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광으로 한국사회를 들추다..노순택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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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노순택 개인전 '검은 깃털'이 서울 삼청동 학고재에서 7월 17일까지 열린다.
노순택(51) 작가는 분단체제에서 파생된 정치적 폭력과 갈등의 문제를 사진과 글로 엮어왔다.
작가는 최근 개인전 '검은 깃털' 기자간담회에서 "흑백으로 양분된 것 같은 역광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회색이 보인다. 우리 사회나 개인의 삶은 지나친 어둠이나 밝음 속에 있는 게 아니라 회색 또는 살짝 어둡거나 밝은 공간에 펼쳐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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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51) 작가는 분단체제에서 파생된 정치적 폭력과 갈등의 문제를 사진과 글로 엮어왔다.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반대, 용산 철거민 참사, 한진중공업 사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밀양 송전탑 시위 등 첨예한 대립의 현장에는 늘 그가 있었다.
이번 전시는 역광 사진만 따로 모았다. 한 마디로 역광을 통해 동시대 사회상을 바라본다. 역광은 사진 촬영에서 가급적 피해야 할 조건으로 여겨진다. 피사체의 세부가 어둠에 묻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흑백으로만 보이는 역광 사진은, 회색을 허용하지 않는 극단주의적 화법이 환영받는 한국 사회를 은유한다.
작가는 최근 개인전 '검은 깃털' 기자간담회에서 "흑백으로 양분된 것 같은 역광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회색이 보인다. 우리 사회나 개인의 삶은 지나친 어둠이나 밝음 속에 있는 게 아니라 회색 또는 살짝 어둡거나 밝은 공간에 펼쳐진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검은 깃털 #CGK1001'(2016)가 눈에 들어온다. 작품은 아프리카 르완다 수도 키칼리에서 포착한 까마귀와 파리다. 거대한 맹금류가 파리를 향해 돌진하는 것처럼 두 점을 나란히 배치했는데, 이는 1994년 르완다 종족 대학살을 은유한다.
'검은 깃털 #BJI1500'(2009)은 당시 야 4당 당수(정세균·문국현·강기갑·노회찬)가 서울 대학로의 거리 연단에서 연설하고 구호 외치는 모습을 담았다. 이들 중 어떤 이는 국회의장·국무총리로 승승장구했지만 어떤 이는 미래권력의 대안으로 급부상했다가 지금은 소식이 잠잠하다. 어떤 이는 농부가 됐고 어떤 이는 고인이 됐다. 작가는 "13년 전 풍경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던가. 삶이란 참 알 수 없다"고 말했다.
8폭 사진 병풍 '남풍리 남일당 남지피'(2019)는 2018년 남북 공동합의에 따라 철거된 GP의 허물어진 담과 구겨진 철근, 2009년 용산참사가 벌어진 남일당 빌딩 위에 방치된 잔해물, 작가가 잠시 거주했던 안성 남풍리의 풍경을 섞었다. 작가는 "용산참사로 목숨을 잃은 철거민과 연대자에게 '빨XX'라고 손가락질하는 모습을 봤다. 이 작품은 분단논리가 일상공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의 키워드가 '부서짐'이라고 했다. "정치지형에 따라 바스라지는 경찰 조직, 123주년 노동절 집회에 참석한 노동자가 피워 문 담배에서 떨어져 내리는 재, 남일당 남지피 남풍리의 폐허들, 파리를 향해 돌진하는 르완다의 까마귀, 전봇대를 잠식한 덩굴의 마른 가지… 전시장에 작품 설치를 끝내고 찬찬히 둘러보니 '부서짐의 장면들을 모았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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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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