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 후 맞은 주사로 신생아 뇌 손상.. 피해보상은 '첩첩산중'
수유 후 30분 만에 주사 '부작용'
호흡 등 문제.. 기관내삽관 잇단 실패
전문가 "수유 1시간 뒤 주사놔야"
재단측 "의학계도 상반된 견해"
뇌 위축으로 머리둘레 '하위 0.2%'
보호자 "의료사고" 민사소송 제기
피해자 완전 승소율 0.8%에 그쳐
변협 "법 개정해 구제 쉬워져야"
최모(38)씨의 둘째 아이가 변고를 당한 건 지난 4월9일, 아이가 생후 5일째 되던 날이다. 출산한 A병원에서 황달기 때문에 치료를 받기 위해 분유 수유를 한 후 정맥주사를 맞다가 기도폐색으로 인한 청색증을 겪었다. 기도가 막혀 혈중 산소포화도가 내려갔고, 2시간가량의 응급조치에도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아이는 대학병원으로 옮기고 나서야 위험한 상황을 넘길 수 있었지만, 이 과정에서 뇌손상을 입어 장애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A병원 측은 “건강했던 아이에게 갑자기 쇼크가 온 이유를 모르겠다. 도대체 알 수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해마다 의료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이 직접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의료과실 책임을 입증하기 어려워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족이 민사소송을 진행하더라도 100% 병원 책임이라는 판단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피해자의 의료사고 민사소송 완전 승소율은 2020년 기준 0.8%였다.
4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산모 최씨는 의료사고로 아이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며 A병원을 관리하는 B의료재단을 상대로 최근 손해배상 소송을 울산지법에 제기했다. 최씨는 병원 측의 영아 정맥주사 시 주의의무 위반, 기도폐색 후 응급조치 실패로 의료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최씨 측은 병원의 ‘수유 후 30분 뒤 정맥주사를 놓았다’는 진료기록 자체도 허위라는 입장이다. 진료기록엔 9시 분유 수유, 9시30분 정맥주사 후 심정지가 발생해 9시33분에 의사가 신생아실에 도착했다고 기록됐다. 하지만 병원 복도 폐쇄회로(CC)TV엔 담당의가 9시25분에 신생아실로 들어가는 장면이 찍혔다. 적어도 9시25분 전에 정맥주사를 놓았다는 얘기다.
최씨 측은 사건 발생 뒤 A병원의 미숙한 대처로 상황이 악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병원 담당의는 9시40분부터 11시20분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기관내삽관을 진행했지만 서연양의 산소포화도를 끌어올리는 데 실패했다. 결국 서연양은 울산대병원으로 옮겨졌고, 이곳에선 기관내삽관 후 2분 만에 산소포화도를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B의료재단은 “수유 후 얼마나 지난 뒤에 정맥주사를 놓아야 하는지에 대해 의학계에서 상관이 없다는 견해와 30분에서 1시간 뒤 하는 게 좋다는 상반된 견해가 있다”고 말했다. CCTV에 전문의가 9시25분에 신생아실로 들어가는 장면에 대해선 “(진료기록지를) 응급상황 종료 직후 기록했기 때문에 시간대에 약간의 차이는 발생할 수 있다”며 “본원의 과오가 있다면 상응하는 책임도 질 것”이라고 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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