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비대위 '전대 룰 뒤집기'에 당내 반발 확산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정한 규칙 일부를 뒤집으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안규백 전준위원장은 비대위 결정을 비판하며 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5일 밝혔다.
전날 전준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예비경선 선거인단의 30%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반영하기로 했으나, 비대위는 현행대로 '중앙위원회 100%' 비중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예비경선 투표 시 당 대표는 1인 1표, 최고위원은 1인 2표를 적용하되 득표율과 순위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으나 비대위는 최고위원 선거 관련 2표 중 1표는 투표자가 속한 권역의 후보에게 행사하도록 했다.
이렇듯 전준위가 정한 규칙을 비대위가 바꾸면서 당 일각과 전준위에서는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준위 논의가 형해화되는 상황에서 더는 생산적인 논의를 이끌어가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이라며 "전준위원장으로서 제 역할도 의미를 잃은 만큼 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위는 대표적인 개혁안 중 하나로 예비경선 선거인단 구성에 국민 의견을 반영한 안을 폐기했다"며 "그 과정에서 전준위와 사전 교감은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비대위가 최고위원 선거에 권역별 투표제를 도입한 것에 대해서는 "유례 없는 제도"라며 "대의원·권리당원의 투표권을 직접 제한하는 것으로서 투표권 제한의 강도가 가장 높고 거친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고위원회의 구성에 지역 대표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최고위원 선거에서 1인 3표를 부여함으로써 선택의 폭을 넓히거나 지명직 최고위원 구성에 지역 대표성을 고려하도록 하는 등 다른 여러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대위는 가장 직접적이고 거친 방안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해당 안건에 관해서도 전준위에서 일부 제안이 있었지만, 여러 우려로 인하여 전준위 차원에서 논의하지 않기로 한 사안임에도 비대위에서 논의가 부활하였고, 깊은 숙고 없이 의결됐다"고 비판했다.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쇄신파’ 박용진 의원도 컷오프에 여론조사 30%를 포함시키지 않기로 한 데 대해 "이것이 민주당의 혁신이냐"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몇 주간 있었던 전준위의 숙의과정조차 깡그리 묵살하고 소심한 변화마저 허용하지 않는 것, 이것이 혁신이냐"며 "본 경선에서 민심을 반영하면서 예비경선에서 반영하지 않는 것은 그저 기존 룰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것인데 그 숱한 평가와 반성은 왜 한 것이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짬짜미 전당대회와 우리끼리 잔치는 국민의 외면을 받고 말 것이다. 우리당 지지층의 민심조차 아예 빼버린 뺄셈경선은 민심의 잔치가 아닌 계파대립의 장으로만 비춰질 것"이라며 "예비경선만큼은 기존 전준위의 안대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고위원 투표 시 1인 2표 중 한 표를 권역 출마자에게 행사하도록 한 데 대해서도 "이상한 제도가 혁신의 이름으로 들어왔다. 참으로 기괴한 퇴행"이라며 "비대위의 이번 결정은 민주당을 계파 기득권의 골방에 묶어놓는 패착"이라고 비판했다.
친(親)이재명계 의원들도 대거 반발 움직임에 동참했다. 정청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비대위 결정에 대해 반대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이재명 의원조차 컷오프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고, 진보·개혁적인 인사가 컷오프될 것"이라고 했다.
김남국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결론"이라면서, 특히 "최고위원 권역별 투표는 전준위는 물론 당내에서 제대로 토론도 안 되었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도 처음 들어보는 기발하면서 기괴한 룰"이라며 비대위를 겨냥했다.
정 의원과 김 의원을 포함한 40명의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주인인 당원에게 당의 대표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충분한 논의 없이 독단적으로 졸속 의결한 비대위의 결정을 거두고, 모든 당원이 참여하는 전당원 투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당규 제35조에 따르면, 전당원 투표는 권리당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투표로, 청구를 위한 서명인의 수는 전당원투표 발의 서명인 수의 100분의 10을 충족하여야 한다. 즉, 권리당원 10%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전당원 투표가 가능하단 뜻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성호 의원은 " 오늘 당원들이 당사로 몰려온다고 한다. 비대위가 재고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우상호 "컷오프 여론조사, 변별력 어려워...권역별 투표, 다음 총선 여론 청취 위한 결정"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이같은 당 내 반발 여론에 대해 "최대한 원만하게 당의 의견을 수렴해서 내일(6일) 깊이 있게 논의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자진 사퇴 의사를 표한 안 위원장과도 다시 대화해보겠다고 밝혔다.
우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광주 국가균형발전과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당·정·학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문제는 최종적으로 내일 열릴 당무위에서 결정하는 것이라, 당무위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컷오프 시 여론조사 배제 결정에 대해 "후보가 10명이 넘는 경우 여론조사 컷오프가 어떤 변별력을 갖고, 일반 국민들이 어떻게 판단할 수 있겠냐는 우려 때문이었다"며 "여러 관례로 보더라도 후보자가 다수인 경우 여론조사를 컷오프 기준으로 하면 변별력을 확보하는 게 어렵지 않나"라고 했다.
최고위원 선거 권역별 투표제에 대해선 "지난 수년간 호남·충청·영남 출신 의원들이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정한 것"이라면서 "계속 수도권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는데, 다음 총선을 앞두고 전국적 여론을 청취해야 할 지도부에 호남·충청·영남 출신 의원들이 진입하지 못하면 심각한 상황이 초래되지 않겠냐는 우려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내 반발이 잇따르는 데 대해서는 "저희 당 절차가 전준위, 비대위, 당무위 의결을 거치게 돼 있다. 쭉 의논해보겠다"면서도 "한 가지 이야기할 것은 전당대회나 대선, 경선 룰에 관한 대립은 계속 있어 왔다. 논의 과정의 하나로 보고 최대한 원만하게 당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으로 결정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안 위원장 등 전준위 인사들이 사전 교감이 없었다고 밝힌 데 대해선 "사실 지난 3일 비공개 비대위원회가 있었다. 거기에 안규백, 조승래가 참석해 충분히 많은 대화를 나눴다"면서 "그 때 이견이 노출됐고, 다음날 전준위 회의를 열기로 돼 있으니 그 때 비대위 의견을 충분히 전달해달라고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전준위 논의가 있었는데, 비대위 의견을 반영한 것도 있고 안하고 결정한 것도 있다"면서 "조직별 견해 차이를 말할 수 있는 것이지, 비대위가 전준위를 무시했다고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고 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전준위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게 결정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를 언제까지 끌고 갈 순 없기 때문에 (비대위에선) 결정하게 됐다"면서 "최종 결정은 내일 당무위에서 날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토론에 응하겠다"고 했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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