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 목멘 바이든, 중국산 관세 내릴까[이정훈의 증시이슈]
백악관 "미국인 불필요하게 높은 비용 치르지 않길 원해"
3월 일부제품 관세예외 허용..소비재 관세 중단·인하 예상
정부 내 반대기류 만만찮아..中첨단기술 겨냥한 조사 예고
"설령 중국산 관세 내려도 글로벌 인플레 ..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이 과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중국산(産) 제품에 부과했던 고율 관세를 일부 낮추거나 철회하는 조치를 조만간 취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미국 정부 내에서 관세 인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한 만큼 당장 이번주 발표를 낙관할 순 없지만, 호재가 실종된 주식시장에는 당분간 가뭄의 단비 같은 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좀더 길게 보면 시장 흐름 자체를 바꿔놓기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5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은 복수의 미국 정부 내 소식통을 인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주 중에 일부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고율 관세의 적용 중단 또는 인하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이르면 이번주 중국산 의류나 학용품과 같은 소비재에 대한 관세 적용 중단 조치가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수입업자들이 추가적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면제를 요청할 경우 정부가 이를 판단해 면제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체계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미 바이든 행정부는 치솟는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억누르기 위해 대(對)중국 관세 완화를 검토해 왔지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반대하고 재계, 노동계, 의회와 의견 불일치로 인해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올 5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상승과 음식료, 생필품과 헬스케어 제품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전년동월대비 8.6% 치솟으면서 1981년 이후 무려 41년 만에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중국 관세 인하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있다”면서 “시진핑 주석과도 조만간 이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힌트를 준 바 있다.
이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몇주 간 정부 내 고위 관료들과 연석 회의를 열었다. 이날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산 제품 관세 부과에 대한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도 “미 정부는 관세가 경제적이고 전략적인 우선순위에 따라 조정돼 미국인들이 불필요하게 높은 비용을 치르지 않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과 무역수지 불균형 문제를 제기하며 지난 2018년 7월부터 2019년 9월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후 2020년 1월 미국이 일부 관세를 15%에서 7.5%%로 낮추는 대신 중국이 2년 간 2000억달러의 미국산 재화와 서비스를 추가 구매하는 선에서 1단계로 합의했지만, 미국은 중국이 상품 구매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현재 미국은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부담으로 인해 지난 3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관세 적용을 받는 중국산 549개 품목 중 352개에 대해 관세 부과 예외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당장 이번주 관세 중단 또는 인하 발표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정부 내 부정적 기류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날 WSJ도 “정부 내에서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지나 레이몬도 상무장관은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해 대중 관세 인하에 긍정적 입장이지만, 캐서린 타이 USTR 대표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관세를 지렛대로 삼아 중국에서 다른 양보를 얻어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블룸버그는 이날 바이든 정부가 소비재에 대해선 관세 부과를 중단하는 대신 중국의 첨단과학기술과 같은 전략적 영역에서는 산업 보조금 지원 여부 등에 대한 새로운 조사에 나서 그 결과에 따라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둘 것이라고 했다. 올 초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경제 봉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올 1~5월 달러화 기준 중국의 대(對)미국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5.1% 늘어난 반면 수입은 4% 증가에 그쳤다.
아울러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나 중단이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는 데 제한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한몫하고 있다.
차루 차나나 색소캐피탈마켓 시장 전략가는 “당장 투자자들은 호재에 목 말라 있는 상황이라 이 정도 뉴스에도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다”면서 “다만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만으로는 글로벌 경제 침체나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를 의미있게 해소하긴 역부족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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