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불허에 '피선거권 투쟁' 나선 박지현.."민주당의 계륵" "토사구팽" 논쟁 가열

박광연 기자 2022. 7. 5. 11: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일 국회 개표종합상황실에서 6·1 전국동시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26)이 당대표 선거 출마가 불허된 다음날 ‘피선거권 쟁취 투쟁’에 나섰다. 비대위원장 선출 당시 부여된 피선거권이 남아있다며 당대표 후보 등록을 추진하겠다는 강수를 뒀다. 당내에선 “비대위원장은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이라며 당대표 선거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전 위원장 출마 논란을 놓고 “왜 ‘나 아니면 안된다’ 생각하나” “핵심은 토사구팽”이라며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5일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저는 지난 4월1일 우리당 대의기구인 중앙위원회에서 투표를 통해 84.4% 찬성을 얻어 비대위원장 즉 임시 당대표로 선출됐다”며 “당시 투표로 선출됐다는 건 곧 피선거권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부여된 피선거권이 있다가도 없어질 수 있는 건가”라고 주장했다. 전날 민주당 비대위가 박 전 위원장의 8·2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출마를 불허하자 출마 자격인 피선거권이 있다며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현행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박 전 위원장은 당직 선거 출마를 위한 권리당원 자격을 갖추지 못해 전당대회에 출마할 수 없다. 지난 7월1일 기준으로 최소 6개월 전에 입당해 6번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피선거권이 주어지는데 지난 2월 입당한 박 전 위원장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다만 당규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나 전날 비대위는 “예외를 인정할 불가피할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박 전 위원장 출마 자격 문제를 상위 기구인 당무위에 부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전날 “예외를 적용할 수 있는 사유가 무엇인가”라며 비대위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은 박 전 위원장은 이날엔 피선거권이 남아있다는 주장을 앞세워 당대표 선거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그동안 우리당이 저에게 준 피선거권을 박탈한 적이 없다”며 “당 지도부는 명확한 유권해석을 해주길 바란다. 다른 언급이 없으면 국민께 약속한대로 후보 등록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광주 전남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왜 예외를 인정 안했냐고 항의할 수는 있으나 예외를 인정하지 않기로 한 (비대위) 결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선거권이 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박 전 위원장 주장에 선을 그었다.

당내에서도 박 전 위원장의 출마 자격 해석을 두고 비판이 제기된다. ‘박지현 비대위’에서 비대위원을 맡았던 조응천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대위원장은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이라며 “비대위원장은 당원 자격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임명직’ 비대위원장과 달리 ‘선출직’ 당대표는 권리당원 피선거권 자격을 갖춰야 하기에 박 전 위원장 출마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조 의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넘나들며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종인 전 위원장 사례를 거론하며 비대위원장직의 특수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강훈식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비대위원장이 되는 건 당이 비상적 상황에서 외부 인사를 모셔왔던 경우에 늘 있었던 일”이라며 박 전 위원장 주장을 반박했다. 강 의원은 ‘(비대위원장은) 위촉이기 때문에 (당대표) 경선하고는 좀 다르단 건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당이 세운 원칙과 기준이 있다면 거기에 따라야 된다”며 전날 비대위 결정을 옹호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재명 의원을 집중 겨냥하며 ‘당 쇄신’이라는 출마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남국 의원이 제 출마를 막으려고 아주 집중적으로 비판했다”며 “김 의원은 이 의원의 굉장한 최측근이고 대리인이기에 이번 (비대위의 출마 불허) 결정에 이 의원 의중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나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당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거의 침묵으로 일관했다”며 “솔직히 많이 실망했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이 대선 패배 책임을 물어 송영길 전 대표의 지방선거 출마를 반대했음에도 자신의 지방선거 패배 책임은 외면하고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한다며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당내에서 제기돼왔다. 박 전 위원장은 전날 밤 SNS에 “지방선거 패배의 모든 책임을 저에게 뒤집어씌웠다”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 반성과 쇄신을 외치는 제 입을 막고 침묵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우리가 반성과 쇄신을 할테니 ‘너는 뒤로 빠지라’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 출마 문제를 놓고 당 안팎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이재명 의원도 그렇고 왜 다 ‘나 아니면 안된다’라는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박 전 위원장을 비판했다. 안민석 의원은 전날 밤 CBS 라디오에서 “박 전 위원장은 지금 민주당의 계륵이 돼버렸다”며 “당내에 경륜있는 선배 정치인들에게 조언을 진중히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이원욱 의원은 이날 SNS에 “어제 비대위가 박 전 위원장과 단 한마디 상의 없이 피선거권 없음을 결정한 걸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가 토사구팽”이라며 “당이 청년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존재로 여기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은가”라고 주장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전날 밤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당은 법치가 아닌 정치집단 아닌가”라며 “(박 전 위원장이) 출마할 수 있는 길을 터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