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원, 127년 역사 美신시내티 심포니 부지휘자로 발탁
지휘자 이승원(32)이 최근 미 신시내티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로 발탁됐다. 127년 역사의 이 악단은 미하엘 길렌·파보 예르비 같은 명지휘자들이 거쳐간 명문 오케스트라. 지금은 프랑스 거장 루이 랑그레가 음악 감독을 맡고 있다. 이씨는 오는 9월부터 1년간 이 악단에서 부지휘자로 활동하면서 가족 음악회와 신시내티 팝스 오케스트라 공연 등을 지휘하게 된다. 현재 독일에 머물고 있는 그는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미국으로 이사 가기 위해서 한참 짐을 싸는 중”이라며 웃었다.
그의 부지휘자 임명 소식이 반가운 이유가 있다. 한국 정상급 실내악단인 노부스 4중주단의 창단 멤버이자 비올라 주자 출신이기 때문. 노부스 콰르텟은 2012년 독일 뮌헨 ARD 콩쿠르 2위와 2014년 모차르트 콩쿠르 1위 등 한국 실내악에서 ‘최초’ 타이틀을 거머쥔 팀이다. 이씨 역시 2009년부터 8년간 멤버로 활동하면서 콩쿠르 수상 기록을 함께 써 나갔다. 그는 “어릴 적부터 카라얀과 아바도의 지휘 영상과 음반을 보고 들으며 지휘자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독일 베를린의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비올라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하지만 이듬해 지휘 전공으로 같은 학교의 학부 과정부터 다시 밟았다. 그는 “이탈리아어·불어 같은 외국어 수업부터 오페라 반주와 연출까지 지휘자에게 소양이 되는 모든 과정을 생략하기 싫어서 처음부터 다시 밟아 나갔다”고 말했다. 2018년 루마니아 부카레스트와 대만 타이베이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연이어 우승했고, 지난해에는 지휘로도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비올라에서 지휘로 성공적으로 활동 분야를 넓히고 있는 셈이다. 그는 “이제 미국 악단에서 경력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언젠가 세계 명문 오케스트라들의 지휘대에 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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