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춘추전국]②'신세계' 어디까지 열렸나
아이템 제작·판매로 수익 창출도 가능
#대학생 A씨는 코로나19 이후 입학한 '코로나 학번'이다. 입학식부터 축제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행사를 실제 대학 캠퍼스와 유사하게 만든 메타버스 공간에서 경험했다. 이제는 아바타에 '과잠'(학과 점퍼)을 입히고 가상공간에서 동기들과 만나는 일이 익숙해졌을 정도다. 조별 과제 역시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화상채팅으로 친구들과 소통하고 함께 제작한 결과물을 보면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메타버스 서비스가 빠르게 진화하면서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로 비대면 사회가 일상이 되면서 이런 흐름은 더욱 빨라지는 추세다. 실제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가상 캠퍼스 입학식, 대선 개표 방송, 콘서트 등이 열리는가 하면 콘텐츠를 만들어 사고파는 경제활동까지 일어나고 있다.
오프라인 세계, 메타버스로 확장
SK텔레콤이 작년 7월 출시한 이프랜드는 메타버스 대학 캠퍼스와 대선 개표 방송 등으로 오프라인 세계를 가상의 공간으로 확장시켰다. 지난 2월에는 고려대·순천향대와 협력해 이프랜드에 각 학교의 상징적인 장소, 건물 등을 실감 나게 구현한 메타버스 캠퍼스를 개교했다. 실제 대학 캠퍼스와 유사하게 구성된 메타버스 캠퍼스에서는 강의, 조별 과제, 대학 축제, 입학·졸업식 등 다양한 학사 일정이 진행되고 있다.
대학 생활만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이프랜드는 20대 대통령 선거때 주요 방송사들과 협력, 세계 최초로 메타버스 선거방송을 진행했다.
개표 방송에는 2만여명의 접속자가 몰렸다.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역시 방송사와 손잡고 선거 방송을 진행했다. 실제와 동일하게 구현된 방송사 건물에는 대선 선거 방송 대형 현수막이 게시되는가 하면 방송 장비들이 갖춰진 스튜디오와 세트도 등장했다.
현실에서만 가능할 것 같았던 공연이나 팬미팅도 메타버스 공간으로 들어왔다. 지난 3월 JYP엔터테인먼트는 제페토에 신입 걸그룹 엔믹스 전용 공간(월드)를 조성하고 사옥 연습실을 그대로 옮긴 공간에서 멤버들과 셀피를 찍거나 안무 연습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프랜드는 볼류메트릭 기술과 메타버스를 접목해 초실감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볼류메트릭은 여러대의 카메라가 대상을 360도에서 동시 촬영해 실사 기반 입체 영상을 만드는 기술로 실제와 유사한 생생함을 줄 수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이프랜드에서 초실감 콘서트 '메타버스 뮤직 페스티벌'을 개최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K팝 스타들과 협업해 AR 디지털 휴먼 콘텐츠, 메타버스 기반 뮤직비디오·콘서트 등 K팝 문화를 혼합현실 세계로 확장하는 'K팝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K팝 스타의 전용 랜드와 전용 아바타를 통해 K팝 스타와 팬들이 물리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케이팝 메타버스 팬미팅 '더 팬 라이브'를 론칭했다.
현실세계처럼 경제 활동도 가능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현실세계처럼 다양한 경제 활동도 이뤄진다. 제페토 운영사인 네이버제트는 2020년 3월 크리에이터 플랫폼 '제페토 스튜디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용자는 직접 가상현실 내에서 착용할 수 있는 의상 등 다양한 아이템을 제작하고 판매까지 할 수 있다. 지난달 기준 스튜디오 크리에이터 수는 260만명, 스튜디오 아이템 판매 개수와 거래액은 각각 1억5000만개, 300억원에 달한다.
구찌, 랄프로렌, 디올 뷰티, 나이키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도 제페토에 입점했다. 일례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구찌는 지난해 2월 제페토와 제휴를 맺고 플랫폼 내 구찌 IP를 활용한 다양한 패션 아이템과 3D 월드맵(수많은 인원이 입장할 수 있는 가상공간)을 정식 론칭했다.
정식 론칭에 앞서 구찌 버츄얼 컬렉션을 일부 공개하자, 구찌 IP를 활용한 2차 콘텐츠가 제페토에서 열흘 만에 40만개 이상 생성됐고 조회 수는 300만이 넘었다.
SK텔레콤 역시 유저들이 직접 랜드나 아바타 코스튬을 제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연내 오픈할 예정이다. 여기에 가상화폐 기반 거래 시스템까지 도입, 제작한 재화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도입한다. 유명 지식재산권(IP)와 협력해 프리미엄 아바타, 의상, 공간 등을 구매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러한 서비스 확장을 통해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한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이프랜드 영어 버전 개발을 완료하는 등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연내 80여개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5월에는 도이치텔레콤과 '유럽판 이프랜드' 출시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유럽 지역 메타버스 사업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합작회사(조인트벤처) 설립도 검토 중이다.
이혜선 (hs.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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