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폐기' 공식화..원전비중 확대에 업계 기대감-환경단체 반대
"에너지안보·탄소중립 위해 필요"..인허가 등에 상당시간 걸릴 수도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정부가 5일 확정한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활용도를 제고한다는 새로운 정책 방향을 공식화한 것이다.
에너지가 국가안보와 탄소중립의 핵심 요소로 부상한 만큼 '2030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서라도 원전 활용을 통한 에너지정책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원전업계에서는 일감 조기 창출과 원전 수출 등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새 정책 추진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데다 환경단체도 반발하고 있어 원전 확대를 둘러싼 공방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 국가안보·탄소중립 핵심 요소로 부상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에너지 내 원전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적정 비중은 4분기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
이처럼 정부가 새로운 에너지정책 방향을 수립한 데는 에너지가 국가안보와 탄소중립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대내외의 여건을 고려한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불안해지자 주요국들은 국가안보 강화 차원에서 에너지 정책을 재설정하는 추세다.
또 2020년 새로운 기후 체제가 출범한 이후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도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순배출량 0(넷제로)'를 달성하는 목표가 설정돼 있는 상태다.
국제적으로도 원전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
이번 정책 방향은 원전의 단계적 감축을 명시한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폐기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기도 하다.
원자력 발전량은 2016년 16만2천GWh(기가와트시)에서 지난해 15만8천GWh로 줄었고 발전 비중은 30.0%에서 27.4%로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력 산업 생태계를 강화해 원전 비중을 다시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새 에너지 정책의 골자다.
산업부는 그간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안정적 전력 공급과 탄소중립 수단으로서 원전 역할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고, 환경 측면에 지나치게 경도됐다"고 지적했다.
또 "탈원전, 탄소중립 등 핵심 정책 추진에 있어 '선(先) 목표설정 후(後) 정당성 확보'에 따른 수용성 부족과 합리성·투명성 논란이 지속했다"고 덧붙였다.
원전업계, 일감·수출 기대…환경단체는 반발
새 정부가 원전 비중 확대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서자 원전업계에서는 '일감 보릿고개'가 끝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간 원전 관련 투자 감소로 원전업계의 매출은 2016년 5조5천억원 수준에서 2020년 4조1천억원으로 줄었고, 인력은 같은 기간 2만2천명에서 1만9천명으로 감소했다.
산업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올해 925억원 규모의 원전 일감을 긴급 발주하는 등 오는 2025년까지 1조원 이상의 일감을 제공하는 '원전산업 협력업체 지원대책'을 지난달 22일 발표했다.
당장 올해 신한울 3·4호기 설계 분야 일감 120억원을 조기에 집행할 계획이다.
또 최근 체코·폴란드 등을 대상으로 '원전 세일즈'도 본격화하고 나섰다. 정부는 2030년까지 10기의 원전을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체코에 이어 30일 폴란드를 찾아 원전과 방산·첨단산업 등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원전 세일즈에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기술,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팀코리아'가 동행해 수주 활동을 벌였다.
체코는 두코바니 지역에 8조원을 들여 1천200MW(메가와트) 이하급의 가압경수로 원전 1기를 건설할 계획으로, 지난 3월 입찰에 착수해 오는 11월 입찰제안서를 접수한다.
폴란드는 지난해 2월 '2040에너지전략'을 통해 2043년까지 6기의 원전을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가급적 올해 노형을 결정하고 오는 2026년 착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새 에너지정책을 추진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만 하더라도 법적·행정적으로 필수 절차인 에너지 관련 상위계획에 이를 반영해야 하고, 이후 이를 바탕으로 전원개발촉진법상의 전원개발실시계획, 원자력안전법상 건설 허가, 전기사업법상 공사계획 인가 등의 절차를 거쳐야 건설에 착수할 수 있다.
특히 인허가 절차 중 전원개발실시계획 승인을 위한 환경영향평가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새 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반갑지만 실제로 준비해서 실행하는 데 몇 년은 걸릴 것"이라며 "원전 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반핵단체의 반대도 부딪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지난달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수립을 위한 의견수렴 공청회에서도 환경단체의 반발이 있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화력 발전은 그대로 두고 원전을 확대하는 만큼의 재생에너지를 줄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인데 기후 위기 속에서 옳은 방향이 아니라고 본다"며 "원전 확대 정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숙의와 사회적 합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석탄 발전을 줄이지 못하는 원전 확대는 탄소중립을 위한 (형식적) 구호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탈석탄 과제를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a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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