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고승범 "부채와의 전쟁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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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사진) 금융위원장이 5일 금융위원장 직을 내려놓고 금융위를 떠났다.
그는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며 "2021년 여름 당시의 상황에서 금융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가계부채 급증 차단 등을 통한 '금융안정 도모'임을 위원장으로 지명받았을 때부터 명확히 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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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마지막 공직이었던 금융위원장 자리에서 부채와의 전쟁을 치열하게 치렀다는 느낌입니다”
고승범 위원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임식을 열고 “금융위원장으로 일하는 동안 ‘위험관리’를 금융정책의 최우선순위로 놓고 매진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공직에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재임 기간까지 포함해 주로 금융·거시분야 정책을 수립·추진하는 업무를 담당해왔다.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사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등 많은 금융위기를 겪었다. 특히 지난 2년여 동안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며 그 과정에서 늘어난 유동성과 과도한 부채 문제와 씨름했다.
고 위원장은 먼저 취임 당시인 지난해 8월초 상황을 떠올렸다. 당시 가계부채는 1800조원을 넘어 폭증하고 부동산가격 상승세도 꺾일 줄 모르는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적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운 급박한 상황이었다.
그는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며 “2021년 여름 당시의 상황에서 금융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가계부채 급증 차단 등을 통한 ‘금융안정 도모’임을 위원장으로 지명받았을 때부터 명확히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한편으로는 8월말 취임 당시 고민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고 위원장은 “‘부채 관리’가 일반 국민들로부터 칭찬받기 어려운 인기 없는 정책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당장의 불편함이 가중되더라도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더 큰 위기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저의 소임이라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다행히 고 위원장의 강도높은 가계부채 관리 정책은 약발이 먹혔다. 취임 시 9.5%였던 가계부채 증가율이 최근 3%대로 하락했다.
그는 “국내외 물가상승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 연준은 최근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인상을 추진 중”이라며 “지금 돌이켜 보면, 그래도 우리는 민간부채 급증에 한발 빠르게 대응을 시작한 셈”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추가적으로 버블이 쌓이는 것을 막고 거품붕괴의 부작용을 줄이는데 금융위원회가 일정부분 선제적으로 기여했다고 생각한다”며 “가상자산 거래소 등록이 시장혼란 없이 마무리돼 가상자산 제도화가 무난하게 첫발을 내딛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위 직원들을 향해 “저의 공직생활 마지막을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게는 큰 영광이며 행운이었다”며 “사랑하는 여러분, 그 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항상 행운이 함께 하길 기원한다”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노희준 (gurazi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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