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지성' 이어령의 마지막 잎새
병상서 남긴 마지막 육필(肉筆)원고
삶의 끝에서 새로운 화두 제시
가족·죽음 등 일상 속 단상 담아
"병상에 누워 내게 마지막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한참 생각했다. 그것은 '눈물 한 방울'이었다."
'시대의 지성'으로 불렸던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은 눈을 감기 직전이었던 지난 1월 이런 글을 남겼다. 그는 "눈물만이 우리가 인간인 것을 증명해 준다"며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암 투병으로 건강이 쇠하면서 키보드 칠 힘이 없어지자 40년 만에 다시 펜을 들었다. 항암 치료를 거부한 그는 아플 때마다 군청색 양장본 대학 노트를 펼쳐 글을 썼다.
병상에서 흘린 눈물까지 가감 없이 써 내려간 그의 미공개 육필 원고가 '눈물 한 방울'이란 제목으로 출간됐다. 이 책엔 2019년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27개월간 노트에 써 내려간 수필과 시 110편이 담겼다. 이와 함께 그가 직접 그린 그림도 수록됐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눈물'이다. 책에 담긴 110편의 글 중 12편이 눈물을 주제로 하고, 나머지는 눈물 한 방울을 흘린 계기를 설명한다. 그는 이 책에서 인간은 짐승과 달리 정서적 눈물을 흘릴 수 있고, 인공지능(AI)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눈물은 흘리지 못한다고 말한다. 또 나와 다른 이도 함께 품고 살아가는 세상에서 관용의 눈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나를 위해서가 아닌 모르는 타인을 위해서 흘리는 눈물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힘 있는 것"이라며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160여 권의 책을 남겼지만 자서전 혹은 회고록 성격을 지닌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추억부터 병마와 싸우면서 가슴에 묻어뒀던 절규까지, 끝까지 펜을 놓지 않고 생명과 죽음을 성찰한 이어령의 마지막 이야기가 담겼다. 암 선고를 받고 처음으로 어머니 영정 앞에서 통곡했던 일, 또 만나자는 말에 "또 만날 날이 있을까?"라며 눈물 흘렸던 일 등 삶의 마지막을 앞둔 그의 인간적인 면모도 만날 수 있다. 경계를 넘나드는 창조적 지식인이자 죽음 앞에 선 단독자, 마음 따뜻한 아버지이자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아들로서 저자가 품었던 무지개 같은 세계를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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