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백화제방 한국 클래식
해외에서 즐거운 소식이 들려왔고, 국내에선 보람찬 공연들을 접했던 행복한 달이었습니다. 우선,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열린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나이(18세)로 우승을 거머쥐었답니다! 2017년 같은 대회에 출전했던 선우예권의 뒤를 이은 두 번째 우승인데, 이쯤 되면 한국인 연주자가 빠진 세계 콩쿠르 개최, 이제 힘든 거 아닌가요?(웃음)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핀란드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우승해 마침내 파가니니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파가니니' 하면 '양인모', '양인모' 하면 '파가니니'가 연상되었는데, 그 틀에서 벗어나 비상의 도약을 하게 된 것이죠.
그 얼마 후 벨기에에서 열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선 신예 첼리스트 최하영이 우승하여 바이올린에 이은 '첼로 강국'의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한국 연주자가 세계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낸 지는 꽤 됐지만 이런 기쁜 소식들은 매년 들어도 흥분되고 또 좋습니다.
며칠 전에 본 새로운 형식의 공연도 흥미로워서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성악가들의 일반적인 독주회와는 달리 연극적인 요소를 가미한 소프라노 정희경의 '라 칼라스'입니다. '모노 오페라'라고 이름 붙인 이 공연은 배우 유인촌이 연출은 물론 인터뷰하는 기자, 칼라스의 연인 오나시스 역을 동시에 연기했는데, 피아니스트와 플루티스트 그리고 몇 명의 성악가 앙상블만 동원된 조촐한 규모였습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프라노 정희경이 세계적인 '디바' 마리아 칼라스의 일대기를 영상과 연기를 포함해 노래로 표현한 무대였죠. 사실 일반 독주회에서는 성악가들이 한두 곡 부르면 좀 쉬었다가 다시 계속하기 마련인데, 이 공연에서는 주인공의 쉼 없는 독백과 대사는 물론 칼라스가 겪은 온갖 희노애락을 담은 노래까지 곁들여져서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흥미로웠지요.
정희경은 몇 벌의 의상을 자연스럽게 바꿔가며 칼라스의 비통과 환희를 아주 잘 표현하더군요. 같은 소프라노여서 그런지 칼라스가 주역을 맡았던 오페라 아리아를 마치 빙의한 듯, 상황에 맞게 노래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저는 이 공연을 보면서 연출가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스타일의 공연이 계속 전파되고 발전한다면 오페라를 잘 모르는 관객들도 흥미롭게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객석'은 지난해부터 지휘자 함신익이 운영하는 심포니송 오케스트라와 업무 협약을 맺어 기악(협연자)과 작곡 부문에 우수한 신인이나 작곡가를 선발하여 그들에게 공식 무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5월에는 한국예술영재원교육원에 재학 중인 17세 송은채가 협연자로 선발되어 심포니 송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하였고, 6월에는 작곡가 오예승의 신작 'Keep on Singing'(계속 노래하라)이 오케스트라는 물론 두 명의 소프라노와 국립합창단까지 함께 하는 대규모 무대를 올렸습니다.
작곡가 오예승에게는 자신의 곡이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의미 깊은 공연이었죠. 보통의 경우 오케스트라가 선택하는 창작곡은 10분 내외의 분량으로, 공연의 막을 여는 서곡으로만 연주되곤 합니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는 오예승의 창작곡이 전반부 전체(30분)를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주체가 되어 한층 더 빛이 났습니다. 이처럼 웅장한 공연에 작곡가 본인이 감격한 것은 물론이고, 옆에서 지켜본 저 또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객석'은 젊은 작곡가들을 조명하고자 2020년 10월호부터 2022년 3월호까지 18개월에 걸쳐 '21세기 한국의 젊은 작곡가 탐구' 시리즈를 연재한 바 있습니다. 오예승도 그중 한 명이었는데, 그녀의 곡이 첫번째로 무대에 오른 것이죠. 이를 계기로 다른 작곡가들 작품도 활발하게 연주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객석'과 함신익 지휘자, 심포니송은 이러한 협업을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오니 관심 있는 음악가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리겠습니다. 더불어 함신익 지휘자의 심포니송과 그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후원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여러분 같은 후원자들이 있기에 우리 음악계는 계속 발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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