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시 혁신 실험 '오세훈표 모아타운'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며 부동산시장 난맥상을 해소할 해법으로 ‘모아주택’이 제시됐다. 이후 8개월에 걸친 검토와 전문가의 중지가 모여 올 초 모아주택의 집합적 모델인 ‘모아타운’ 개념이 공개됐다. 요지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한 ‘소규모주택 정비관리지역’을 활용하여 여러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을 묶어 타운을 조성, 저층주택지의 고질적인 주차공간과 녹지 부족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시범사업으로 지정된 강북구 번동 지역은 지난 5월 모아타운 관리지역으로 지정 고시돼 추진되고 있고, 6월에는 자치구 첫 공모사업으로 21곳을 선정하여 모아주택·모아타운을 본격 추진할 모양이다.

모아타운 사업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서울시가 그동안 소규모주택 정비사업부터 재생사업까지 여러 해법을 적용했지만 쉽게 풀어내지 못했던 저층주거지 문제 해결에 근본적으로 다가가면서 사업 여건을 과감하게 개선해 정비사업이 실현될 수 있도록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또 최근 공급 부족에서 야기된 주택가격 안정화를 위해 공급 확대가 핵심이지만 택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나 재개발·재건축 등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고도 주거환경 개선과 공급 확대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임희지 서울연구원 도시주택혁신 연구센터장

더 의미 있는 것은 그동안 개별단위로 추진한 정비사업과 달리 집합적 정비를 통해 주택지에 만연한 주차공간과 녹지 부족 문제를 해소하여 궁극적으로 서울의 ‘슈퍼블록’ 구조를 바꾸는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슈퍼블록이란 간선도로에 둘러싸인 15분 이내 도보 이동이 가능한 지역으로 실제 생활이 이뤄지는 범위를 말하며, 모아타운은 슈퍼블록 단위에서 주거·생활 기능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검토·계획된다. 마치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세르다(기본 블록) 통합이나 미국 뉴어바니즘협회의 슈퍼블록 재정비 실험과 같이 도시 단위를 개선해 도시를 바꿔가는 혁신 방식과 일맥상통한다. 모아타운 사업이 단순한 정비를 넘어 실제로 도시 구조를 개선하고 도시를 혁신한다면 새로운 ‘한국적 어버니즘’(Urbanism)으로의 발전도 기대해볼 수 있다.

물론 모아타운 사업이 자리 잡으려면 다방면에서 저변을 넓혀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서울의 독특한 슈퍼블록 구조를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갈 계획 체계와 담론을 만들기 위한 거버넌스가 필수적이다. 당장은 ‘모아타운 관리계획’(소규모주택 정비관리계획)에 슈퍼블록 생활권 개선방향을 담아낼 수 있지만 이것이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도시계획 체계인 ‘생활권 계획’과도 연계해야 한다.

아파트 중심의 주거유형도 다변화돼야 한다. 저층주택지를 구성하는 소블록을 중심으로 형성된 골목길이 타운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연도형(도로를 따라 배치되는 건물 형태) 아파트를 만들어 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높이제한지역, 재생사업구역, 유적지 주변 등 여러 유형의 저층주거지에서 모아타운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정비모델 다양화도 필요할 것이다.

사업이 경쾌하게 시작된 만큼 성과도 희망적이지만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이 따르지 않는다면 단기적 성과에 그칠 수 있다. 사업 진행 단계마다 각계 의견을 경청하고 함께 만들어갈 때 작은 실험이 서울을 바꾸는 혁신으로 자리매김하리라 믿는다.

임희지 서울연구원 도시주택혁신 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