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도 쓰기 쉬운, 카톡 같은 NFT 서비스 꼭 만들게요" [양주일 그라운드X 대표 인터뷰]

황순민,김대은 2022. 7. 4.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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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블록체인 대중화 특명
양주일 그라운드X 대표
매경 단독 인터뷰
지난 3월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가 양주일 카카오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맞이했다. 초대 대표로 외부 인사를 영입했던 것과 달리 카카오 그룹 내에서 '서비스'와 '사업화'에 가장 특화한 인사에게 사령탑을 맡긴 것을 두고 본격적인 블록체인 사업 대중화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메타버스·블록체인·대체불가토큰(M·B·N)'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카카오 공동체'의 액션플랜이 구체화하고 있다. '미래 10년'을 준비하는 컨트롤타워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와 크러스트를 통해 메타버스와 인공지능(AI), 가상화폐,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등 그룹의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사업을 발굴하고, 그라운드X를 통해서는 블록체인과 대체불가토큰(NFT)을 실생활에 쓰이는 서비스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이 카카오의 청사진이다.

한게임, 네이버, NHN 등을 거치며 'IT 사업화 달인' 칭호가 붙은 양 대표가 그라운드X에 합류한 이유다. 그에게는 블록체인과 NFT 분야 대중화를 위해 '카카오톡'과 같은 '킬러앱'을 만들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지난해 카카오에 합류해 지갑사업실을 이끌며 '카카오톡 지갑'을 만든 양 대표와 그라운드X 사이에는 '블록체인'과 '지갑'이라는 연결고리가 있다. 양주일 그라운드X 대표(사진)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내년 초 가상자산 지갑 '클립'을 자체 모바일 앱으로 출시하고 내년까지 사용자 수 300만명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클립은 그라운드X의 핵심 서비스다. 그동안은 카카오톡 앱 내 서비스로만 제공하며 초기 사용자를 모았지만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자체 앱 없이는 NFT 거래 등 고도화된 기능을 선보이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양 대표가 카카오 인증서 출시 1년 만에 이용자 3000만명을 확보하는 등 관련 사업에 정통한 만큼 본격적인 블록체인·NFT 대중화 길을 틀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양 대표가 취임 후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양 대표와의 일문일답.

―그라운드X 대표 취임 후 어떤 일들을 했나. 새롭게 세운 목표는.

▷그라운드X가 초기에 클레이튼(가상화폐) 등 플랫폼 위주로 만들었다면, 이제는 그에 대한 생태계 운영은 크러스트가 맡는다. 그라운드X는 '2.0'이라는 새로운 변화 시기를 맞이했다고 본다. 우리의 핵심 자산이자 서비스인 클립을 중심으로 실제로 쓰일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는 단계다. 제가 취임한 지 이제 3개월 됐는데, 그동안은 수많은 아이디어를 모으고 검토했다. 그러고 나선 100여 명의 그라운드X 크루들을 지갑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그라운드X는 '클립지갑(가상자산 지갑)'을 별도 앱으로 분리할 계획이다. 앱 자체를 슈퍼앱으로 만든다는 것이 간단명료하지만 가장 중요한 목표다.

―NFT를 넘어 더 넓은 의미로 블록체인·NFT 사업을 가져가겠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NFT 사업을 안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NFT를 한 축으로 가져가고 사업을 더 넓히겠다는 것이다. NFT는 사실 블록체인에서 처음으로 나온 유틸리티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우리가 이미 서비스하고 있는 클립드롭스(NFT거래마켓)도 클립지갑 앱으로 다 넣을 생각이다. 요새는 NFT를 보여주고 출입하는 기능 등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다양하고 멋진 NFT를 보여줄 쇼룸과 같은 것을 클립드롭스에 탑재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월렛(클립지갑)을 슈퍼앱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서비스가 필요할 것 같다. 거래소 기능도 지원할 계획이 있나.

▷디파이랑 연동할 수 있을지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지금으로선 직접 거래소를 운영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사업을 위해선 국내 규제에 따라가야 하는 것이고, 규제 상황을 보면서 라이선스가 필요하다면 획득할 계획이다. 코빗, 업비트(두나무)와도 협력 관계에 있기 때문에 추천 서비스와 같은 기능을 붙일 수도 있겠다. 일단 쉬운 연동부터 1차적으로 해볼 수 있다고 본다.

―NFT·가상화폐 거품이 빠지고 있다. 결국 킬러앱과 서비스가 없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블록체인 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진입장벽'이다. 트위터에 돌아다녀 보면 NFT를 구매하기 위해 41단계를 거쳤다는 얘기도 있었다. 저희도 그걸 해결하기 위해 카드 결제를 붙이려고도 해보고, 계좌이체로 변환하는 방법도 모색하고 여러 시도를 해봤다. 결국 '서비스 대중화'를 위해 우리가 택한 방법은 선택과 집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클립을 잘 만들려고 한다. 협력도 중요하다.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파트너십과 생태계를 만들고, 거래소, 디파이 업체들과도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가상자산 지갑 중에 누구나 편하게 쓸 수 있고, 쓰고 싶은 지갑은 없었다. 일단 우리의 전략은 'B2B2C'다. 고객 편이성을 제공해서 우선 고객을 모으고, 지갑만 있으면 (가상자산과 관련한)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만들 계획이다. 디지털ID 개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블록체인·NFT 등 가상자산은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진화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웹3.0과 관련해서 1990년대 닷컴버블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있다.

▷닷컴버블과 비교했을 때 아직 그 시대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블록체인'이라는 말이 없어질 것이라고 본다. 스마트폰을 우리가 쓸 때 TCP/IP 개념을 얘기하면서 '우리가 이러이러한 기술적 단계를 거쳐서 지금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터넷을 하고 있어'라고 하지 않지 않나. 단순히 앱이 쓸만하고 좋은 앱이면 된다. 좋은 서비스는 평범한 일상처럼 만들어지는 것이다. 저는 앞으로 웹3.0은 지금 시점에서부터 4~5년을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존을 예를 들면 오프라인에 있던 것을 온라인으로 다 옮겨놓지 않았나. 웹3.0 서비스도 사실상 기존 웹2.0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웹3.0에 대해 다양한 정의가 있다. 어떻게 정의하시나.

▷토큰과 코인이라는 돈이 존재한다. 저는 웹3.0이 온라인상에서 벌고 쓰는 행위가 완전히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세상이라고 본다. 많은 이들이 얘기하는 X2E(X를 하면서 수익 확보) 등 형상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웹2.0에서는 유튜브가 이를 보여줬다. 하지만 트래픽을 중앙에서 통제하는 유튜브가 갑자기 탈중앙화하고 투명성 확장을 위해 블록체인을 도입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탈중앙화, 익명성, 신뢰성 등 웹3.0의 철학이 있다. 블록체인 자체는 철학이 중요하지만 서비스는 운영사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탈중앙화조직(DAO)이 되면 좋을 수도 있지만, 한 번에 가긴 어렵다. 가솔린차에서 한 번에 전기차로 갈 수 없는 것처럼, 하이브리드 방식을 거쳐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제쯤이면 대중도 가상지갑을 보유하고 웹3.0 생태계에 참여하는 시대가 올까.

▷모든 연령대에서 널리 쓰기까지는 10년 정도가 필요할 것 같다. 우리는 단기적으로 300만명의 클립 사용자와 월간 액티브 사용자 100만명을 목표로 할 생각이다. 한국의 10% 정도가 클립지갑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정도가 내년까지의 목표다. 가상자산 생태계 확장을 위해서는 내 서비스 안에 자꾸 묶으려고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가령 스태픈에서 돈을 벌어서 편의점에서 쓸 수 있도록 하고 리니지에서 아이템을 벌어서 카카오톡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다.

―NFT의 효용성 중 하나로 소유권의 혁신을 꼽기도 한다. 카카오 IP를 슈퍼앱에 붙일 계획이 있나.

▷저희 카카오 공동체에는 엔터테인먼트, 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가 있다. 계속 이야기는 하고 있는데 오히려 그라운드X에서 지금 폴로업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클립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프렌즈, 카카오엔터 IP와의 협력은 계속 열려 있다.

―NFT 거품론이 거세다. NFT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사실 그라운드X 대표로 오기 전까지 저도 의심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굳이 NFT가 아니더라도 블록체인 기반으로 대부분 합의 증명이 가능하긴 하다. 그중에서 NFT를 기반으로 소유권을 혁신하는 방법론이 생긴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는 NFT를 우표 수집과 같이 보는 것 같다. 그다음 단계로 유틸리티 측면에서 앱이 많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희도 멤버십 측면에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예컨대 백화점에서 NFT 멤버십을 발행하고 클립지갑에 보관할 수 있도록 하고, 홀더들과 소통이 필요할 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열게 하는 식이다.

―'코인윈터'가 왔다는 말도 들린다.

▷저는 사실 3월에 왔으니 '여름'도 못 겪어봤다. 항상 회사 자체로서는 호황과 불황을 피할 수 없고 고민해야 한다. 투자는 항상 조심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블록체인 업계를 돌아봤을 때 오히려 '겨울'이 왔을 때 경쟁력 없는 플레이어들이 구별되고 옥석이 가려진다고 생각한다. 빙하기엔 포유류만 살아남는다는 말이 있지 않나. 저희는 이럴 때일수록 내부 단속을 잘하고 열심히 새로운 가능성을 많이 타진해볼 생각이다.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한다. 지금 상장된 코인만 몇 개인가. 결국 블록체인 업계에서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교통정리도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표로서 개인적인 목표가 있나.

▷'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비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두 딸이 잘 쓸 수 있는 카카오톡과 같은 서비스를 웹3.0 세계에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흐름은 보이는 것 같다. 전임 대표(한재선)가 조직을 잘 만들어두셨다. 그라운드X 이름값이 무색하지 않도록 잘해볼 생각이다.

[황순민 기자 /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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