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공간' 무대로 만든 세계적 연출가 피터 브룩 별세
현대 공연사에 큰 족적을 남긴 거장 피터 브룩이 97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고 일간 르몽드 등이 3일(현지시간) 전했다.
1925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1974년 프랑스 파리로 이주한 브룩은 런던과 파리 등 전 세계를 무대 삼아 연극에 헌신하다 전날 파리에서 눈을 감았다.
현지 언론은 ”현대 연극의 전설“, ”20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연극 감독“, ”가장 혁신적인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며 그의 부고를 전했다.
17세에 연극 연출가로 데뷔해 92세까지 무대를 떠나지 않았던 브룩은 고전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탁월한 능력으로 전 세계에서 칭송받았다. 브룩은 영국 대문호 셰익스피어 작품부터 고대 힌두교 서사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취향으로 작품을 골라 독창적인 무대를 연출해왔다. 1970년 ‘한여름 밤의 꿈’에서는 무대를 온통 흰색으로 연출해 시선을 끌었고, 1985년 ‘마하바라타’는 9시간에 달하는 공연 시간으로 파격을 안겼다.
브룩은 프랑스 파리 외곽 슬럼가, 중동 이란 유적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미국 인디언 보호구역, 차고, 버려진 영화관 등 공연을 기대할 수 없는 곳에서 무대를 올렸다. 1968년 연극에 관한 자신의 신념을 담아 출간한 저서 ‘빈 공간’에서 브룩은 ‘비어있는 어떠한 공간이라도 나는 무대라고 부를 수 있다’고 했다.
영국을 떠나 프랑스에 정착할 때 파리 10구에 사실상 방치됐던 작은 극장 ‘부프 뒤 노르’를 인수해 연극을 탐구하는 국제 연구 센터를 구측했다. 파리 10구는 주로 가난한 노동자 계층이 많이 살아 연극을 즐길만한 금전적, 정신적 여유가 없는 지역이지만, 브룩에게 이곳은 영감의 원천이었다. 브룩은 1974년부터 2010년까지 부프 극장을 직접 운영하면서 수많은 작품을 무대에 올렸고, 이를 계기로 프랑스에 브룩의 팬층이 두꺼워졌다고 한다.
그의 무대는 연극 무대만이 아니었다. 1963년 소설 ‘파리 대왕’, 1967년 연극 ‘마라/사드’를 각각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로도 주목을 받았다.
부모가 러시아 일부였던 라트비아 출신으로, 브룩 생전 자신이 러시아 문화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했다.
1951년 부부의 연을 맺고 2015년 작고한 아내 나타샤 패리와 사이에 딸 이리나와 아들 사이먼을 뒀다. 이리나는 감독 겸 배우, 사이먼은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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