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고승범 "가계부채 관리 인기없는 정책이지만 제 소임"
"공직생활 37년 5개월..지난 2년 코로나19·유동성·부채 문제 씨름"
고승범 금융위원장(60·행시 28회·사진)이 취임 11개월 만에 금융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고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취임해 당시 급증한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 위원장은 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공직생활 37년 5개월 중 지난 2년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며 늘어난 유동성, 과도한 부채 문제와 씨름했다”면서 “마지막 공직이었던 금융위원장 자리에서 부채와의 전쟁을 치열하게 치렀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가 취임했을 때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고 가계부채는 1800조원을 넘었으며 부동산가격도 급등했을 시기였다.
고 위원장은 “취임 당시 부채 관리가 국민들로부터 칭찬받기 어려운 인기없는 정책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당장의 불편함이 가중되더라도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더 큰 위기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저의 소임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위험관리’를 금융정책의 최우선순위로 높고 매진했고 가계부채 증가율은 9.5%에서 최근 3%대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급격히 금리인상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금융위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추가적으로 버블이 쌓이는 것을 막고 거품붕괴의 부작용을 줄이는데 일정부분 선제적으로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고 위원장은 가상자산거래소 등록,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빅테크와 핀테크에 대한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 정립 등의 성과도 언급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현재 경제 및 금융시장 상황이 많이 어려워졌지만 새로 올 신임 위원장과 함께 여러분들이 소명을 흔들림 없이 다해 줄 것으로 믿고 응원한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옛 재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2008년 금융위 출범 후에는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상임위원을 역임했다. 2016년 4월부터 금융위원장에 취임하기 전까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맡아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꼽혔다.
새 정부 첫 금융위원장에는 김주현 여신금융협회 회장(64·행시 25회)이 지명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오는 8일까지 송부해달라고 전날 국회에 요청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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