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다수 잡기엔 역부족".. '만년 적자' 오리온 제주용암수 생산량 23% 줄었다
삼다수보다 고가 전략 펼쳐..지난해 공급가 인하
유통 채널 확장 따른 반짝 출시 효과 그쳐
오리온 생산본부장 김동주 상무 사내이사 신규 등기
오리온 측 "좋은 물..수요 늘어나리라 기대"
오리온(271560)이 2016년 제주용암수를 인수하며 시작한 물(생수) 사업이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편의점 등 오프라인으로 판매 채널을 확대한 만큼 올해부터 본격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생산 실적은 되레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리온은 올해 ‘닥터유 제주용암수’ 제품군을 건강기능식품으로 확대하고, 오리온 생산본부장을 사내이사로 올리는 등 강수를 두기도 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적자에 이어 올해도 재차 적자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1분기 제주용암수 생산량 전년 대비 23% 감소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오리온제주용암수(이하 제주용암수)의 생산 실적은 8218t으로 전년 동기 1만625t과 비교해 23%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38억원 수준이었던 금액 기준 생산 실적 역시 올해 들어 31억원으로 15% 넘게 줄어들었다.
오리온은 지난해 제주용암수의 연간 기준 생산량이 5만t으로 2020년 9159t과 비교해 5배 넘는 수준으로 증가한 만큼 올해 생산량이 순증할 것으로 봤다. 특히 제주용암수의 성장을 가로막았던 취수 제한 및 오프라인 판매 금지가 해제됐기 때문이다.
오리온에 따르면 제주용암수는 2019년 출시됐지만, 2020년 6월에야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졌다. 제주도가 제주개발공사가 생산·판매하는 삼다수와의 경쟁을 막기 위해 막았던 오프라인 판매를 2020년 6월 풀었고, 편의점에서도 지난해부터 판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업계에선 제주용암수가 생수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판매 채널 증가가 반짝 효과에 그쳤고, 올해 들어 재차 생산 실적 감소로 이어져서다. 지난해 오리온의 제주용암수 가격 인하가 일부 판매 증가로 이어졌을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생수업계에 따르면 제주용암수는 제주 용암해수(화산암반층에 여과된 바닷물)를 원수로 사용한다는 점을 내세워 고가 전략을 폈다. 출시 당시 삼다수보다 비싼 가격으로 냈지만, 판매량 저조 등으로 지난해 530㎖ 병당 공급가를 기존 280원에서 181원으로 낮췄다.
생수업계 한 관계자는 “오리온이 낸 새로운 물에 대한 궁금증과 가격 인하가 초기 구매를 유도하면서 실적 개선이 일부 이뤄졌지만, 출시 효과가 끝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생수 시장은 삼다수, 아이시스 등으로 고정돼 신규 진입이 쉽지 않은 시장”이라고 말했다.
◇ 먹는샘물 아닌 혼합음료로 출시…물 시장 안착 걸림돌
제주용암수가 생수가 아니라 혼합음료라는 점도 오리온의 물 시장 안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내 생수 시장은 수원지에서 원수를 취수해 여과 과정만 거친 후 판매하는 물인 이른바 ‘먹는샘물’만을 생수로 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오리온의 제주용암수는 원수를 취해서 여과·정제 과정을 거치고 염분 등을 걸러낸 정제수에 다시 미네랄 등을 넣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에 따라 먹는샘물이 아니라 혼합음료로 분류되고 환경부가 아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관리를 받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리온 제주용암수의 재무구조는 악화하고 있다. 먹는샘물에 비해 생산비는 높고 판매는 적어 적자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용암수의 지난해 매출은 152억원으로 전년보다 72억원 늘었지만, 적자는 30억원으로 15억원 주는 데 그쳤다.
같은기간 당기순손실은 41억원을 기록 자본잠식률이 15%에서 20%로 늘었다. 오리온은 2016년 제주용암수 지분을 인수하며 공장 신설 등에 25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오리온은 올해 제주용암수에 아연 함량을 늘린 건강기능식품 ‘닥터유 면역수’를 더하는 등 제품군 다변화에 나섰지만, 실적 개선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기식의 일반 판매가 어려워 판매 채널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소비자가 물을 구매하는 일반적인 유통채널인 편의점, 슈퍼마켓 등에선 점주 등이 건기식 판매 교육을 받지 않으면 건기식인 면역수를 판매할 수 없게 돼 있다”면서 “홈페이지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지만, 아직은 실적을 밝히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생산본부장 바꾸고, 제주용암수 ‘경도’ 마케팅 강화
오리온은 오리온 내 생산 전반을 지휘하는 김동주 생산본부장(상무)를 제주용암수 사내이사에 올리는 등 변화에 나섰지만, 올해 역시 적자를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생산 효율화가 실적 개선에 필요하지만, 제주용암수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판매가 원활하지 않은 탓이어서다.
한편 오리온은 올해 제주용암수 마케팅을 강화에 시장 안착에 재도전한다는 방침이다. 6월부터 ‘경도 200이니까 레벨이 다를 수밖에’라는 주제로 닥터유 제주용암수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경도는 물에 녹아있는 칼슘·마그네슘 함량으로 경도 200은 200mg/ℓ을 뜻한다.
오리온 관계자는 “물 하나를 마시더라도 수원지, 브랜드는 물론 영양 성분까지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미네랄이 풍부한 청정 제주의 용암 해수로 만든 오리온 제주용암수의 수요도 늘어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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