도 벨라루스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벨라루스 소식통은 이날 기준 지난 4개월 동안 약 700발의 미사일이 벨라루스 영토와 영공에서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됐다고 밝혔다.

- 루카센코 대통령이 지난 4개월 동안 러시아를 적극 지원하고 있었다는 것인가.

▶그렇다. 루카센코는 푸틴의 꼭두각시다. 지난해 말 격화된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갈등이 대표적 사례다. 벨라루스 국방부 내 소식통에 따르면 루카센코는 폴란드와 갈등을 일으키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폴란드와 벨라루스의 갈등은 지난 2020년 벨라루스 부정선거(대선) 직후 자신을 겨냥한 서방의 제재에 대한 분풀이 성격도 있지만 근원적으로는 푸틴 대통령을 위한 것이었다. 벨라루스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몇몇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전직 군인들을 데려와 이들을 벨라루스 Vidishki 지역 훈련소에서 훈련시켰다. 벨라루스는 폴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국인 점을 고려해 폴란드 국경선은 넘지 않는 선에서 도발을 감행했다. 벨라루스 국방부 계획은 '벨라루스 군인들과 용병들이 폴란드 군인들을 자극해 마치 폴란드가 군사적 충돌을 유발한 것처럼 꾸는 것'이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이 (지난 1939년 11월) 핀란드 침공 직전 택한 전략과 유사하다. 실제로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에서는 끝없는 갈등이 보고됐으며 이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대통령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 벨라루스-폴란드 갈등이 푸틴 대통령에게 어떤 도움을 줬나.

▶국경 갈등 직후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 않나. 이때 러시아 당국은 자국민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은 비단 '러시아 대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 대 우크라이나·NATO'의 격돌"이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됐다. 즉, 국경 갈등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자국민에게 전쟁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루카센코는 대표적인 친러 성향의 러시아 언론인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와 인터뷰에서 "키예프 장악까지 3일 정도 걸리지 않겠는가"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갈등은 큰 도움이 된다. 이밖에 국경 갈등은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조'였다. 푸틴 대통령은 해당 갈등을 통해 유럽 등 서방에 대러 정책을 대폭 수정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사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인 지난 2월17일(현지시각) 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러시아·벨라루스 합동 군사훈련 현장에 방문한 모습. /사진=로이터
- 벨라루스군의 참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방금 언급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용병들의 참전 가능성도 있나.

▶벨라루스 병력으로만 구성된 단일 부대가 우크라이나를 직접 침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벨라루스군은 규모나 능력 모두 형편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벨라루스군)은 이미 푸틴 대통령을 충실히 돕고 있다. 벨라루스는 대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지역에 배치함으로써 우크라이나·벨라루스 전운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러시아와 싸우기 바쁜 우크라이나는 벨라루스 국경에도 병력을 배치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치열한 접전을 펼치는 (동부) 돈바스 지역에 필요한 병력을 배치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용병들은 현재 대부분 고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파악된다.

-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 러시아는 벨라루스와 합동 군사훈련을 명분으로 대규모 병력을 벨라루스에 주둔시켰다. 해당 병력 대다수가 그대로 우크라이나 침공에 동원됐다. 벨라루스가 친러 국가라는 점을 감안해도 대규모 러시아군 주둔은 벨라루스에게 큰 부담이었을 것 같은데.

▶벨라루스 역사상 현재와 같은 대규모 러시아 병력이 주둔한 적은 없다. 분명 큰 부담이다. 러시아도 이 같은 점을 의식했는지 합동군사 훈련 당시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들이 주둔하는 이유에 대해 적극 설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벨라루스가 친러 국가를 넘어 이제는 러시아가 사실상 장악했다는 점이다. 수많은 민간 시설들을 러시아군이 사용하고 영토의 많은 부분은 사실상 러시아군의 통제하에 있다. 친러 국가가 러시아에 장악되기 직전의 상태에 놓인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는 루카센코가 벨라루스 국익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게 영토까지 제공하는 것이 벨라루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 루카센코가 이처럼 무리하게 푸틴 대통령을 돕는 이유는 무엇인가.

▶크게 2가지다. 첫번째는 경제적인 이유다. 벨라루스는 지난 2000~2019년 약 20년동안 러시아로부터 1200억달러(약 155조7600억원) 규모의 지원을 받았다. 지금도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경제적 지원이 없으면 생존하기 어렵다. 두번째는 루카센코의 개인적 야망 때문이다. 루카센코는 앞으로 자신이 러시아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허황된 꿈을 꾼다. 벨라루스 대통령이 러시아 대권주자로 거론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루카센코는 그것을 충분히 믿을 사람이다. 먼훗날 벨라루스-러시아 연방 선거가 치러질 경우 그는 유력 대권주자로 거듭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또 그것을 위해 친러 행보를 걷는 중이다. 그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국가를 러시아에 갖다 바친다는 점이다. 벨라루스의 차기 대선이 열리는 오는 2025년까지 벨라루스 야권이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일부로 전락할 것이다.


"루카센코, 직접 전화해 '살해하겠다' 위협… 놀라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달 29일(이하 한국시각) 머니S와 인터뷰 중인 파벨 라투슈코 국가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왼쪽)과 라투슈코 위원장이 지난 2020년 8월25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조사위원회 조사실로 향하는 모습. /사진=김태욱 기자(왼쪽), 로이터
- 루카센코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은 어떤가. 참모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중시하나.

▶루카센코의 모든 참모들은 겁에 질려 있다. 정상적인 대통령실, 혹은 내각과는 거리가 멀다. 문화부 장관을 역임할 당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하루는 루카센코의 의중을 묻지 않고 독자적으로 결정을 내려 실행에 옮긴 적이 있다. 정확히 6일 뒤 루카센코는 내게 전화해 '조심해. 배신하면 죽일거야' 라고 말했다. 사실 크게 놀라지도 않았다. 당시 내가 내린 결정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힐 수 없다. 하지만 장관이 내린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전화해 살해협박을 하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의 모습인가. 사실 그 이후 두번째 살해 협박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그는 '너를 교수형에 처할 거야'라고 위협했다. 당장 90년대 후반 빅토르 한차르 벨라루스 부총리도 살해당하지 않았는가. 이것이 벨라루스의 현실이다. 지난 2020년 부정선거 직후 반정부 시위대가 도시 곳곳에서 행진하자 그는 시민들을 사살했다. 현재 벨라루스에는 1233명의 정치범이 수감 중이다. 국제사회는 민주주의를 짓밟고 자국민을 사살하는 루카센코에 더욱 강력한 제재를 부여해야 한다.

- 한국과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벨라루스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현 제재로는 부족하다. 이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 전 세계 모든 민주진영 국가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다. 국제사회는 현재 벨라루스와 러시아에 각기 다른 강도의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푸틴 대통령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러시아뿐 아니라 벨라루스에서도 제품 판매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 벨라루스에서 판매를 이어간다면 결국 러시아에 판매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루카센코는 국제사회가 대러 제재안을 설계할 때 꼭 고려해야 하는 인물이다.

- 다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돌아오겠다. 유럽 내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양보하더라도 러시아와 종전에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토를 내주는 조건으로 합의한다면 푸틴 대통령은 다른 유럽국가들을 연쇄 침공할 것이다.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라트비아 모두 안전하지 않다. 심지어 5년 뒤 프랑스 파리도 러시아의 위협에 시달리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패배는 모두의 패배다. 벨라루스가 좋은 예다. 지난 2020년 벨라루스의 부정선거 이후 서방은 루카센코 행정부에 강력한 제재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 결과 루카센코는 현재 러시아의 침공을 적극 돕고 있다. 역사에는 모든 교훈이 담겨있다.

- 마지막으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러시아를 고립시키기 위해서는 벨라루스를 고립시켜야 한다. 더욱 강력한 제재가 절실하다. 제재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민들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수단이다. 러시아는 현재 벨라루스와 러시아 자국민들의 사상을 통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벨라루스 내 10개 TV채널 중 9개가 러시아 방송이다. 아울러 전 세계에 청한다. 벨라루스에는 해외에서 교육받고자 하는 국민이 많다. 이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더욱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에 특별히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우리(벨라루스 야권)는 방금 언급한 러시아와 치열한 정보전을 치르고 있다. 한국은 IT선진국이다. 우리는 루카센코와 푸틴 대통령에 맞서기 위해 한국과 같은 IT선진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벨라루스 국민들과 함께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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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욱 기자 taewook970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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