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기업 자산 압류' 확정판결 3년 만에..'강제징용 배상' 민관협의회 출범

유신모 기자 2022. 7. 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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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징용 소송 피해자 측 대리인들이 4일 강제징용 해결 민관협의회 1차 회의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임재성·장완익 변호사,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연합뉴스
외교 1차관 주재 첫 회의
피해자들 법률대리인 참석
“외교적 보호권 발동해달라”
직접 배상 사실상 어려워
다른 해법을 찾는 게 관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협의회가 4일 출범했다. 외교부는 조현동 1차관 주재로 정부 관계자, 전문가,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첫번째 회의를 비공개로 열었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됐다.

민관협의회 출범은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한 첫번째 수순이다. 일본 기업들에 대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2018년 10월에 나온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해결책 모색은 너무 늦은 셈이다. 정부가 해결 의지를 보인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 문제로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국의 대응이 이어지고 국민감정이 자극받은 상태다. 해법 도출도 그만큼 어려워졌다.

첫 회의 참석자는 정부 관계자 외에 학계·언론계 인사와 전직 관료 등 12명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법원 확정판결 소송 대리인들을 우선 모셨고 한·일관계, 법학자들, 경제 관련 인사들과 한·일관계를 외교적으로 담당해온 분들 위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협의회가 결론을 내리고 이를 정부 정책으로 건의하는 기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다양한 목소리와 해법을 경청하고 정책에 참고하는 ‘공청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참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가급적 많은 의견을 듣기 위해 개방적으로 회의를 운영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피해자들의 법률대리인들을 참여시킨 것은 피해자들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강제징용과 관련한 모든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 일본 기업이 직접 배상하는 것은 아니면서도 법원의 판결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해법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접근법은 크게 두 가지다.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기업들로부터 배상받을 권리를 가진 피해자 15명(생존자 3명)에 대한 해법과 현재 판결이 나오지 않은 피해자 1000여명의 문제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시급한 것은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이 압류된 일본 기업들의 국내 자산을 매각·현금화하는 것을 연기하거나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만일 1명이라도 거부하면 현금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강제징용 해법 마련에서 가장 어렵고 민감한 부분이 피해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작업이다.

현금화를 막는다고 해도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소송 중인 피해자들이 확정판결을 받기 전에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한·일 양측이 참여하는 재단이나 기금을 조성하는 방법 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해결할 법적 근거를 갖추는 작업도 필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의 소송 대리인들은 외교부 청사 앞 기자회견에서 “2018년 대법원 판결이 인정한 정부의 ‘외교적 보호권’ 발동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소송 당사자인 변호인단과 일본 기업의 협상이 성사되도록 중재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외교적 보호권은 자국민이 외국에 의해 입은 피해에 대해 국가가 피해자를 대신해 구제 노력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의 압류자산을 현금화하는 것 외에 다른 해법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배상 못지않게 일본 기업의 진정한 사과도 중요한 요소라는 의미다.

피해자들이 현금화가 가져올 외교적 파장을 인식하고 있는 데다 현실적으로 소송 결과를 충족시키고 남을 정도의 현금화가 가능한 것인지 불투명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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