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는 어떤 공간도 무대"..'20세기 최고 연출가' 피터 브룩 별세

정원식 기자 2022. 7. 4.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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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현대적 해석 '탁월한 역량'
파격·독창적 연출로 다양한 작품

20세기 연극의 거장 피터 브룩이 별세했다. 향년 97세.

3일(현지시간) 르몽드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브룩은 전날 파리에서 눈을 감았다. 1925년 영국 런던에서 라트비아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난 그는 옥스퍼드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했다. 1943년 연출을 시작한 그는 로열 오페라 하우스 예술감독과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연출가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92세까지 현역으로 활동했던 브룩은 고전의 현대적 해석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그는 셰익스피어부터 고대 힌두교 서사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독창적인 연출로 무대에 올렸다. 1970년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는 현대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텅 빈 무대에서 연기하도록 했다. 1985년 <마하바라타>는 무려 9시간에 달하는 파격적인 공연 시간으로 이목을 끌었다.

성공의 정점에 서 있던 1974년 브룩은 영국을 떠나 프랑스 파리로 이주했다. 사실상 방치됐던 파리 10구의 소극장 ‘부프 뒤 노르’를 인수해 연극을 탐구하는 국제 연구 센터로 만들었다. 당시 파리 10구는 빈곤층이 많이 거주하던 곳으로 연극 공연과는 거리가 먼 곳으로 여겨졌다.

브룩은 파리 외곽 슬럼가, 이란 유적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미국 인디언 보호구역, 차고, 버려진 영화관 등을 무대로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1968년에 출간한 저서 <빈 공간>에서 그는 “비어 있는 어떠한 공간이라도 나는 무대라고 부를 수 있다”고 썼다.

브룩은 1963년 소설 <파리 대왕>, 1967년 연극 <마라/사드>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를 연출해 영화계에도 진출했다. 그는 2010년 연극 <11 그리고 12>, 2012년 오페라 <마술피리>로 한국을 찾은 바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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