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자회사, 성폭력 신고에 "회사 먹칠" 해고
포스코 자회사인 포스코휴먼스가 성폭력을 당한 여성에 대해 2018년 회사 이미지를 실추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했다가 지방노동위원회 명령에 따라 복직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 사내 게시판에는 최근 불거진 성폭력 사건에 대해 ‘신고인을 잘라야 한다’는 2차 가해성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지역시민단체는 기업 이미지 등을 앞세우며 성폭력 피해자를 외면하는 남성 중심의 경직된 직장문화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7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경북지방노동위원회 판정서를 보면 포스코휴먼스 소속 노동자 A씨는 2013년 7월1일 같은 부서 동료인 B씨에게 준강간을 당했다. A씨는 결국 후유증을 견디지 못하고 2017년 12월 B씨를 형사 고소했다. 사건을 인지한 회사 측은 자체 감사를 통해 B씨에게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 사건은 2018년 4월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문제는 이 사건을 담당한 검찰이 2018년 6월 B씨를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하면서 불거졌다. 회사 측은 같은 해 11월 인사위원회를 통해 A씨에 대해 스스로 그만두도록 하는 ‘권고해직’ 결정을 내렸고, A씨가 사직원을 제출하지 않자 한 달 뒤인 12월4일 징계면직(해고) 통보했다.
회사 측은 A씨를 해고한 이유로 동료와 부적절한 성관계로 법적소송 등 대내외적 문제를 일으켜 회사 이미지를 훼손했다고 했다. 또 휴게실에서 자주 목격되는 등 업무태만과 갑질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A씨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경북지노위는 A씨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보고, 2019년 3월 복직명령을 내렸다.
당시 경북지노위는 형사재판에서 피의자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 성폭력 행위가 없었다는 점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봤다. 검찰의 불기소결정서에는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사료된다’는 진술분석전문가의 의견이 담겨 있었다. A씨가 다른 직원과 나눈 일상 대화에서 “(B씨가) 자기한테 잘못한 게 있다”는 등이라고 말한 사정 등을 볼 때 성폭력 피해자 지위가 인정된다는 게 경북지노위의 판단이다.
경북지노위 측은 “범죄 피해자는 누구나 형사 고소할 수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언론 보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A씨가 무고가 아닌 만큼 회사의 품위나 위신을 크게 손상시켰다고 볼 수 없다”고 판정했다.
한편 얼마 전 발생한 성폭력 문제와 관련해 포스코 내부에서는 여전히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조직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최근 ‘포스코 다니는 게 부끄럽다’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포스코 직원들만 접속할 수 있는 노경(노사)협의회의 한 게시글이 사진으로 첨부돼 있었다. ‘신고인을 잘라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사내게시판 글에는 “모든 사람이 그 사람과 근무하기 싫어하기 때문에 (피해여성을) 잘라야 한다” “저 직원이 언제 나를 찌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공감하시죠?”라는 문구가 담겨 있었다.
김정희 포항여성회 회장은 “불합리한 처우를 신고했다가 회사로부터 보복을 당한다는 인식이 생기면 어느 누가 신고를 하겠냐”며 “회사는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함께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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