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폭스바겐·현대차도 뛰어든 '전기차 단짝' 충전 로봇
[테크 트렌드]
최근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친환경적이라는 강점에 더해 고유가 걱정도 덜어줄 수 있는 매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확산에 따라 전기 충전소와 충전 설비 등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에서 충전 작업을 하는 로봇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충전 로봇의 부상
2021년 전 세계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인 약 670만 대를 기록했고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의 비율도 4%에서 8%로 급성장했다. 그 덕분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 개발이 가속화됐다. 특히 자동 충전용 로봇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 경제의 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 추세가 설비 자동화의 잠재 수요를 견인하고 비전 인공지능(AI)과 매니퓰레이터 등 로봇 기술의 발전이 설비 자동화의 구현 수준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충전 로봇(charging robot)은 배터리 충전 작업을 직접 수행하거나 지원하는 로봇을 말한다. 충전 로봇은 편의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사람이 직접 충전하는 것보다 우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 대신 로봇이 충전 작업을 하면 운전자가 차에서 내릴 필요도 없고 누전 등으로 인한 종업원의 인명 사고 발생 가능성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충전 로봇을 대중적으로 최초 사례는 테슬라의 스네이크봇이다. 2015년 8월 공개된 스네이크봇은 충전 케이블을 부착한 뱀 형태의 로봇 팔이 충전구를 찾아 커넥터를 연결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전기차의 선도 기업인 테슬라가 충전 로봇을 소개한 효과는 컸다. 테슬라는 아직 상용화를 추진하지 않고 있지만 스타트업, 충전 설비 제조업체, 자동차 부품 업체, 자동차 주문자위탁생산(OEM) 등 다양한 기업들은 전기차 시대의 도래에 대비해 다양한 충전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충전 로봇은 크게 충전 위치의 고정성 여부에 따라 고정형 로봇과 이동형 로봇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고정형 충전 로봇은 사전에 정해진 충전 위치로 운전자가 차를 몰고 가야 하는 반면 이동형 충전 로봇은 운전자가 주차한 곳까지 로봇이 스스로 찾아온다.
고정형부터 AMR 기반의 이동형 충전 로봇까지
고정형 충전 로봇은 충전 구역 내 정해진 위치에 자동차가 정지하면 로봇 팔이 충전 커넥터를 연결해 충전 작업을 수행한다. 고정형 충전 로봇의 구조는 주로 충전 설비에 수직 다관절 로봇 또는 레일·직교 로봇 등의 수평 이동 장치와 수직 다관절 로봇이 부착된 형태다. 고정형 충전 로봇은 충전 설비가 특정 위치에 고정돼 있어 충전 작업을 안정적이면서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유소처럼 기존 건물이나 공간을 전용 공간으로 개조해야 하므로 초기 설비 구축 부담이 크다는 단점도 있다.
한국 기업 모던텍의 고정형 충전 로봇(robot arm charger system)은 벽면 또는 충전소 천장에 레일 시스템과 수직 다관절 로봇을 설치한 시스템이다. 정해진 충전 구역에 자동차가 정지하면 충전용 케이블을 든 로봇 팔이 벽면 또는 천장에 달린 레일을 타고 충전구 근처로 이동한 다음 로봇 팔이 충전구에 케이블을 탈부착하는 식으로 충전 작업을 진행한다.
모던텍의 로봇은 고정형 충전 로봇의 높은 생산성을 잘 보여준다. 로봇 1대가 동시에 충전 작업을 할 수 있는 차량이 최대 20대에 달하기 때문이다. 2021년 SK에 인수된 SK시그넷도 로봇 1대로 최대 8대의 차량을 충전할 수 있는 고정형 충전 로봇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충전 커넥터를 부착한 협동 로봇이 천장에 달린 레일을 따라 이동하면서 자동차마다 상이한 곳에 있는 충전구를 찾아 커넥터를 결속하는 방식이다.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도 고정형 충전 로봇을 개발해 공개한 바 있다. 현대차의 자동 충전 로봇 ACR(Automatic Charging Robot)은 충전 설비가 있는 충전 구역에 자동차가 주차하면 딥 러닝 기반의 비전 AI가 충전구 위치를 인식하고 수직 다관절 기반의 로봇 팔이 커넥터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자율 주행 기능에 초점을 둔 이동형 충전 로봇은 라이다와 카메라 등 비전 센서를 장착한 AMR(Autonomous Mobile Robot)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동형 충전 로봇의 구조는 다양한다. 로봇 몸체에 충전용 배터리가 부착된 것이 있는가 하면 이동형 배터리 장치를 로봇이 견인하는 것도 있다. 또 어떤 이동형 충전 로봇은 스스로 충전 커넥터를 결합하는 동작을 할 수 있는 로봇 팔을 달고 있는 것도 있다.
이동형 충전 로봇의 가장 큰 장점은 주차장·오피스 빌딩·아파트 등 기존 건물을 크게 개조할 필요가 없어 고정형 충전 로봇의 단점인 인프라 설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이동형 충전 로봇은 충전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확산할 방안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반면 충전 작업의 속도가 고정형 충전 로봇에 비해 느린 단점도 지녔다. AMR의 자율 주행 속도, AMR이 끌고 다니는 이동용 배터리의 대수와 충전 용량, 충전 속도, 재충전 시간 등 작업 속도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제약이 더 많기 때문이다.
처음 공개된 2018년 이후 꾸준히 개량된 에바(EVAR)의 충전 로봇은 충전용 배터리가 탑재된 로봇이다. 운전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으로 로봇을 호출하면 로봇은 자동차 번호판이나 QR코드를 보고 대상 차량을 스스로 찾아 온다. 충전 커넥터의 체결은 운전자가 직접 해야 하는데 여타 로봇들과 다른 점은 전용 커넥터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운전자가 차량 충전구에 에바 전용 커넥터를 연결하면 로봇은 차량의 10cm 이내로 접근해 차량에 체결된 전용 커넥터와 로봇의 몸체에 달린 충전 커넥터를 결합한다. 충전을 마치면 로봇이 차량에서 이탈하면서 커넥터가 분리되고 운전자가 전용 커넥터를 충전구에서 꺼내 모든 작업을 종료한다.
지난 6월 중순 해외 언론에서 주목받았던 미국 EV세이프차지의 충전 로봇 ‘지기’는 충전용 배터리 탑재, 스마트폰 앱이나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한 호출, 충전 커넥터 결속을 사람이 하는 등 에바와 많은 점에서 유사한 로봇이다.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2020년 12월 로봇 팔을 이용해 스스로 충전 커넥터를 연결할 수 있는 충전 로봇의 프로토 타입을 발표했다. 폭스바겐의 충전 로봇은 지기나 에바와 달리 로봇과 배터리가 분리돼 있고 로봇은 별도의 이동형 배터리와 한 팀으로 작업한다.
로봇이 이동형 배터리를 끌고 대상 차량에 온 다음 로봇 팔로 차량의 충전구 덮개를 열고 이동형 배터리에 부착된 충전용 커넥터를 차량 충전구에 꽂거나 분리하는 식으로 작동한다. 폭스바겐이 로봇과 배터리를 분리한 이유는 동시에 여러 대의 차량을 충전하기 위해서다.
배터리와 일체화된 로봇은 한 대의 차량만 충전할 수 있지만 폭스바겐의 로봇은 여러 차량을 각각 이동형 배터리와 연결하거나 분리하는 작업만 한다. 그래서 이동형 배터리의 대수와 같은 수의 차량들을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것이다. 폭스바겐의 충전 로봇은 DC 충전 방식으로 최대 50KW의 전원을 공급할 수 있다.
스타트업 볼테리오는 올해 1월 일반 주택의 차고 등 어디에나 쉽게 구축할 수 있는 완전 자동 충전 로봇(Fully Automatic Charging Robot)을 공개했다. 볼테리오의 자동 충전 로봇은 형태나 작업 방식 등에서 여타 충전 로봇들과 상이하다.
볼테리오의 로봇 시스템은 자동차 하부에 볼트 등으로 손쉽게 부착할 수 있는 전용 커넥터와 차고 바닥에 있는 충전 로봇으로 구성된다. 충전 로봇은 가정용 로봇 청소기처럼 납작하고 뒷부분에 유선 충전 케이블이 연결돼 있다.
운전자는 자동차를 몰고 볼테리오의 로봇이 자동차 아래에 있도록 상태에서 주차하면 로봇은 자동차 하부에 장착된 전용 커넥터를 스스로 찾아 로봇의 몸체에 있는 커넥터가 자동차 하부에 있는 전용 커넥터와 결합해 충전을 진행한다. 볼테리오와 파트너십을 맺은 글로벌 자동차 부품 기업 컨티넨탈에 따르면 볼테리오의 로봇 시스템은 올해 내에 개발 완료할 계획이다.
진석용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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