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정상들, 식량난·기후 변화 대책에 무관심" NYT

강영진 2022. 7. 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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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우크라전 이전부터 식량가격 치솟았는데
선진국들 여전히 큰 관심 안보여
부자나라들 개도국 마음얻는 전쟁 지고 있다

[엘마우=AP/뉴시스] 27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독일 바이에른주 크루엔 엘마우성에서 G7 및 초청국 정상들이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6.28.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지난주 독일 주요7개국(G7) 정상회담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시한 없는 지원의사를 강조하고 러시아 금 금수와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마샬플랜을 논의했다.

우크라이나가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G7 정상들이 놓친 일이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부터 세계 식량 가격이 기록적으로 올랐다는 점이다. 전쟁 때문에 더 오르면서 대규모 기아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전 유엔 사무차장 및 유엔개발계획 사무총장을 역임한 마크 맬럭-브라운 FTI 컨설팅 회장의 기고문을 실었다.

식량 이외에도 원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에 달했고 금리도 치솟고 있다. 기후 급변으로 농사가 어려워지는데 더해 과도한 외채에 시달리는 많은 나라들에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확산하고 각종 폭력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유엔은 10억명 이상이 위기에 처하는 "최악의 상황"이 닥쳤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G7 정상들은 인도주의 재앙을 막으려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정상회담에서 식량난 해결을 위해 제시한 금액은 45억달러로 세계식량계획이 당장 필요한 222억달러의 일부에 불과하다. 전세계 국내총소득(GDP)의 45%를 차지하는 나라들이 최소한의 기여 약속만 한 셈이다.

전세계적인 마샬플랜이 필요하지만 미봉책만 제시되고 있다. 부자 나라들이 따로 논다는 건 G7 회담 모양새가 잘 보여준다. 독일 알프스 지역의 호화 휴양시설에서 열린 것이다. 아르헨티나, 인도, 인도네시아, 세네갈,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들도 식량, 보건, 기후 문제를 논의하자며 초청했지만 3일 동안 이 문제를 다룬 시간은 90분 뿐이었다.

전세계 식량난과 에너지 부족, 외채문제를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못한 문제로 취급함으로써 G7 정상들은 전세계의 식량난을 해결함으로써 개방적 세계질서가 가난한 사람들을 외면하는 쓸모없는 것이라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주장이 잘못됐음을 입증할 기회를 잃었다.

부유한 국가들은 마음을 얻는 전쟁에서 지고 있다.

3개월전 서방세계가 141개국이 찬성해 채택된 유엔총회의 러시아 비난 결의 채택을 주도했다. 당시에도 중국, 인도, 아프리카의 절반이 기권했다. 전쟁이 진행되면서 서방은 전세계를 동원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푸틴을 제재하는 결의안 채택이 세계경제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찬성표가 적게 나오는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 의회에서 연설하는 등 서방에서 인기가 높다. 반면 지난달 아프리카연합(AU) 화상연설을 실시간으로 본 아프리카 정상은 55개국 중 4나라 정상들 뿐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들의 의견이 결집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지구 남반부의 나라들의 우려 사항들은 매우 다양한다. 세계가 다시 냉전에 휩싸일 것을 우려하고 선진국들이 백신을 공급하지 않을 것을 우려하며 외채 경감과 기후지원금을 기대하고 서방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조하면서 다른 어려운 나라들에 대한 지원을 줄일 것을 우려한다.

서방 시장경제 선진국들은 지구 남반부 개도국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 23개국이 식량 공급 부족을 우려해 수출을 금지하면서 식량가격이 더욱 치솟았다. G7은 과도한 식량비축을 하지 말도록 요청했지만 세계무역기구(WTO)가 시장 개방을 유지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지 않았다.

식량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소득 국가의 60%가 과도한 외채에 시달린다. G7은 국제통화기금(IMF)가 외채 상환을 유예하도록 촉구하고 기채 한도를 없앰으로써 이들 국가들이 식량과 에너지를 수입할 수 있게 했어야 했다.

G7 정상들은 러시아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 상한선 설정에 합의함으로써 가격 상승 압박을 완화하고 푸틴의 전쟁자금을 제한하겠다고 했다. 정치적, 기술적 난관이 예상되지만 시도해볼 필요는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에너지 대책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다. 기후변화가 식량난을 가중시킨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G7의 화석연료 중독 현상을 낱낱이 드러냈다. 이 때문에 푸틴의 레버리지만 더 커진다.

남아공에서 석탄을 태양력, 풍력, 수력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면 앞으로 30년 동안 2500억달러가 필요하다. 이는 남아공 GDP의 3%에 달하는 금액이다.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들 모두의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금액은 미국이 유럽 부흥에 투자한 마샬플랜 투입비의 2%에 불과하다.

서방국들은 위기에 처한 나라들을 돕기 위한 정치적 의지를 보여야 하며 식량 안보를 위한 국제 질서가 든든히 자리하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G7 정상들이 독일에서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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