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소주성'으로 재정 악화.. 尹, 혁신전략 없인 복합위기 탈출안돼

기자 2022. 7. 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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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수의 Deep Read - 국가재정 어떻게 가야하나

文정부 역대급 재정지출로‘부채의 늪’빠지며 재정 건전성 악화… ‘민간 구축효과’로 경제위기 불러

현 경제, 1997·2007년 상황 데자뷔… 위기 탈출하려면 중앙정부·국회 재정혁신 실천 뒷받침돼야

정부는 이번 주 중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개최한다. 한국 경제는 지금 1997년과 2007년에 이은 또 하나의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혁신전략을 세워 재정 건전성을 회복시키지 못하면 복합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경제 위기 데자뷔

우리나라는 국가채무비율이 다른 선진국과 달리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22년 4월 22일 발표한 재정 모니터(Fiscal Monitor)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21년 D2 기준으로 49.8%에서 2027년 59.8%로 10%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 35개국 평균치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임에 틀림없지만, 2000년 16.68%, 2010년 29.49%에 비해 증가속도가 가파르다. 2013년 35개국 중 6위 수준이었던 한국의 재정 건전성 순위는 2027년 19위로 처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선진국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이후 급격히 늘어난 국가채무를 감축하기 위해 돈 풀기를 줄이며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재정 건전성에 대한 부정적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속도로 국가채무가 증가할 경우, 국가신용등급 하락 등 국가신인도 유지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한다.

세계은행은 경제침체 속에서 물가가 과도하게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 중이다. 세계 경제의 침체 요인으로는 코로나19 대유행, 중국의 경제 봉쇄,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 세계 각국의 코로나 관련 재정지원금 지출 급증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등을 들 수 있다.

이번 위기는 1997년과 2007년 복합위기 때와 유사한 기시감이 든다. 1997년 IMF 외환위기는 재벌 중심의 독점적 산업 지배구조가 집단적으로 부실화하면서 금융위기를 잉태했다. 금융감독체제가 잘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에 따른 금융 자유화의 조기 집행 등으로 외환위기가 외생적으로 촉발됐다고 볼 수 있다.

2007∼2008년의 전 세계적 복합 불황은 미국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에 따른 미국의 금융위기라는 외생적 요인에 의해 한국 경제위기가 초래됐다. 이 두 번의 경제위기 모두 건전한 재정력이 굳건하게 경제를 뒷받침함으로써 복합위기 탈출이 가능했다.

◇文의 책임과 尹의 역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역대급 재정지출 증가와 공공기관 부채 증가를 남겼다. 이는 민간투자를 ‘구축(crowd out)’할 뿐 아니라 미래 세대의 조세 부담을 가중시켰다. 문재인 정부가 남긴 2022년 말 예상 국가채무는 약 1060조 원인데, 이는 2017년 말 약 660조 원에서 5년 만에 약 400조 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까지 네 정부 동안 늘어난 국가채무(약 570조 원)의 약 70%에 이르는 규모다.

문재인 정부 이전 네 정부의 공무원 증원 총규모가 9만6000명이었는데 문 정부에서만 13만 명이 늘어났다. 2017년 5월 이후 지난 5년간 공공기관은 28개가 늘어나 350개가 됐고, 부채는 매년 평균 18조 원씩 늘어났다. 이와 같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부채의 늪(debt overhang)’은 현재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복합위기의 내생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열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재정 기조를 건전재정으로 전면 전환하고, 새로운 재정 운용 틀 마련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향후 5년간의 재정수지, 국가채무 등 재정 총량 관리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다각적인 재정혁신 방안을 강구하며, 민간투자 활성화·국유재산 활용 확대 등 재원조달 다변화·지출 재구조화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재정준칙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재량 지출뿐 아니라 의무·경직성 지출도 강력히 구조조정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령인구 감소, 미래 인재 육성 투자 수요 등을 감안하고 교육부문 간 균형 있는 투자를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도 개편할 방침이다. 또 재정의 중장기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가칭 ‘재정 비전 2050’을 수립·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논의는 적절한 방향 설정으로 평가되지만, 관건은 말의 성찬을 넘어 행동으로 실천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역대 정부는 대부분 5년 단위 국가재정운용계획, 성과관리제도, 총액배분 자율편성 예산제도, 디지털 예산회계제도 등 재정개혁을 추진해 왔지만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재정 건전화의 길

철저한 반성과 치밀한 진단 아래 재정 건전화와 역할 충실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수적이다.

첫째, 정부의 생산성 증대를 위해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집중한 혁신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재정분권을 추진하면서 지방소비세는 대폭 늘어났으나 정작 중앙정부의 국고보조금은 전혀 줄지 않았다. 지방분권화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몸집 줄이기가 필수적이다. 지출 구조조정에 명확한 성과목표를 정하고,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탓하기 전에 중앙정부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둘째, 총액배분 자율 편성의 취지를 살려 ‘거시 중기 재정 운용’의 형식화를 극복해야 한다. 앙상블 개혁이라고 했던 국회의 미시예산 중심 심의 관행에서 벗어나 거시예산 심의로의 혁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재정전략회의를 통해 부처별 지출 한도가 설정되고 그 한도 내 사업의 우선순위는 각 부처가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의 혁신도 요구된다.

셋째, 올해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확장적 재정 포지션 유지가 불가피하더라도 내년에는 균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물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중소기업·농어민·자영업자 등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는 수많은 이해집단의 수요·복지 수준 제고를 위한 지출 증가가 필요하다. 또 차세대 먹거리를 위한 연구·개발 지원 등 지출 소요 어느 것 하나 소홀하게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에 초점을 맞춰 재정 운용 패러다임을 세운 뒤 선택과 집중 전략을 견지하는 것 또한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계획하는 ‘재정 비전 2050’에 8대 사회보험과 연금제도를 포함하고, 우리나라 재정 범위도 글로벌 표준에 맞도록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을 포함하는 일반 정부 기준의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 재정준칙은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수지준칙과 함께 지출준칙을 병행 활용하는 것이 실효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전 한국정책학회 회장

■ 세줄 요약

경제 위기 데자뷔 : 국가채무비율이 지속 상승하면서 재정 건전성도 악화하는 중. 현 위기는 1997년과 2007년의 데자뷔. 당시 경제위기는 건전한 재정력이 굳건히 경제를 뒷받침함으로써 탈출 가능했었음.

文의 책임과 尹의 역할 : 文 정부, 역대급 재정지출로 ‘부채의 늪’에 빠짐. 이는 민간투자 ‘구축’을 부르고 경제 복합위기 내생 요인으로 작용. 尹 정부, 복합위기 탈출과 건전재정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 취해야.

재정 건전화의 길 : 중앙정부는 지방분권과 생산성 증대를 위한 혁신전략 마련하고, 국회는 거시예산 심의로의 혁신을 도모해야. 확장적 재정에서 균형예산으로의 이행, 글로벌 표준에 맞는 재정준칙 도입 등 필요.

■ 용어 설명

‘구축(crowd out)’이란 정부지출 증가에 따른 민간투자 위축.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효과를 ‘구축효과’라 함. 시장으로 진출하는 정부지출과 민간지출이 서로 밀어내는 ‘제로섬게임’에서 발생.

‘부채의 늪(debt overhang)’은 부채 규모가 너무 커 더 이상 경제적 유인을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더 많은 돈을 빌리기 힘든 기업·정부가 처한 상태. 사전적으로 overhang은 돌출·과잉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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