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주에 빠진 MZ, 와인잔에 마셔요

이정구 기자 2022. 7. 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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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박람회에 수백명 '오픈런'
와인잔 챙겨와 막걸리 시음
전국 전통주 여기 다 있네 -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에서 한 관람객이 전통주를 살펴보고 있다. 사전 등록 관람객만 3만명에 달했던 이 행사는 '맥주 효모'를 활용한 막걸리, 대마 막걸리 등 다양한 전통주를 선보였다. /뉴스1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COEX)에서 열린 ‘2022 서울국제주류 & 와인박람회’는 사흘 내내 오전 11시 입장 개시 전부터 수백명 긴 줄이 늘어서는 ‘오픈런’이 벌어졌다. 행사장 안에선 오전 시간대에도 부스마다 시음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이어졌다. 특히 위스키잔이나 와인잔을 챙겨와 막걸리 같은 전통주를 시음하는 2030세대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어떤 술을 파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MARK HOLY(마크 홀리)’ 부스 앞에도 시음 줄이 이어졌다. 영문 제품명에 외국인 남성 캐리커처가 새겨져 외국산 맥주를 연상케 했지만 이 제품은 지난 4월 국내 업체가 출시한 막걸리였다. 1988년생 미국인 마크 홀리가 공대를 졸업하고 엔지니어를 꿈꾸던 중 한국에서 맛본 막걸리에 빠져 자신의 이름을 내건 막걸리를 내놓았다는 가상의 스토리까지 입혔다. 이런 설정에 맞게 전통 누룩 대신 에일 맥주 제조에 쓰이는 효모를 사용해 막걸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되, 경기 김포 금쌀 중 비무장지대에서 생산되는 ‘참드림’ 품종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대마씨를 활용해 만든 알코올 도수 12도의 ‘칠위드미’ 막걸리도 관람객 눈길을 끌었다. 곳곳에서 “이런 막걸리도 있었어?” 같은 반응과 시음 행렬이 이어졌다.

◇전통주가 주인공 된 주류박람회

올해로 20회째를 맞은 주류 박람회는 주류시장에서 달라진 전통주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지난 2일 행사장을 찾은 직장인 정모씨도 “주류 박람회인지 전통주 박람회인지 모를 정도”라고 말했다. 시음용 잔으로 와인잔을 챙겨온 정씨는 “막걸리를 10잔 넘게 시음했는데 못 돌아본 곳이 더 많다”고도 했다. 행사장 중앙에도 전통주 부스가 자리 잡았다.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는 전통주 부스들은 QR코드를 이용해 온라인 쇼핑몰을 바로 연결하는 마케팅도 적극적이었다. 증류주 브랜드 ‘화요’를 이용한 칵테일 대회도 열렸다.

이뿐이 아니다. 400년 종갓집의 전통을 자랑한다는 ‘석탄주’(담양 하심당) ‘감자주’(평창군) 등 지역 특색을 강조하는 전통주, 다양한 약재를 활용한 침출주도 인기를 끌었다. 프랑스산 와인 디캔팅 서버를 이용해 전통주 시음을 제공하는 곳도 있었다. 전통주 구독 서비스 스타트업 ‘술담화’ 부스도 인기였다. 2018년 시작한 술담화는 ‘당신의 인생 술을 찾아드립니다’라는 콘셉트로 한 달에 한 번씩 2~3병의 전통주를 고객 집으로 배송해준다.

이틀간 현장을 찾은 주류문화 전문가 명욱 세종사이버대 겸임교수는 “와인과 위스키를 즐기는 것처럼 청주·탁주 등 다양한 종류의 전통주를 즐기는 문화가 생겼다”며 “특히 2030세대는 전통주를 단순히 ‘술’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취미’로 즐긴다”고 분석했다. 전통주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전통주 즐기는 MZ세대

과거 한국 전통주는 박리다매 구조로 팔렸지만 지금은 전통주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소비층도 한층 두터워졌다. 막걸리 시장을 잡기 위해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작년 막걸리 소매시장 규모를 5000억원대로 추산했다. 사업가 겸 방송인 백종원씨는 지난 4월 생막걸리 ‘백걸리’를 출시했고, 파리바게뜨는 지난 5월 서울장수막걸리와 함께 알코올 함량 1% 미만 성인용 음료 ‘장수 막걸리 쉐이크’를 내놓기도 했다. 다양한 막걸리를 즐길 수 있는 ‘막걸리 바(bar)’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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