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습니다"..연세대 학생들 청소노동자 지지 이어져
“시위 소음” 소송 낸 학생들에
18학번 김은결씨 대자보
“학생이란 특권의식 부끄러워”
집회 공감하는 학생들 늘어
“학교가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학교 측은 협상 등에 미온적
“학생이기에 본인의 공부가 우선이라 생각하십니까. 그 특권의식 자체가 부끄럽습니다.” 4일 오전 9시20분 연세대 신촌캠퍼스 백양관에 이 대학 18학번 김은결씨(22)가 쓴 ‘당신이 부끄러웠으면 좋겠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김씨는 대자보에서 지난 5월과 6월 학내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고소·고발하고 이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연세대 재학생 3명을 두고 “마치 연세대 공동체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드러나는 것이 같은 학생으로서 부끄럽다”고 밝혔다.
김씨는 학교를 향해서도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학교는 자신들이 이 문제를 해결할 힘이 없다고 말하는데, 이것이 변명에 그친다는 것을 학생들은 잘 알고 있다”며 “학교가 학생들과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갈라치지 말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더는 혐오의 목소리가 연세대를 대표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학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지난 4월부터 임금 인상과 휴식공간 개선 등을 요구하며 학내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 커지는 연대 목소리
연세대 일부 재학생이 청소·경비 노동자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진 뒤 학교 안팎에서는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노동자와 연대하겠다는 지지 선언이 여기저기서 분출했다. 김씨가 쓴 대자보는 연세대 백양관뿐 아니라 연희관, 중앙도서관 등 학내 곳곳에 부착됐다. 노동자들을 지지한다는 서명에는 지난 3일 기준 2805명이 동참했다. 연세대생 등 20여명은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 책임이 있는 학교(원청)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6일 백양관 앞에서 연다.
청소·경비 노동자 100여명이 학내에서 정기적으로 열고 있는 집회에 동참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백양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는 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활동가인 사회학과 재학생 해슬씨(22)가 참석했다. 해슬씨는 “연세대 학생인 우리들이 이 사안에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리고자 6일에 기자회견을 연다”며 “우리는 원청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는 학교를 비판한다”고 말했다.
집회는 50분간 마이크 앰프 소리를 ‘더 줄이면 앰프 자체가 꺼지는’ 수준으로 낮춘 상태에서 진행됐다. 학생들은 노동자들의 집회를 보면서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모씨(25)는 “이번 시험기간에 중앙도서관을 많이 이용했지만 도서관 내부에서 집회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며 “학교를 상대로 충분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노동자들이 시끄럽다고 경찰에 고소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최성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부 학생의 사례가 부각되다 보니 마치 학생들 다수의 의견처럼 과대대표되고 있다”면서 “청년의 보수화가 사회적 흐름 중 하나라고 해도 이 사안을 사회적 담론으로 보기에는 모집단부터 상당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 문제 만들고는 발뺌하는 대학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현 시급은 9390원이다. 최근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 9620원보다 230원 낮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대학 측에 시급을 440원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여름 무더위에 대비한 학내 ‘샤워실 설치’도 요구사항 중 하나이다. 현재 이들의 휴게실에는 세면·목욕 시설이나 세탁 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학교 측은 협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440원을 인상하게 되면 4대 보험, 수당 등을 포함해 총액이 10억원 가까이 올라간다”며 “노동자들이 복수의 대학과 함께 집단교섭을 하는 상황에서 연세대 혼자 도장을 찍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 문제가 일부 학생과 노동자들의 소송전으로 번진 데 대해서는 “소송을 제기한 학생이 수차례 집회 소음을 줄여달라 요구했고, 의견이 묵살당하자 고소까지 진행한 것”이라며 “학생들이 집회로 피해를 보는 게 곤란하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런 문제가 현실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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