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이어 낸드도 가격 하락..인플레·전쟁에 수요 부진
3분기 가격 추가 하락 전망..메모리 반도체 업황 위기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전세계적인 수요 부진 현상이 지속되면서 최근 1년 8개월 동안 상승했던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D램 가격도 9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업계 전반의 향후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6월 낸드플래시 메모리카드·USB향 범용(128Gb 16Gx8 MLC) 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개당 4.67달러를 기록해 전월(4.81달러) 대비 3.0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거래가격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와 글로벌 수요처 기업이 체결하는 공급계약 가격이다. 반도체 수요-공급과 관련해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로 꼽힌다.
낸드플래시 고정가격이 하락세를 기록한 건 2020년 10월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당시 4.2달러였던 낸드플래시 고정가격은 지난해 4월 4.56달러, 지난해 7월 4.81달러까지 오른 후 11개월 동안 가격을 유지한 끝에 지난달 떨어졌다.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경제 둔화 등으로 PC·노트북·스마트폰 등 주요 IT 제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핵심 부품인 낸드플래시의 가격도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정학적 갈등과 물가 상승 압력이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수주 회복세까지 제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D램 가격도 9개월째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D램 PC향 범용제품(DDR4 8Gb 기준)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 5월 3.35달러를 기록해 전월보다 1.76% 하락했으며 6월 가격도 이를 유지했다. 최근 고점이었던 지난해 9월(4.1달러)과 비교하면 18% 하락했다.
당초 2분기 D램 가격 하락 폭이 3~8%로 예상됐던 점을 고려하면 1% 후반대의 낙폭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하지만 업계는 하반기에도 가전·모바일 등 전자제품의 소비 감소 현상이 지속되면서 반도체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한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 3위인 미국의 마이크론은 지난달 30일 실적발표에서 3분기 매출 전망치에 대해 72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91억4000만달러)보다 약 20억달러나 밑도는 수치다. 마이크론 측은 "장기적인 수요 전망은 긍정적이지만 최근 업계의 수요가 약해졌다"고 밝혔다.
트렌드포스 측은 "중국의 도시 봉쇄가 풀리면서 D램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혀 구체화되지 않고 있고 현물 가격의 하락세가 더 급격해지고 있다"며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초과 재고가 한계치에 도달했기 때문에 전반적인 D램 평균판매가격이 가파른 하락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2분기 반도체 사업이 약 10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전체 실적을 지탱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이 다소 하락했지만 출하량은 늘면서 매출이 유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반기 전자제품 수요 약세로 반도체 출하량이 줄어들고 가격 하락세까지 지속될 경우 3분기부터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투자를 충분히 하지 못한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올해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리면서 서버용 D램 출하량이 늘어났지만, 최근 대폭 인상된 금리에 부담을 느껴 하반기 투자를 미룬다면 실적 부진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기존 10만3000원에서 9만원으로, JP모건은 10만원에서 8만5000원으로 낮췼다. 국내 증권사인 NH투자증권도 8만7000원에서 7만8000원으로 내렸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 등 매크로(거시경제) 이슈의 영향으로 스마트폰 등 IT 세트의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며 "기존에는 메모리 반도체 수급 개선이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2023년 초로 지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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