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방치' 비판에 파국 피한 여야..사개특위 진통은 여전

송채경화 2022. 7. 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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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넘게 '노는 국회' 비판 커져..유류세 인하 속도
납품단가 연동제·직장인 밥값지원 입법도 이견적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하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회 원 구성을 놓고 극한 대치를 이어가던 여야가 4일 국회의장단을 합의로 선출하면서 ‘국회 반쪽 개원’이라는 파국은 막았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과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 모두 ‘민생 외면’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 공백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동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가동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해 여야는 곧바로 2라운드 공방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여야는 4일 예고된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전날까지 ‘남 탓’ 공방으로 기 싸움을 이어갔지만, 이날 오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뒤 수정 제안을 내놓으며 협상의 물꼬가 트였다.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합의 선출’을 약속하면 국민의힘은 국회의장단 선출에 협조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총을 통해 이를 수용하면서 여야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 나란히 참석해 국회의장단을 선출했다.

이날 전격적인 합의는 고물가와 금리 인상 등 민생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국회가 한달 넘게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에 대해 여야 모두의 부담이 누적된 탓이 크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노력할 부분을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의 발로였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엔 ‘국정을 이끄는 것은 여당이지만 국회를 이끄는 것은 170석의 민주당이어야 한다’는 정치권 안팎의 압박이 커졌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빠르게 상임위를 구성해 대여 투쟁을 끌어가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 반영됐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초대형 복합 위기 앞에 풍전등화의 신세로 내몰리는 민생을 지키기 위해서 더이상의 국회 공전은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물가·고유가 문제가 시급한 만큼 여야는 국회 상임위를 구성하는 대로 유류세 인하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여야 이견이 없는 납품단가 연동제와 ‘직장인 밥값 지원법’ 등도 입법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빠른 시간 안에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구성하기로 했지만, 원 구성의 뇌관인 사개특위 가동을 둘러싼 여야 간 입장차가 큰 만큼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권한쟁의심판 결과가 나온 뒤 사개특위 구성을 논의하거나, 당장 구성해야 한다면 여야 5 대 5 동수로 하고 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이) 우리 조건을 수용하지 못하면 더이상 사개특위 구성 운영에 대해 논의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고 못박았다.

민주당은 헌재 결정을 기다리기보다는 사개특위 위원장을 민주당이 맡고 민주당 7명, 국민의힘 5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애초의 여야 합의안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게 해달라거나 위원회 구성을 여야 동수로 해달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며 “사개특위에선 여야 합의로 모든 안건을 처리하자(는 입장을 전했고), 이 정도면 충분히 국민의힘 입장을 존중하고 양보했다고 본다”며 선을 그었다.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위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구성도 쉽지 않아 보인다. 김진표 새 국회의장은 인사청문특위를 통한 인사 검증을 촉구했지만 권성동 원내대표는 “상임위를 구성해 인사청문회를 해야 하는데 이를 미뤄놓고 인사청문특위를 하자는 건 분명히 반대 의사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경우, 오는 8일까지 인사청문회가 실시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은 또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음주운전과 ‘조교 갑질’ 논란을 일으킨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도 여야 협상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박순애 장관 임명 강행으로 야당이 협력할 요인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며 “이로 인한 정부와 여당 지지율 추이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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