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제동원 민관협의회 출범, 피해자 뜻 반영한 해법 찾아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을 찾기 위한 민관협의회가 4일 출범했다. 협의회는 이날 조현동 외교부 1차관 주재로 정부 인사와 전문가, 피해자 측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첫 회의를 열었다.
강제동원 배상 문제는 한·일관계의 최대 현안이다. 한국 대법원은 2012년, 2018년 판결을 통해 반인도적 범죄에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며 전범기업인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확정했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판결을 수용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은 해당 기업들의 국내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이르면 올가을쯤 강제집행을 개시할 수 있는 사법부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강제 집행이 실행되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이 무효화돼 한·일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윤석열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을 강조하며 양국 간 현안 풀기에 나섰다. 한·일관계 개선의 필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민관협의회는 대법원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한·일관계의 파국을 막기 위한 정부의 고육책으로 보인다. 문제 해결에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
한·일 양국관계의 근간인 청구권 협정 체제를 흔들기는 어렵다. 이는 곧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일본 기업들에 강제동원 피해 배상을 직접 강제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민관협의회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소송에 의한 배상 대신 다른 방식의 해법을 제시해 설득하고, 일본에 요구할 상응 조치를 함께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양국 민간이 참여해 자발적 기금을 조성하거나,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의 배상금을 지급하고 추후 일본 쪽에 청구하는 대위변제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어떤 방안이든 피해자를 설득하고 일본과 협상을 해야 하는 고난도의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 대법원에서 승소한 피해자 15명에 대한 대책 외에도 소송을 진행 중인 피해자 1000여명을 위한 입법 조치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어떤 해법도 피해자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실패의 교훈을 새겨 피해자들의 얘기를 경청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한·일 양국 지도자들의 관계 개선 의지가 강하다며 “톱다운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민관협의회 활동이 이미 결정된 안을 추인하는 절차에 그쳐선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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