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비우고 설거지'..근로장학생이 몸종?

박연선 2022. 7. 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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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전] [앵커]

대학생이 스스로 등록금을 벌고 직업 체험도 하게 하자는 취지로 '국가근로장학금'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요.

일부 대학에서 취지와 달리 교직원들 뒤치다꺼리 같은 단순 노동을 관행처럼 이어가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박연선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 학생이 교직원들의 개인 컵을 수거해 설거지합니다.

직원들이 마실 커피를 내리고 여과지와 찌꺼기도 처리합니다.

사무실 식물에 물을 주는 것도 학생들 몫입니다.

직원들 자리의 쓰레기통을 비우는 것은 물론, 냉동실 얼음과 가습기 물을 채우는 일까지 도맡았습니다.

한국장학재단이 학생들에게 다양한 근로 체험과 자기역량 계발 기회를 준다며 만든 '근로장학제도'에 참가한 학생들입니다.

[근로장학생/음성변조 : "주로 출근하면 커피 내리기, 설거지하기, 선생님들 자리 정리해서 쓰레기통 비우기 같은 업무를 하는데요. 취지와 맞는 것인지 회의감이 들고…."]

한국장학재단은 청소 등 단순노동을 지양하고 전공과 연계해 학업 성취도를 올리거나 취업 능력 제고가 가능한 업무를 권장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부당한 업무가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교 측은 컵을 닦거나 청소를 하는 일이 학생 동의 하에 이뤄지는 일이고 주 업무가 아닌 부수적인 일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한국장학재단은 비슷한 논란이 거듭되자 지난달 말, '지양' 업무였던 청소 등 단순업무를 '금지'업무로 변경했습니다.

[이건/한국장학재단 근로장학팀장 : "취업 역량과 무관한 청소, 설거지 등 단순 노동 업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사업 참여대학으로 해당 사항을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고요."]

학생들이 교직원들의 개인적인 뒤치다꺼리를 담당하며 돈 말고 어떤 것들을 얻을 수 있는지, 근로 장학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박연선입니다.

촬영기자:박평안

박연선 기자 (zi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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