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發 에너지난에 다시 주목받는 석탄..탄소중립화 위기
위기를 기회 삼아..재생가능에너지로 변화 앞당길 수도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서방 국가들이 파리기후변화협약 등 탄소를 줄이겠다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다시 ‘석탄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천연가스와 석유 등 에너지 공급난이 극심한 탓이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글로벌 시장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치솟고 있다.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자,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대한 맞불 조처로 폴란드, 독일 등으로 가는 가스 공급을 줄이면서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변화는 탄소중립화에 앞장섰던 유럽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다. 2030년까지 석탄을 전력원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독일은 현재 석탄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 중 하나다. 로버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석탄 의존도가 높아진 것은 쓰라린 현실이지만, 필요한 조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독일은 자국 가스 공급량의 55%를 러시아에 의존해왔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축소하자 가스 수급에 직격탄을 맞은 독일 정부는 지난달 19일 석탄발전소 긴급 재가동 방침까지 발표했다.
독일 외에도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오스트리아는 석탄 화력 발전소를 재가동하거나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특히 이들 국가는 난방 연료로 사용되는 천연가스 수요가 높은 겨울이 오기 전에 에너지를 비축해두기 위해서 사활을 걸고 있다.
네덜란드 은행 ING그룹의 에너지부문 선임 이코노미스트 제르벤 히밍가는 “호주와 미국 같은 석탄 생산국들로부터 석탄을 확보하기 위해 유통 채널을 재조정하고 있다”며 “비단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이런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폭염은 전력 수요를 급격히 증가시켰다.
일본은 지난달 26일 최고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는 등 147년 만의 폭염이 찾아온와 전력 수급 핍박 주의보를 내렸다.
미국 일부 지역도 석탄 사용량을 늘리고 있으며,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인 중국도 지난해처럼 대규모 정전 사태가 재발할 것을 우려해 석탄 발전소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고 WSJ은 보도했다.
지난 4월부터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을 맞은 인도도 전력 수요에 발맞추기 위해 석탄발전소 가동률을 늘렸다. 뉴델리의 싱크탱크 사회경제진보센터의 선임 연구원 라홀 통기아는 “지난 4월 석탄 발전량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말했다.
석탄 생산 업체들의 막대한 영업 이익은 전 세계적 석탄 수요의 증가를 방증한다. 세계 최대 자원개발사인 스위스 글렌코어는 상반기에만 32억 달러(약 4조1500억원)의 거래 이익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통틀어 37억 달러(약 4조8000억원)의 이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기후학자들과 기후운동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약속하기 이전으로 회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석탄은 천연가스를 태울 때보다 약 2배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기후운동가들은 석탄 사용량 급증이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해온 국제적 노력(파리기후협약)을 물거품으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동을 근거로 화석연료에 투자하는 것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석탄 수요 증가는 단기적인 현상이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오히려 탄소중립화를 앞당길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앞으로 지금과 같은 에너지난을 겪지 않으려면 재생 가능 에너지로 더 빨리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회원국들에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하는 장기적인 목표에서 뒷걸음치지 말라. 우리는 이 위기를 더러운 화석연료로 뒷걸음치지 않고 전진하는 데 이용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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