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해법마련 민관협의 첫발 뗐지만..합의 도출까진 난망
피해자측 소송대리인 "후속 협의 참여 여부 검토 필요"
두달간 회의 계획.."의견수렴 뒤 8월내 정부안 만드려는듯"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한일 관계 최대 현안인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4일 민관협의회가 출범한 가운데 신정부가 이번 작업으로 피해 당사자를 포함한 한국 사회 전반의 지지를 얻어낼 포용적인 해결책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간 정부와 피해자 간 실질 소통 창구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민관협의회 출범 자체가 큰 의미를 띄는 것은 사실이지만, 관련자 목소리가 다양하고 피해자별 의견 자체도 엇갈리고 있어 사안 해결을 위해 '속도감 있게 일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희망대로 민관협의회가 움직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오후 외교부는 조현동 외교1차관 주재로 강제징용 피해자 지원단체, 피해자 소송 대리인, 학계 전문가·언론인·경제계 관계자 등 12명이 참석한 가운데 강제징용 관련 민관협의회 첫 회의를 열었다.
1차 회의인 만큼 이날 회의는 일종의 '상견례' 성격이 강했고 특정 해법에 대해 찬반 논의를 진행하기보단 참석자들이 이번 문제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지원단체와 소송 대리인은 그간 꾸준히 밝혀온 입장인 '피해자와 일본 기업간 협상'을 정부 측에 요구했다.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후지코시 상대 강제동원 소송 피해자 소송대리인인 장완익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민관협의회 참석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그간 언론에 보도된 바 있는 '한일 기업의 자발적 출연으로 조성한 300억원 기금으로 대위변제를 하는 안'이 정부 공식안인지 확인을 요청했고 이번 사안 해결을 위해 피해자와 일본 가해 기업간 협의를 가능하게 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300억 대위변제안에 대해서는 '정부안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피해자와 기업 사이에 협의를 도와 달라는 내용과 관련해서는 오늘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이날 협의회 참석자들은 이번 사안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교환하면서도 피해자들이 대부분 고령이라는 점, 현금화 조치가 이르면 올 가을부터 강제적으로 집행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한다는 원론적인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번 민관협의회 구성 목적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관해 정부의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했고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협의회의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는 점이다.
일부 피해자 측은 민관협의회 활동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는 형식적 절차를 위한 수단으로만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출범 전에 협의회 참석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보상추진협의회 공동대표는 외교부에서 민관협의회 참여 요청이 왔지만 거부했다며 "정부가 바뀌면서 급하게 무엇을 추진하려고 하면 피해자들은 일본에서도 인정을 못 받고 국내에서는 자국민의 입장을 짓밟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피해자 소송대리인 중 한명으로 이날 민관협의회에 참석한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기자회견을 통해 "회의에서도 이번 협의회가 안을 도출하는 것인지, 아니면 의견 수렴의 과정인지 질문을 했는데 거기에 대해서 명확하게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협의회의 최대치는 결국 하나의 안을 권고하는 것이고 법적 권한이 아무것도 없는 임의기구일뿐"이라며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피해자 소송대리인 측은 향후 민관협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임 변호사는 "피해자 동의를 받는 과정이 결국엔 있을 텐데 동의를 받는 대리인이 협의회에 참가하는 것은 애매한 구조"라며 "대리인이 참여해 만든 안을 나중에 피해자들이 '받지 못하겠다'고 하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7월 중 최소 1∼2회, 8월 중 추가 협의회 개최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해법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임 변호사는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 작업에서 강조한 '속도감' 부분이 민관협의회 운영에도 적용되는지 물었는데 그렇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8월이 역사적으로 일본과 여러 쟁점이 있는 달이기 때문에 8월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안을 만들어보겠다는 입장인 거 같다"고 부연했다.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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