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10개 모델 獨 배기가스 검사 불합격"

그린피스, 獨 당국 검사결과 공개
"i20 등 유럽 기준치 4∼11배 초과
배출량 조작장치 사용 가능성 커"
현대차 "성실히 소명할 예정" 밝혀

현대차 광고판에 "내연기관 이제그만" 스티커 부착하는 그린피스. 그린피스 제공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현대차·기아 10개 모델이 독일 배기가스 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그린피스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현대차·기아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독일에서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것과 관련해 확인한 결과, 2015∼2018년 배기가스 검사를 받은 10개 모델 모두 실제 운행 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전했다. 현대차·기아는 불법 배기가스 조작 장치를 경유차에 부착해 판매한 혐의로 독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그린피스는 해당 i20·ix30·싼타페·투싼·쏘렌토 등 10개 모델의 질소산화물 배출량 검사 결과를 입수해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독일 연방자동차청(KBA)이 실제 주행 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측정한 검사에서 현대 i20은 903.09㎎으로 유로6 기준인 ㎞당 허용치 80㎎보다 최대 11.2배나 많이 배출했다. 현대 ix35의 배출량은 1118.28㎎으로, 유로5 기준인 ㎞당 180㎎보다 최대 6.2배 많았다.

독일 환경단체 DUH가 유로6 기준으로 실시한 검사에서도 현대 i20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당 861㎎으로 기준치보다 10.8배 많았고, 기아 쏘렌토 490㎎(6.1배)·현대 싼타페 421㎎(5.3배)·현대 i30 331㎎(4.1배)·현대 투싼 329㎎(4.1배) 등도 기준치를 4배에서 10배까지 초과했다.

사진=연합뉴스

독일 환경청 교통국장 출신으로 DUH에서 배기가스 검사 업무를 맡은 악셀 프레데릭 박사는 “실제 도로에서 주행 측정을 한 모든 현대차·기아 모델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했다”며 “이는 현대·기아차가 실험실에서만 배출가스 정화 성능을 높이는 장치 등 다양한 조작 장치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사실이라면 2015년 폭스바겐 등 유럽차들의 ‘디젤게이트’ 판박이인 셈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건은 독일 검찰이 자동차업계 전반에 대해 조사 중인 건으로, 당사는 본 조사와 관련해 입장을 성실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환경부는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결함확인조사 등에서 현대·기아차의 기준 초과 사례는 없었다”며 “독일 검찰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별도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