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와대'부터 '루나 · 테라' '코스피 추락'까지..2022년 상반기 한국을 뒤흔든 이슈 '톱5'
[비즈니스 포커스]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하던 청와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하겠다고 선언했고 취임 직후 이를 실천에 옮겼다. 용산에 집무실을 차린 것이다. ‘용와대(용산+청와대)’라는 대통령실의 새 별칭이 생겨난 배경이다.
2021년 투자 열풍을 일으켰던 암호화폐는 2022년 들어 기세가 꺾였다. 5월을 기점으로 한국산 코인인 테라와 루나가 폭락한 것이 시발점으로 작용했다. 테라와 루나는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며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2022년 상반기를 뒤흔든 이슈다. 양국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글로벌 정세가 불안해졌다. 세계 최대의 곡창지대로 불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급 불안정, 여기에 러시아산 에너지 자원 수출까지 차질이 빚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공포가 불어 닥치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정세에 타격을 받아 국제 유가는 치솟았고 한국에서는 경유 값이 사상 처음으로 휘발유 값을 뛰어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2021년 1월 3000을 돌파하며 새 이정표를 썼던 코스피지수는 2022년 들어 하락세로 전환되며 다시 2000선 중반을 맴돌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우려도 높아졌다. 한경비즈니스가 2022년 상반기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키워드 5개를 꼽았다.
‘용와대’가 부른 용산 전성시대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겠다고 공언해 왔던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 자신의 말을 곧장 실행에 옮겼다. 윤 대통령은 소통 중심의 친근한 집무실을 만들겠다며 이전 대통령들이 집무실로 사용하던 청와대를 나왔다. 그 대신 그는 용산 국방부 청사에 새 집무실을 꾸렸다. 이에 따라 용산과 청와대를 합친 ‘용와대’라는 단어도 새롭게 생겨났다.
집무실 이전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이전에 드는 많은 비용, 기존에 있던 국방부를 새로운 장소로 이전하게 되면서 불거지는 보안 문제로 인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야당의 반대 등 수많은 진통을 겪었지만 윤 대통령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2022년 4월 결국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쓰일 예비비가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용산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그리고 청와대는 5월부터 일반인들에게 개방되며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베일에 싸여 있던 청와대가 공개되자 일대 주변은 연일 인산인해를 이루며 서울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용와대의 등장은 용산 일대의 집값 상승도 부추겼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개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용산구의 아파트 3.3㎡(1평)당 평균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계기로 그간 지연됐던 개발 등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KB부동산이 최근 내놓은 주택 가격 동향에서도 나타난다. 용산구는 5월 ‘강남3구’ 외에 아파트 평단가가 처음 6000만원(3.3㎡당 6091만원)을 돌파했다. 6월에도 전월 대비 1.4%(86만원) 오른 6091만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강남 3구의 뒤를 잇는 신흥 부촌으로서의 위치를 굳건하게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함영진 직방 팀장은 “최근 실거래가 기준으로 봤을 때 용산의 집값 상승률은 서울 지역 가운데 가장 높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기존의 호재에 청와대 집무실 이전까지 더해지면서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비극 원인 된 ‘루나·테라’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루나와 테라가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뒤흔든 최대 이슈였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6000만원에 육박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들어 2600만원대까지 주저앉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산 코인 루나(LUNA)와 자매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의 대폭락이 전체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하며 전체 시장이 큰 타격을 받았다고 분석한다.
권도형 테라폼랩스코리아 대표가 만든 루나와 테라는 무서운 속도로 생태계를 확장해 나갔다. 테라와 루나는 일종의 ‘차익 거래’로 가격을 유지하도록 만들었다. 테라 1개를 루나 1개로 교환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를테면 테라 1개의 가격이 0.9달러로 떨어졌다고 가정해 보자.
이렇게 되면 알고리즘에 따라 테라 1개를 1달러어치 루나로 바꿔 준다. 테라 10개의 가격이 9달러가 됐어도 10달러어치의 루나를 얻을 수 있으니 오히려 1달러 이득을 보게 된다. 반대로 테라 1개의 가격이 1.1달러로 올랐다고 하자. 그러면 투자자들은 1달러어치의 루나를 테라 1개로 바꿀 수 있어 마찬가지로 수익을 낼 수 있다. 즉 테라의 가치가 떨어지면 루나의 개수가 늘고 테라의 가치가 높아지면 테라의 개수가 늘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런 안정성이 부각되며 꾸준히 수요가 증가했다. 한때 테라는 전 세계 코인 시가 총액 3위, 루나는 10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5월 테라 1개의 가격이 0.6달러 선으로 떨어지면서 이런 알고리즘이 파괴됐다. 테라 값이 급락하자 시장엔 루나만이 넘쳐났다. 결국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가 달러화에 연동된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는 ‘언페깅’이 발생했고 두 코인 모두 휴지 조각이 되고 말았다.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도 엉망이 됐다. 블룸버그는 “탈중앙화 금융 시장에서 애정의 대상이었던 테라가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졌다”며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테라와 루나의 폭락을 리만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2008년 금융 위기와 비교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후 암호화폐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끝을 모르고 추락해 현재 비트코인당 2600만원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한국산 코인이 암호화폐 시장의 비극을 초래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테라·루나 사태 발생 후 가상 자산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보자 여러 나라의 금융 당국도 이와 관련한 조사를 진행하고 규제를 검토 중이다.
‘러·우크라 전쟁’…인플레 비상
2022년 상반기 글로벌 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했다. 그 중심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자리한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미사일로 공습하면서 발발한 이 전쟁은 4개월여가 지난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양국의 전쟁이 일으킨 파장은 한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의 주요 곡물 수출국으로 꼽힌다.
이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자연히 글로벌 식량 위기 가능성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자국의 식량 보호에 나서기 시작하며 국제 곡물가 또한 비상이 걸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세계 각국이 발동한 식량·비료 수출 제한 조치는 총 57건에 달한다.
수출 제한 조치를 내린 나라는 34개국이다. 조치 내용은 수출 금지 42건, 수출 허가제 10건, 관세 5건 등이다. 이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2월 24일) 이후 시행된 조치가 45건으로 전체의 78.9%를 차지했다.
한국은 국내 산업에서 사용하는 원료 곡물의 79.8%를 수입(2020년 기준)한다. 주요 식량인 소맥·옥수수·팜유·대두유의 한국 자급률은 0.0~0.1%에 불과하다.
김나율 무역협회 연구원은 “한국은 식량을 수입해 이를 주로 가공·소비하는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어 국제 식량 공급망 교란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며 “특히 세계 각국의 수출 제한 조치는 식량 무역수지뿐만 아니라 기업 채산성과 인플레이션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라면과 제과·제빵 관련 기업들은 치솟는 곡물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현재 제품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 식품 가격의 줄인상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민 연료 ‘경유의 배신’
서민의 연료라고 불렸던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역전하는 사태가 발생하며 경유차를 모는 많은 이들에게 당혹감을 안겼던 것도 상반기 벌어진 최대 이슈 중 하나다.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은 2008년 6월 금융 위기 당시 이후 약 14년 만의 일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6월 29일 기준 전국 주유소의 평균 경유 가격은 리터당 2162.25원으로 나타났다. 리터당 2140.34원을 기록 중인 휘발유 값보다 약 20원 비싸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추월한 이유는 간단하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멈췄던 여행이 재개되기 시작했다. 또 세계 각국의 산업 생산도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자연히 글로벌 경유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유는 산업 생산에 가장 많이 쓰이는 원료다.
문제는 공급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유 수급에 큰 타격을 받았다. 앞서 유럽연합(EU) 27개국 회원국은 5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의 90%를 감축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러시아 제재에 합의했다.
특히 유럽은 전체 경유 수입의 60% 정도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발 원유 제품 수급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휘발유 가격보다 경유 가격이 더 크게 오르는 배경이다. 자연스럽게 한국의 경유 시장에도 불똥이 튀며 급기야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값보다 비싸지는 상황이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경유 가격에 대한 전망은 갈린다. 먼저 경유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세를 예상하는 이들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때까지 원유 수급난이 이어지면서 경유 가격이 계속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하반기 들어 진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러시아산 원유가 인도와 중국 등을 통해 유럽에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에 따라 경유 가격이 점차 제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3000 넘었던 코스피의 추락
마지막으로 코스피지수의 추락도 빼놓을 수 없는 상반기 이슈다. 코스피지수는 2021년 1월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하며 새 이정표를 썼다. 2007년 7월 2000선을 처음 넘어선 지 약 13년 5개월 만에 세운 대기록이었다.
코스피를 일으켜 세운 것은 개인 투자자들이었다. 외환 위기, 금융 위기를 거치며 익힌 학습 효과로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여긴 개인들이 대거 증시에 뛰어든 것이다. ‘주린이(주식+어린이)’, ‘동학개미’ 등 다양한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주식 열풍이 일며 코로나19 사태로 급락했던 장을 일으켜 세웠다. 2020년 한 해에만 30.8% 올라 주요 20개국(G20) 대표 주가지수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코스피는 다시 하락 전환되며 2400선 아래(6월 29일 기준)로 내려간 상태다. 증권업계에서는 글로벌 증시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코스피의 하락세가 유독 도드라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그 무엇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코스피지수 하락을 부채질하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속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머지않아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상태로 역전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00원을 넘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원화 약세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엔 위협이다. 특히 한국의 상반기 누적 무역 적자 규모가 반기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급증하는 것도 수출액 감소에 따른 기업 실적 전망 악화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 밖에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 국제 유가 상승 등 여러 악재들로 인해 올해 코스피의 3000선 재탈환은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윤지호 이베스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에는 지금의 리스크가 어느 정도 안정화될 수 있지만 그래도 코스피지수가 2700을 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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