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못 견딘 알프스 빙하, 등반객 덮쳤다
전날 '역대 최고 기온'..최근 빙하 녹는 속도 2배 빨라져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 산맥에서 가장 높은 마르몰라다산에서 3일(현지시간) 큰 빙하 덩어리가 떨어져나와 등반객들을 덮치면서 최소 6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ANSA통신과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국립 알프스·동굴구조팀은 트위터를 통해 마르몰라다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 있는 ‘세락(serac)’으로 불리는 큰 얼음덩어리가 떨어져나와 산비탈을 타고 아래로 구르면서 정상부의 인기 코스에 있던 등반객들을 덮쳤다고 밝혔다. 현지 온라인 매체 일돌로미티는 “눈사태가 일으키는 굉음이 아주 먼 거리에서도 들렸다”고 전했다.
구조당국은 임시 집계 결과 6명이 사망했고 9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또 실종자가 17명이라고 밝혀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망자와 부상자의 국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희생자 가운데 외국 국적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들은 벨루노, 트레비소, 트렌토 등 인근 도시로 이송됐다. 구조팀은 헬리콥터 5대를 동원해 수색·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사고 당시 주변에 등산객이 몇명 있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구조대원들은 실종자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주차장의 차량 번호판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높이 3343m인 마르몰라다산은 알프스 산맥의 지맥인 돌로미티 산맥의 최고봉이다. 한여름에도 정상 주변을 덮은 만년설을 볼 수 있으며 ‘돌로미티의 여왕’이라 불린다. 가파른 절벽과 깊은 계곡이 빼어난 풍광을 연출하는 돌로미티 산맥은 세계 최고의 트레킹 코스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6월 말 이후 이탈리아를 덮친 폭염이 이번 참사의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FP통신은 사고가 마르몰라다산 정상부 기온이 역대 최고인 10도를 기록한 지 하루 만에 발생했다고 전했다. CNN은 이탈리아를 비롯해 서유럽 곳곳에서 최근 한 달간 긴 폭염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마우리치오 푸가티 트렌티노알토아디제 주지사는 현지 방송 스카이 TG24 인터뷰에서 “최근 온도가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프스·동굴구조팀의 발터 밀란 대변인도 이탈리아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최근 기온이 “확실히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마르몰라다산의 빙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빠르게 녹고 있다. 2020년 파두아대 연구팀은 마르몰라다산의 빙하 규모가 1954년 9500만㎥에서 1400만㎥로 약 85%가량 급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연구팀은 빙하가 녹아내리는 속도가 과거에 비해 2배 가까이 빨라졌다면서 2031년 무렵에는 마르몰라다산에서 빙하가 사라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과학자들은 1902년부터 매년 마르몰라다산의 빙하 규모를 측정해왔다. 이 때문에 이 산은 기후변화의 속도를 감지하는 ‘자연 온도계’로 불리기도 한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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