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에 몰리는 귀농..장밋빛 '리틀 포레스트'는 '글쎄'
팍팍한 도시에서 뭐 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고향에 온 주인공. 농작물을 직접 키우고 매 끼를 만들어 먹으며 사계절을 보냅니다. 2018년 개봉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줄거리입니다.
영화 내내 이어지는 여유롭고 치유되는 분위기에 마음 따뜻해진 분들 많으실 텐데요. 이런 장밋빛 '리틀 포레스트'를 꿈꾸며 귀농·귀촌하는 인구가 매년 늘고 있습니다.
■ 귀농·귀촌 증가세 계속…귀농 일번지는 '경북'
지난해 도시에서 농촌으로 터전을 옮긴 사람은 51만 5천여 명으로 2020년 49만 5천 명가량과 비교해 4.2% 증가했습니다. 가구 단위로 보면 지난해 37만 7천여 가구로 전년과 비교해 5.6% 증가하며 통계 조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가운데 경상북도로 귀농한 가구는 2천7백여 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시·군별로 봐도 전국 상위 5위 시군에 경북 의성과 상주, 영천, 김천이 포함되는 등 경북이 귀농 일번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상북도는 특히 과수와 시설 채소, 축산 등 고소득 작물이 경북에서 발달했고, 도움받을 귀농 멘토와 선도 농가가 많아 귀농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농식품부는 귀농 상위 시·군의 농지 가격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해 영농기반 마련이 쉽다는 점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9개 도의 농지 실거래가는 1㎡당 평균 8만 5천 원꼴이었지만, 의성(2만 5천 원)과 상주(2만 9천 원), 김천(4만 9천 원), 영천(6만 천 원) 모두 평균을 밑돌았습니다.
■ 청년 귀농 '봇물'…농업 소득은 '글쎄'
그런데 올해 통계에서 특히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30대 이하 청년 귀농인들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는 겁니다. 지난해 청년 귀농인은 1,522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습니다. 전년보다도 11% 증가했습니다.
농식품부는 농촌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이 많이 변화됐고 3년간 월 최대 백만 원을 지급하는 영농 정착 지원 사업 등이 효과를 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코로나19 장기화로 취업난이 심화한 점,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한 주거 불안도 청년들이 귀농을 선택하는 주된 요인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귀농의 삶이 윤택한 것만은 아닙니다. 농식품부가 귀농·귀촌 6천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1년 귀농·귀촌 실태조사' 결과 귀농 전 평균 가구 소득은 3,703만 원으로 귀농 당해 연도에는 2,713만 원으로 줄었습니다. 귀농 직전보다 연 소득이 천만 원가량 감소한 건데요. 이를 회복하는 데는 최소 5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때문에 소득 부족 등을 이유로 귀농 가구 58%가 농업 외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귀촌 가구 92%도 직장 취업이나 자영업, 임시직 등 다른 경제활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귀농·귀촌 맞춤형 지원…"관계인구 확충해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식품부는 2026년까지 추진할 종합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다섯 가지 전략의 주요 내용을 보면요.
먼저, 농협 인프라를 이용한 귀농·귀촌 준비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농촌 지역 내 취업·창업을 활성화합니다. 또, 영농 컨설팅과 정착 지원금 등 '영농 내비게이터'를 실시하고, 농촌 공간을 정비와 함께 귀농·귀촌에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플랫폼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농식품부는 이를 통해 귀농·귀촌 수요가 늘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농촌의 상주인구 증가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관계인구'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미 일본에서는 농촌 활성화 정책 방향을 '관계인구 확충'으로 전환했습니다. 이는 혈연이나 지연, 업무상 관계가 없지만 특정 농촌 지역과 꾸준히 연고를 맺어가는 방식입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제시한 관계 형성 7단계를 보면, '무관계'에서 '지역 특산품 구입', 고향세 납부 같은 '기부' 등 가벼운 활동을 이어갑니다. 이후 '자주 방문'을 거쳐 ' 봉사 활동'을 진행하다 '복수 지역 거주'에서 '이주 정착'까지 이어지는데요. 지속적이고 점진적으로 관계 형성의 내실을 갖춰 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귀농·귀촌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 정책과 함께, 관계인구 등 폭넓은 유형의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현행 정책은 창업, 창농, 취업, 취농 및 이주 정착 지원에만 집중. 농산어촌에 대한 단순한 흥미에서 출발해 지속적인 관심으로, 관심에서 활동으로, 활동에서 기여하기로 단계적인 발전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과 프로그램이 필요."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촌 고령화와 지방소멸 문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귀농·귀촌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죠. 귀농·귀촌인들의 장밋빛 꿈이 '빛만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래픽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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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영 기자 (ayou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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