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오래된 아파트는 16층 이상만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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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왜 아파트에 '스프링클러 사각지대'가 존재하는지 라노가 알아봤습니다.
라노는 지난달 30일 불이 난 해운대 아파트를 찾아갔어요.
불이 난 아파트 22층에 사는 입주민 B 씨는 화재 사실을 아침이 돼서야 알았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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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황령산에서 태어난 라노는 화재 기사만 보면 가슴이 철렁해요. 지난 3월 경북 울진군에서 산불이 발생해 동물 친구들의 보금자리가 새까맣게 탔거든요. 최근에는 부산 해운대의 한 아파트 13층에서 불이 나 한 명이 숨지고 두 명이 중태에 빠졌습니다. 안타깝게도 불이 난 가구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해요. 스프링클러는 모든 아파트에 설치된 거 아니냐구요? 아니랍니다. 왜 아파트에 ‘스프링클러 사각지대’가 존재하는지 라노가 알아봤습니다.
라노는 지난달 30일 불이 난 해운대 아파트를 찾아갔어요. 입구에 다다르자 고인을 추모하는 글이 국화꽃과 함께 보였습니다. “한 번쯤 마주쳤을 분이신데. 마음이 아픕니다” “다른 두 분 꼭 살기를 빕니다” “우리 아파트뿐만이 아니라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입주민 A 씨는 “우리 아파트는 2002년 5월 건축허가를 받았다. 일부 세대는 스프링클러가 없다. 현재 전 세대 스프링클러 설치를 논의하는 중”이라고 하셨어요. 실제로 2002년에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기준이 ‘16층 이상’이었어요. 소방법이 강화돼 2005년 11층 이상→2018년 6층 이상으로 기준이 확대됐습니다. 결국 2000년대 중반까지 건축된 아파트의 15층 이하는 ‘안전사각지대’로 남게 된 것입니다.
오래된 아파트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작업도 쉽지 않습니다. 부산의 한 건설사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려면 배관과 전기 설비를 함께 건드려야 한다”며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이 급상승해 공사비가 폭등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또 스프링클러 설치에 따른 공간 제약(물탱크실이나 천장고 낮아짐)도 발생하기 때문에 입주민들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법을 소급 적용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면서 “다만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때는 소방시설 설치가 의무”라고 설명합니다.
생각해 볼 지점은 또 있습니다. 불이 난 아파트 22층에 사는 입주민 B 씨는 화재 사실을 아침이 돼서야 알았다고 해요. B 씨는 “남편이 아침 출근길에 ‘매캐한 냄새가 진동한다’고 하더라. 큰불이 났는데 화재경보나 안내방송이 없었다. 관리리사무소는 오전 6시가 돼서야 전화가 왔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현행 소방법은 화재가 났을 때 불이 난 ‘발화층’과 그 위 직상 4개 층에만 경보를 알리는 ‘우선경보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번 화재의 경우 13층에서 발생했으니 13층~17층까지만 경보가 울리면 법적으론 문제가 없는 것이죠. 소방재난본부는 “모든 세대에 비상경보가 울리면 입주민들이 한꺼번에 대피하다가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도 “발화층에서 불이 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층은 연기에 의한 피해는 볼 수 있지만 창문을 다 닫아놓고 있으면 괜찮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선경보방식’이 대피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게 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입주민 B 씨는 “불이라는 게 삽시간에 번질 수 있다. 만에 하나 불이 계속해서 위층으로 번지면 초고층에 사는 사람은 어떻게 하나”며 한숨 쉬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화재 경보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김상식 우석대 소방행정학과장은 “비유하자면 배에 이상이 생겼을 때 선실 전체에 안내·대피 방송을 하자는 것이다. 소방법을 개정하거나 소방전술 개선을 통해 불이 나면 건물 전체에 안내방송을 하는 게 맞다”고 했습니다. 이영주 교수도 “아파트는 모든 세대가 동시 피난한다 해도 상업시설과 비교해 인원이 많지 않아 혼잡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안타까운 사고가 벌어진 뒤에야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혹시 일상생활에서 ‘이렇게 둬도 괜찮을까?’싶은 일이 있다면 라노에게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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