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 잇단 '주식분할'.. "가뭄에 단비" vs "거품만 증폭"
■ Global Economy
주가 낮추고 주식 수는 늘려
기업 가치는 그대로이지만
투자자 진입 수월해져 ‘호재’
아마존 주가 한때 14% 올라
알파벳 이달 20대1 분할거래
테슬라 내달 주총 안건 상정
증시 전체 상승 견인 기대 속
일시적 주가띄우기 그칠 수도
최근 미국 뉴욕증시를 움직이는 빅테크들 사이에서 주식분할 바람이 불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하락장이 길어지는 가운데 나오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소식들이다. 역사적으로 주식분할 12개월 후 해당 기업의 주가는 20%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자사주매입 등과 비교해 들어가는 돈 없이 주가를 끌어올려 주주 가치를 재고하는 방법인 까닭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6월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주식분할을 완료했으며 조만간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과 테슬라도 주식분할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등 악재가 산적해 있어 주식분할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식분할은 무엇이며, 누가 하나? = 주식분할은 말 그대로 주식을 일정한 비율로 나눠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100만 주가 발행된 주가 100달러짜리 주식을 10 대 1로 분할하면 주가는 10달러로 떨어지고 주식 수는 1000만 주로 늘어난다. 통상 주가가 지나치게 높아 거래가 적을 때 추진한다. 단순히 주식 수를 늘리는 것으로, 기술력이나 사업 모델 등 기업이 지닌 본질적인 가치는 그대로다. 그럼에도 시장은 주식분할을 호재로 받아들인다. 주식분할 이후에는 주가가 낮아지는 만큼 투자자 진입이 한결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 6월 6일 주식분할 거래가 이뤄지기 전 아마존의 주가는 주당 2400∼2500달러(약 310만∼323만 원) 선에 거래됐다. 주당 가격이 비싼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진입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20 대 1의 주식분할 후 아마존의 주가는 100∼120달러 선에서 움직인다. 아마존 주가는 주식분할에 긍정적 영향을 받았다. 분할 계획이 처음 발표되고 난 다음 날인 3월 10일 아마존 주가는 5.41% 상승했다. 주주총회에서 주식분할안이 통과된 5월 25일부터 분할 직전인 6월 3일까지 아마존 주가는 14.6% 뛰었다.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 상승률(5.1%)의 세 배 수준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역시 주식분할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 2월 주식을 20 대 1로 분할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6월 1일 관련 내용이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오는 15일 알파벳 주식 한 주가 20주로 교환될 예정이며 18일부터 분할된 주가에 주식이 거래된다. 테슬라 역시 하반기 주식분할에 나선다. 3 대 1로 분할할 계획이며 8월 4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해당 내용을 담은 안건을 상정한다. 현재 알파벳의 주가는 2200∼2300달러 선이며 테슬라 주가는 700∼740달러 수준이다. 주식분할 후 알파벳 주가는 20분의 1, 테슬라 주가는 3분의 1로 떨어질 전망이다.
◇주식분할 노림수는? = 기업이 주식분할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보다 주가 상승이다. 특히 지금처럼 하락장이 이어질 때 별다른 비용 없이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1980년 이후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포함된 기업은 주식분할을 발표한 이후 3개월, 6개월, 12개월 수익률이 시장 평균을 크게 뛰어넘었다.
주식분할 발표 3개월 후 S&P500지수는 평균 2.1% 올랐으나 주식분할을 발표한 기업은 평균 7.8% 상승했다. 6개월 후에는 S&P500지수가 4.4%, 주식분할 기업이 13.9%, 12개월 후에는 S&P500지수가 9.1%, 주식분할 기업이 25.4% 올랐다. 국내 증시에선 카카오가 지난해 4월 주식분할한 뒤 약 두 달 만에 주가가 55% 급등했던 사례가 있다. 테슬라 역시 2020년 8월 5 대 1로 첫 주식분할을 한 뒤 20일 동안 주가가 60%나 폭등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재러드 우더드 투자전략가는 “주식분할은 경영진이 좀 더 주주 친화적이 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에 편입을 노린다는 측면도 있다. 다우지수는 미국 대표 기업 30곳의 주가에 가중치를 두고 산정한 지수다. 시가총액으로 가중치를 산정하는 S&P500지수와 달리 주가를 기준으로 삼다 보니 주가가 높은 기업은 편입하지 않는다. 다우지수를 구성하는 기업의 주가는 모두 수십∼수백 달러인데, 수천 달러인 기업이 포함되면 지수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테슬라와 알파벳, 아마존은 모두 다우지수에 포함돼 있지 않다. 다우지수에 포함되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자금이 들어오며 주가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한 증시 전문가는 “과거 주가가 600달러를 웃돌던 애플이 7 대 1로 주식을 분할한 후 다우지수에 편입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알파벳과 아마존도 주식분할이 다우지수 편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고 분석했다.
◇증시 상승 견인할까? = 주식분할 계획을 발표했거나 이미 시행한 아마존, 알파벳, 테슬라의 합산 시가총액은 S&P500지수 전체 시가총액의 약 9% 수준에 달한다. 주식분할 후 이들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전체 시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힘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처럼 호재를 찾기 어려운 뉴욕 증시에 ‘가뭄에 단비’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주식분할 후에도 각 사의 호재로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전망도 있다.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니켈 공급 측면에서 경쟁사보다 5년 앞서 있다”고 설명했다. 알파벳 역시 주식분할과 함께 광고 매출 증가세 등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증시 관계자는 “주식분할은 단기적으로 호재로 볼 수 있지만, 주가가 지속해서 상승하기 위해선 기업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테슬라, 아마존, 알파벳 등은 대표적인 성장 기업이기 때문에 장기 투자 관점에선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주식분할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단순 주가 띄우기로 거품이 생길 수 있어서다. 뉴컨스트럭츠의 데이비드 트레이너 CEO는 “테슬라는 주식분할로 주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의심할 여지 없이 개인 투자자들한테는 더욱 매력적”이라면서도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오면서 거품이 더욱 커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비어있는 화면 보며 업무? 대통령실 “결재 직후 화면” 설명
- 김혜수, 팔짱끼고 다정하게 ‘극장 데이트’
- 납세자연맹 “尹 대통령 저녁식사비·부부 영화 관람비 공개하라”
- CNN “한국, 출근 재개하며 ‘갑질’도 부활…술 취한 상사가 성희롱 문자”
- “여사님 얼굴 아픔이 가득”...박주민·김용민·김남국 의원 등 양산 사저 방문
- 27년간 휴무없이 일한 버거킹 직원에 3억9000만원 성금
- 김종민 “신지 전남친, 너무 별로…돈을 얼마나 꿔줬냐” 폭로
- [단독]尹 참석 ‘대통령실 성교육’ 당일 취소…송옥렬 성희롱 논란 의식?
- “싸게 팔아줘 고맙다”…엘살바도르, 비트코인 80개 추가 매수
- 尹 “지지율 연연 안해...도덕성 문제 前정부 비할 바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