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만 천억" 신세계인터株 안파는 정유경..400억 추가 대출

이현승 기자 2022. 7. 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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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에 신세계 주식 증여 받아..1000억 세금 연부연납 신청
정용진은 광주신세계株 매각해 현금화
정유경은 신세계인터株 팔지 않고 대출
신세계인터, 실적 호조로 지분가치 상승 가능성

정유경 신세계(004170)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이 최근 신세계 주식을 담보로 400억원을 추가 대출 받았다. 1000억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증권업계에선 정 총괄사장이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처럼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매각해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가능성이 높은 곳이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이다.

그러나 올해부터 톰보이 등 부진 사업부 실적이 개선되며 향후 지분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자 매각 대신 기존 주식담보대출을 늘리는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픽=손민균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유경 총괄사장은 작년 신세계 주식 30만주를 담보로 한국증권금융에서 400억원을 빌린 계약 만기가 지난달 돌아오자 이를 연장하고, 28만주를 담보로 400억원을 추가로 대출 받았다.

같은 금융기관에서 대출 받았음에도 신규 대출 이자율이 2.20%로 기존 계약(3.05%)에 비해 내려갔다. 금융기관은 시장금리 추이와 대출 차주의 수익 기여도, 담보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출금리를 결정한다.

정 총괄사장의 수익 기여도나 신세계 주식 담보 가치가 1년 전보다 올라갔다고 추정할 수 있다.

◇ 정유경, 증여세만 1000억…정용진은 광주신세계 매각해 현금화

이번 추가 대출은 증여세 마련 목적이다. 정 총괄사장은 2020년 어머니인 이명희 회장에게서 신세계 지분 8.22%(당시 지분가치 1741억원)를 증여 받았다. 증여세는 최고 증여세율 50%에 최대주주 할증 세율을 적용 하면 약 1009억원으로 추정된다.

정 총괄사장은 그해 증여 받은 주식 50만주를 담보로 서울 용산세무서에 연부연납을 신청했다. 연부연납은 증여받은 자산가치보다 20% 이상 큰 주식, 부동산 등을 담보로 제공하고 증여세를 나눠 내겠다고 신청하는 제도다. 정 총괄사장은 담보로 맡긴 해를 포함해 6년 간 매년 약 168억원씩 납부하게 된다.

정 총괄사장보다 증여 받은 지분가치가 높은 정용진 부회장은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을 택했다. 정 부회장은 당시 지분가치 3190억원의 이마트(139480) 주식 8.22%를 받아 증여세가 1900억원대로 추정된다. 작년 광주신세계(037710) 주식 83만3330주(지분율 52.08%)를 신세계에 팔아 2285억원을 확보했다.

광주신세계 매각은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를, 정유경 총괄사장이 신세계를 지배하는 분리 경영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이다. 광주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을 운영하는 법인으로 정 총괄사장의 관할 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오빠와 마찬가지로 정 총괄사장도 보유한 신세계그룹 상장사 지분을 매각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렸다. 주식담보대출은 기업 오너에게는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돈을 마련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지만 투자자에겐 주가 하방 요인이다. 주가 변동에 따라 반대매매로 매물이 쏟아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 주식 182만7521주(지분율 18.56%), 신세계인터내셔날은 540만4820주(15.14%)를 가지고 있다.

두 회사 중 본인과 이명희 회장 지분율을 합쳐도 28.56%인 신세계보다는 54.05%에 달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을 매각하는 게 경영권에 안정적이다. 정 총괄사장이 보유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지분 가치는 1일 종가 기준 1630억원이다.

◇ 신세계인터 매각설 있었으나 대출…실적 호조에 지분가치 오를 가능성

그러나 정 총괄사장이 서둘러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매각에 나서지 않는 것은 최근 실적 개선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의류, 화장품을 수입 유통하거나 직접 제조해 판매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었던 작년 매출은 9.5% 증가한 1조4508억원, 영업이익은 172.4% 늘어난 920억원으로 2019년을 뛰어 넘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영업이익 모두 ‘역대 1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셀린느, 메종 마르지엘라, 아크네 스튜디오 등 명품 브랜드와 딥디크, 바이레도, 산타마리아노벨라 등 수입 화장품 브랜드가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매출, 영업이익 증가를 견인했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매출은 1조5000억원을 넘고 영업이익은 10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지난 2년 간 부진했던 국내 의류 브랜드 톰보이가 그동안의 구조조정 효과로 영업이익이 개선되고, 화장품 부문에선 2020년 인수한 고가 브랜드 스위스 퍼펙션이 판매처 확대로 실적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박현진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자체 디지털 채널인 SI빌리지의 매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25~30%로 높게 유지되고 있고 고가 브랜드의 온라인 매출 증가가 패션 부문 마진을 높이고 있다”며 “중국 (코로나) 봉쇄가 해제되며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화장품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실적 개선이 주가에 반영되면 정 총괄사장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굳이 일찍 매각해 현금화 할 필요 없이 기존에 보유한 주식을 토대로 담보대출에 나서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배당 수익도 짭짤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작년 1주당 1500원의 현금배당을 했는데 전년 대비 36% 늘린 것이다. 정 총괄사장은 배당금만 16억원을 수령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주가는 유통주식 수 확대를 위해 5대1로 액면분할 한 후 첫 거래일인 4월 11일부터 6월 9일까지 15% 올랐으나 그 이후로 하락하고 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도 떨어졌고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에 따라 해외 여행이 재개되며 보복 소비 수혜주로 꼽힌 명품 패션·화장품 관련 기업 실적이 부진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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